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노조탄압 신호탄, “건설노조 지부는 사업자” 결론 내고 과징금 폭탄

건설노조 “공정거래법으로 노조 규율? 노조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항소 예고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사진.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산하 지부를 '사업자 단체'로 단정하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특수고용노동자인 건설기계 노동자를 '사업자'로, 이들이 구성한 노동조합을 '사업자 단체'로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노조 활동을 판단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활동이 불법으로 내몰리게 된다. 건설노조가 공정위의 개입을 '신종 노조 탄압'으로 규정한 이유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를 건설 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레미콘 운송 중단, 건설기계 운행 중단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는 지난 21일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당시 전원회의 안건에 올랐던 대상은 지난 2020년 부산 지역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2건의 사건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간부들이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현장에서 배제(거래거절)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레미콘 운송과 건설기계 운행 중단 계획을 통보 및 실행했으며, 결국 건설사가 한국노총 조합원과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공정위가 설명한 두 사건의 공통된 골자다. 이런 사실은 민주노총 건설노조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노조에 따르면, 한 현장의 경우 건설사와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 교섭)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파업을 풀려고 하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섰고, 결과적으로 건설사가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계약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이를 사실상의 임단협 과정 방해로 판단해, '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가로막는 이들을 고용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현장에서는 부산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이 부당한 사유로 계약 해지를 당했고, 이에 대한 복직을 요구했다는 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부산·경남·양산·김해·진해 지역의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14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는 회사에서 레미콘을 실어 건설 현장까지 운반하는 1회 운송단가를 기존 평균 4만2000원에서 5만 8000원으로 인상을 주장했다. 자료사진. 2020.5.14 ⓒ뉴스1


이번 공정위 처분의 핵심은 특수고용노동자인 건설기계 노동자를 사업자로 보고, 사업자와 사업자 단체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건설기계 노동자를 사업자로, 이들이 조직한 노조를 사업자 단체로 단정해 규정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건설노조는 노조법에 따라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적법한 노조다. 건설노조는 토목건축분과위원회, 건설기계분과위원회, 전기분과위원회,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등 4개의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공정위는 법적으로 노동자도 아니고, 개인 사업자도 아닌 특고노동자의 애매한 처지를 악용해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고이지만, 사업자로서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거나, "노동조합 여부와는 별개로 사업자단체"라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고용보장 등 건설노조의 요구는 노조법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가 아닌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특정 사업자에 대해 거래를 거절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특고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규율할 경우 노조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임금(표준임대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사업주단체가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로 공정위 제재 대상이 된다. 이번 부산건설기계지부의 사례처럼,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것도 공정위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사측이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을 대놓고 기피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의 비조합원만 고용하려고 할 때 이에 항의하고, 단체 행동을 하는 것도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공정위는 이 같은 노조 활동을 문제 삼고 총 5건의 사건을 조사 중이며, 예상되는 총 과징금 액수만 수십억에 달하는 상황이다.

건설노조는 공정위 제재 결과가 나온 후 입장을 내고 "그렇다면 노조가 해도 되는 것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건설노조는 "특고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상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특수고용 건설기계 노동자와 기꺼이 교섭을 할 사용자는 없다. 노조법에도 특고노동자와 교섭하라는 내용도 없기 때문"이라며 "관행도 없고 제도도 없으니, 고용에 차별을 두지 말고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충돌이 거칠게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충돌을 지양하고 갈등을 해소할 제도를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정부는) 오늘 공정위를 통해 집단적으로 권리를 추구하는 행위를 불법화하고, 탄압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며 "오늘 공정위의 결정은 노동자로서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노조법을 통한 제도적인 집단적 권리 행사까지 막힌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장의 변덕과 사용자의 압력 앞에 무력하게 있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공정거래법을 따르면 노동조합으로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다 못하게 하겠다는 게 이번 판결의 함의"라며 "이번 전원회의 결정은 1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