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고발사주 증거 인멸·조작의 의미

포렌식 방해 앱에도 불구하고 복원된 자료...“검사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2021년 9월 8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직접 해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의철 기자

최근 일부 검사들이 ‘고발사주 사건’의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고 조작한 정황이 법원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발사주가 처음 폭로된 날 밤, 사건에 연루된 검사가 몸담았던 부서의 컴퓨터가 포맷되는 영상이 복원되고,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무혐의 근거 중 하나로 삼은 포렌식 담당수사관 면담보고서가 실제 면담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된 정황 등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이른바 ‘검언유착’과 함께 보자면, 단순히 파편화된 일개 ‘사건’으로 규정짓기 힘들다. 검찰개혁에 대한 집단반발과 표적수사, 검언유착·고발사주 그리고 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해와 증거 인멸·조작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는 정당하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주권재민의 민주적 원리에 반하면 쿠데타, 역모가 되는 것”이라고 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비판이 떠오르게 한다.

고발사주의 발단, 검언유착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상진 차장검사 등과 대화하고 있다. 2021.10.18. ⓒ뉴시스

비밀번호 끝까지 알려주지 않은 한동훈
수사·감찰 방해한 검찰총장

“쇼 하지 마” “눈에 뵈는 게 없냐”

고발사주 사건은 ‘검언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고발사주를 이해하려면 검언유착과 이를 무마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검언유착’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보도되기 시작한 2020년 4월 총선 직전에 이루졌다. 검언유착은 채널A 기자 A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자신의 관계를 과시하며 금융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한 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도록 강요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그해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A 씨가 카카오톡·문자·전화통화·보이스톡 등으로 327번에 걸쳐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채널A가 그해 5월 공개한 진상보고서에는 A 씨가 후배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동훈이) 일단 그래도 만나보고 나를 팔아 막 이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등 A 씨와 한동훈 당시 검사장이 여러 대화를 나눈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만 풀면 공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2개월 동안 시간만 끌다가 2022년 4월 6일 무혐의처분 했다. 핵심 증거인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풀지도 못 했고, 포렌식도 실패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검사장은 끝내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놓고 한 검사장은 “희대의 없는 죄 만들어내기”라며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권력과 언론의 유착)이라고 반발했다.

수사가 흐지부지 된 데에는 ‘감찰·수사 방해’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언유착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수사를 방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2022년 5월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단순히 측근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몇 가지 행동을 보였다”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언유착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보고했을 때 윤 총장이 보인 행동을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보고에 “쇼하지 말라”고 윤석열 총장은 답했다. 또 당시 윤석열 총장은 해당 사건을 자신의 친위대 격인 인권부로 사건조사 주체를 변경하라 지시했는데, 한동수 부장이 “감찰부에서 병행하겠다”고 하자, 윤 총장은 “병행?”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에게 접근했다. 한동수 부장은 그때 상황을 “위협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성윤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2022년 12월 16일 비슷한 증언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성윤 위원은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할 당시 윤석열 총장으로부터 “눈에 뵈는 게 없냐?”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윤 총장이 전화기 너머로 거친 말과 함께 이같이 소리쳤다며, 그는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런 이유 등으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그리고 추 장관은 감찰담당관실의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2020년 11월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감찰결과 확인된 혐의는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수사 방해와 판사사찰 등이었다. 이 혐의들은 모두 검사징계위원회에서도 인정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탄압받는 검사’가 된 것처럼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2021년 10월 14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2개월 정직)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징계처분이 약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법원도, 윤 총장의 한동훈 검사장 수사·감찰 방해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27 ⓒ민중의소리

