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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 이전 추가 비용, 용산구민 혈세까지 끌어 썼다

집무실 가로등 정비부터 ‘국빈 이동 노선’ 경관 향상까지 추경 집행...구 “서울시, 행안부에 예산 요청”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박희영 용산구청장 취임 뒤 용산구가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에 따른 ‘맞춤’ 예산을 대거 편성하고,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실 주변 가로등 정비부터 대통령실 주변 도로 공사, 한남동 관저 일대 제설 지원 등에 수억 원 대의 용산구 주민 혈세가 쓰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경호를 이유로 예정에 없던 예산 협조를 요청했고, 용산구는 적극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해 부가 지출을 감행했다.


23일 민중의소리가 2022년도 용산구 추경안과 집행내역, 용산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용산구의회를 통과한 597억 원대 규모의 용산구 추경안엔 이례적으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과 관련된 사업 예산들이 반영됐다. 지난 7월 박 구청장 취임 뒤 용산구가 올해 처음 편성한 추경이었다.

대표적으로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 소속 도로과는 대통령 집무실 주변 가로등 유지관리를 위해 총 4억 8,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이 중 3억 원을 추경으로 메웠다. 용산구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15조(국가기관 등에 대한 협조 요청)를 추진 근거로, 즉 해당 추경 편성 배경에 대통령실의 요청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사업 계획서에는 ‘구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끼워 넣었다.

구는 대통령 집무실 주변 가로등 관리에 추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며 “구민의 야간 통행 안전”과 “대통령 집무실 주변 가로등을 정비·개량해 야간에 밝은 도로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함”을 거론했다. 지난 10월 용산구의회 예결위 회의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주변 가로등 정비를 구의 예산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부적절성이 지적됐지만, 구 측은 방어에 급급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영호 구 도로과장은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의 가로등이 구민 통행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백준석 용산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물음에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는 안쪽이지만, 집무실 가는 데(진입로에) 가로등이 전혀 없는 걸로 안다”며 예산 확보 필요성을 주장했다. 구는 현재까지 가로등 유지관리 예산의 총사업비 중 64.4%(약 3억 936만 원)를 집행한 상태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가로등 정비 관련 용산구의 추경 사업 설명서 ⓒ용산구 2022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 세부사업설명서

도로과가 추경으로 편성한 ▲관내 도로포장을 위한 예산 6억 원 ▲도로시설물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 2억 원은 대통령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주변 정비를 주목적으로 한다. 이들 예산 역시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추경이 편성·집행됐다.

대통령실이 용산구의 도로 보수 예산을 끌어다 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용산구는 이미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올해 본예산에 있던 ‘도로 유지 보수’ 명목 예산 15억 원 중 1억 8,000만 원을 떼 대통령 관저 도로 공사에 지출했다.

대통령 관저 주변 통행을 위한 제설 작업도 구의 몫이 됐다. 용산구는 지난 7월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한남동 일대 동절기 제설 지원 요청’을 받고, 구비 100%로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제설 대책 사업용으로 총 2억 9,000만 원의 추경이 편성돼 이행 절차에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한남동 관저 ⓒ민중의소리

대통령실 이전 항의 현수막 제거, ‘국빈 이동로’ 미화 비용도 추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용산구의 출혈은 대통령 집무실·관저 단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에 따라 늘어난 각종 항의성 현수막, 벽보를 처리하는 일 등 주변 관리에 필요한 비용도 용산구 살림살이에서 빠져나갔다.

김철화 구 건설관리과장은 10월 용산구의회 예결위 회의에 참석해 “금년도에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구로 오면서 위법 광고물이 굉장히 폭증하고 있다. 이쪽저쪽에 많이 게첩 되다 보니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실태”라며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용산구 건설관리과는 지난 3월 작성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용산 이전에 따른 문제점 및 대응 방안’ 문건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불법 노점 및 적치물 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가로 관리 단속 분야 인력 충원 ▲불법 광고물 정비 주말·야간 특별단속 소요 예산 등의 필요성을 적시했다.

이후 추경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늘어난 불법 광고물 단속 등을 위한 5,530만 원대 예산이, 불법 노점 및 적치물 단속 업무 확대 등을 위한 2,450만 원대 예산이 편성됐다.

나아가 용산구 공원녹지과는 최근 3년간 예산 편성 내역과 비교해 전례 없는 규모의 공원 유지관리 예산을 추경으로 마련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맞물려 인근 공원 재정비에 투입된 예산으로 해석된다.

용산구청 공원녹지과가 지난 3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대응 방안을 위해 작성한 문건 일부. 대통령 집무실 인접 도로 경관 향상 필요성이 언급돼 있다. ⓒ용산구청

공원녹지과는 지난 3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업무 추진 사업 대응 방안’을 마련하며 대통령 관저(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와 연접한 응봉근린공원이 “산책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공원 시설이 노후돼 정비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삼각지어린이공원 또한 시설 노후화로 “공원 전체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통과하는 이태원로와 한남대로 미관을 위해 ‘일대 가로수 및 띠녹지 정비’ 관련 지불도 대비했다. 특히 공원녹지과는 “대통령 집무실 인접 도로로 국빈 방문 등 주요 국가 행사 시 주요 이동 노선으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로 경관 향상”을 위한 예산 확보 필요성을 명시했다.

이후 구는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삼각지어린이공원 정비공사에 3억 원 ▲기와터 근린공원 등 근린·역사 공원 정비에 3억 8,500만 원 ▲서빙고로51길 가로수 보호판 교체 및 신규 설치에 5,000만 원 등 추경을 편성해 상당수 집행했다. 용산구가 지난 2020년에는 공원 유지관리에 추경을 편성한 일이 없고, 2021년에는 관내 구역을 통틀어 공원 관리 명목으로 2억 2,500만 원 추경을 편성한 사실과 비교하면 올해 추경은 두드러지는 규모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및 신용산역과 삼가지역을 잇는 주변 전경. (자료사진) ⓒ뉴스1

용산구 “서울시, 행안부에 ‘예산 달라’ 요청”
추가, 추가 또 추가...끝없이 늘어나는 이전 비용


용산구는 올해 갑작스러운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으로 추경 편성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있던) 종로구랑 저희랑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로는 이미 청와대가 있었고, 우리는 올해에 (대통령실이) 왔다”며 “저희도 환경이 바뀌니까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과 관련해 추가 비용이 필요한 때에는 계속 서울시나 행정안전부에 ‘예산을 달라’고 국·시비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대통령실 관련 구의 예산 사용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요청이 있다면 그때 검토할 일”이라면서도 “그쪽도 변화된 여건에 따라 나름대로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도 구의 본예산에는 (대통령실)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비용은 496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해 왔다.

추가 비용이 없을 것이라던 윤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집무실·관저 공사 등 각종 이전 비용에 행안부, 국방부, 경찰청 등 다른 정부 부처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용된 예산은 최소 306억 원에서 400억 원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숱한 논란에도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대통령실 영빈관을 신축하려 했다가 ‘878억 원’ 비용 논란에 결국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편 박 구청장이 이끄는 용산구는 예산 지원뿐 아니라 다각도로 대통령실에 대해 조력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신년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신설도 예고했다. 구는 각종 부서를 폐지하고 재배치해 핵심부서로 ‘기획조정실’을 신설할 계획인데, 기조실 소속으로 대통령 집무실 관련 업무 협력을 총괄하는 ‘대외전략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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