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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비서실장, MB 정부 땐 ‘통계 왜곡 핵심’이었다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부활한 김대기, ‘새 지니계수 미공표’ 논란 당시 청와대-통계청 핵심 고리로 지목

지난 2011년 2월 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기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윤석열 정부가 ‘통계 왜곡’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 정부 청와대 인사에 대한 감사원 조사도 언급된다. 아이러니한 건, 유난히 통계 왜곡 논란이 컸던 MB 정부의 핵심 인물이 윤 정부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점이다. 당시 김 실장은 정부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통계청과 조율해 공표를 막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문 정부 통계 왜곡 조사에 대한 공감대가 확인됐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통계 조작 의혹은 국기와 관련된 것이라 엄정하고 철두철미하게 밝혀야 할 문제라고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당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실에서는 김 실장이 자리했다.

김 실장과 통계 왜곡, 낯익은 조합이다. MB 정부 시절 통계청 신뢰를 도마 위에 올린 이른바 ‘새 지니계수 미공표’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인물이 김 실장이다.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던 그는 청와대와 통계청 간 밀원 관계의 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통계 왜곡을 부인하던 수비수가 지금은 전임 정부 공격수로 나선 모양새다.

대선 앞두고 ‘양극화 심화’ 지표 묻은 통계청
경제수석과 통계청장의 남다른 인연

MB 정부 말기이던 2012년, 통계청은 새 지니계수를 개발해 조사까지 마쳐놓고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당초 그해 12월 조사 결과를 공표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 대선이 열리는 달이었다. 향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었다.

새로 개발한 지표의 조사 결과는 여당에 불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말에 경제를 망쳤다는 평가는 피하고 싶었을 터다. 새 지니계수는 0.357이었다. 기존 방식으로 산출한 0.307을 크게 웃돌았다. 기존 방식에 따른 전년 수치는 0.311이었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균등하다는 의미다. 새 지니계수에 따르면,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통계청은 기존 지니계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새 지니계수 개발에 착수했다. 표본 수를 기존 8,700개에서 2만개로 늘렸다. 통상 통계는 표본 수에 비례해 정확성과 신뢰도가 향상된다.

새 지니계수의 존재가 알려진 건 2013년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통계청은 연초 계획에서 2012년 12월 가계금융복지조사 일환으로 새 지니계수를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청와대 의견에 따라 새 지니계수를 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새 지니계수가 빠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2012년 대선(12월 19일) 직후인 12월 21일 공표됐다. 보도에 인용된 통계청 관계자들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지니계수를 공표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통계청에 전달했다”라거나 “기획재정부 출신 간부가 통계청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재부가 점령하고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의중이 통계청에 전달되는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바로 김대기 실장이다. 2011년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그는 이듬해 정책실장을 겸임했다. 카운터 파트너인 우기종 당시 통계청장과 인연도 남달랐다. 둘은 경기고등학교 동문이다. 우 전 청장이 한 해 선배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직접적인 접점은 ‘청풍초(淸風草)’다. 행정고시 24회 동기 모임이다. 김 실장과 우 전 청장 등 청풍초 멤버가 MB 정부 주류로 부상했다. 당시 보도를 보면, 매년 정례모임을 갖고, 수시로 가까운 멤버끼리 모인다는 등 청풍초의 우애가 전해졌다.

김 실장은 우 전 청장이 새 지니계수 결과를 받아 들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던 시점에도 만남을 가졌다. 역대 통계청장 간담회에서였다. 김 실장은 우 전 청장보다 2대 선임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우 전 청장이 새 지니계수 결과를 보고받은 건 12월 4일, 이틀 뒤인 6일 간담회가 있었고, 18일 새 지니계수를 빼고 공표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다.

우 전 청장은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대기 수석 요청을 받고 통계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김대기 수석과 저뿐만 아니라 역대 청장 한 여덟 분이 있었다. 그런 얘기를 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지난 2011년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의 조달청, 통계청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우기종 통계청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통계청 독립성 제고 방안 시발점 된 사건
김 실장은 여당 보위로 논란 피해

우 전 청장은 내부 논의를 통해 새 지니계수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수치와 너무 차이가 나, 발표 시 통계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기존 수치와 함께 발표하면서 조사 간 차이를 설명하는 방식도 논의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새 지니계수는 표본 설계 이후 조사·검토·분석까지 9개월이 걸렸다. 이 정도 행정력을 투입해 얻은 결과에 대해 청와대 개입 없이 통계청이 스스로 미공표 결정을 내렸다는 우 전 청장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통계청은 새 지니계수 공표를 논의한 실무회의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았다며 제시하지 못했다.

국감장에서는 “새 지니계수를 뺀 이유를 문서로 남겨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통계법에 따르면, 작성한 통계는 지체 없이 공표해야 한다.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통계 신뢰성이 낮아 혼란이 우려될 경우 등에 한해 통계청장 승인하에 공표하지 않을 수 있다.

우 전 청장은 통계 공표 이전 청와대에 새 지니계수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공식 명칭은 ‘사전협의’다. 통계청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계 공표 최소 일주일 전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자료를 사전 제공해왔다.

하지만 김대기 실장은 논란을 피해 갔다. 국감에서 김 실장 증인 채택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으나, 여당 반대가 거셌다. 결국 우 전 청장만 증인으로 채택됐고, 국회에 출석해 방패막이 노릇을 한 것이다.

김 실장과 우 전 청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던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김 실장은 윗선이니까 여당에서 끝까지 막아낸 거고, 우 전 청장이야 이미 끈이 떨어진 상태이니 ‘누군가는 나가서 방어해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에서 출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실장이 역대급 통계 왜곡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가 전임 정부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역설적이라고 박 전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MB 정부에서는 새 지니계수뿐 아니라 통계 조작 논란이 워낙 많았다”며 “돈과 시간을 들여 녹색성장 관련 지표를 쏟아냈지만, 신뢰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박근혜 정부에서 폐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대기 실장, 저간 사정 모르지 않을텐데”
윤 정부 무리한 조사에 “부적절” 비판 제기


윤 정부 감사원이 최근 통계 왜곡 조사에 나선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문 정부가 주요 경제 지표를 조작했다고 보고 감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계청·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통계 담당 직원 PC에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통계 왜곡 정황으로 ‘집값 11% 상승’ 발언이 거론된다. 2020년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감정원 통계를 인용해 “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오른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는데, 실제 상승률은 더 높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통계 조사·발표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근거로 통계청장 교체 과정을 문제 삼는다. 2018년 8월 황수경 당시 통계청장이 취임 13개월 만에 강신욱 청장으로 교체됐다. 황 전 청장 임기 때 발표된 통계가 소득격차 확대로 나타나자 청장을 교체했고, 이후 지표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교체 당시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역대 통계청장은 대체로 임기 2년을 채운 데 반해, 황 전 청장은 임기가 짧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대기 실장의 통계청장 임기가 13개월로, 황 전 청장과 같다는 건 묘한 우연이다.

감사원은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박원석 전 의원은 “최근 윤 정부가 문제 삼는 부동산과 소득 통계는 표본이 달라서 조사 간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책적인 비판은 가능하겠으나, 전방위적인 감사와 조사는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장·경제수석·정책실장까지 지낸 김 실장이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윤 정부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온다는 건 김 실장이 공세에 앞장서고 있거나 적어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2.1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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