‘한동훈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
법무부 승소 이끈 변호사들 모두 해임
감찰담당 검사 노부모 집 압수수색 등
윤석열 감찰 절차적 하자 찾기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됐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한 일은 검언유착에 연루됐던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한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한동훈 장관 임명은 이해충돌 사안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법무부가 ‘한동훈을 감싸다가 징계처분을 받은 윤석열’과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 자리에 한동훈이 앉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이 되자마자,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제기한 징계취소소송에서 법무부의 승리로 이끈 변호사들을 차례로 해임했다. 이에 한동훈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받은 징계를 무산시키기 위해 ‘패소할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 한쪽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수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1심 법원의 판단을 이끈 증거자료 수집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보수단체(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줄여서 ‘한변’)의 고발 건을 검찰이 갖고 와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 의혹은 이미 검찰에서 한 차례 수사에 나섰다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다. 한변이 항고하자, 검찰은 이를 근거로 재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우영 부장검사)는 2022년 8월 4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과 중앙지검 기록관리과 압수수색에 나선 데 이어, 8월 29일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업무를 담당했던 박은정 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추석연휴 사흘 전인 9월 6일 박은정 검사의 친정 노부모 거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같은 해 12월 16일 형사5부는 검언유착 관련하여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했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계속 드러나는 고발사주 증거 인멸·조작 정황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가 첫 실명 인터뷰에 나섰다. ⓒJTBC 뉴스룸 캡처

검언유착 등 무마하려 고발사주?

고발사주도 검언유착 사건과 비슷한 시기인 2020년 총선 시기에 벌어졌다. 다만, 고발사주는 검찰이 검언유착 등의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건으로 보인다. 검언유착을 보도한 MBC 기자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 등을 고발해 달라고 검찰이 여권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고발사주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2021년 9월 2일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버스’가 조성은 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단독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뉴스버스 보도와 조성은 씨 증언 등에 따르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는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검찰출신 미래통합당 후보 김웅 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윤석열·한동훈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검언유착 보도 MBC기자와 여권인사 등을 고발하는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받았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남부지검에 내라고 한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조금 위험하다” 등의 주문을 받았다. 당시 고발장을 전달한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 표기돼 있었는데, 여기서 손준성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있는 손준성 검사였고, 이는 녹취록과 텔레그램 기록 그리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수사 등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이 고발장을 작성해서 윤석열·한동훈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들과 윤 총장에게 비판적인 여권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한 셈이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를 기소하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공수처는 고발사주가 이루어지던 시기 고위공직자가 아니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수사를 넘겼다. 검찰은 공수처 수사를 뒤집고 김웅 의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데 최근 고발사주 사건 재판 과정에서 믿기 힘든 증언이 나오고 있다.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자료사진. ⓒ뉴시스

고발사주 최초보도 날, 컴퓨터 포맷한 검찰
휴대전화서 ‘안티포렌식앱’ 설치기록 나와
기록이 복원되자, 깜짝 놀란 검사


2022년 12월 19일 고발사주 5차 공판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뉴스버스의 단독보도가 있던 2021년 9월 2일 밤 8시 16분부터 8시 45분까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는 사무실 컴퓨터 포맷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불과 13일 전인 8월 20일 대검 정보통신과에서 장비 개선 차원에서 컴퓨터 25대를 모두 교체해 줬는데, 이날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가 컴퓨터를 갑자기 포맷한 것이다. 포맷방식도 일반적인 포맷방식과 다른 방식이었다. 이는 고발사주 5차 공판에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 B 씨의 증언을 통해 나왔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은 고발사주 당시 손준성 검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포맷작업을 하는 영상이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다가 나왔다니, 당일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 포맷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언론보도로 고발사주가 폭로되기 시작하자, 검사가 야근까지 하면서 증거를 인멸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 검사의 휴대전화에서는 ‘안티포렌식 앱’을 여러 차례 설치한 기록도 나왔다. 수사관 B 씨는 공판에서 “일부 자료가 복구됐는데, 검사가 깜짝 놀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가 들통난 이 검사는 2020년 당시 손준성 검사와 함께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근무한 인물로 알려졌다.

고발사주 공판에서 드러난 검찰의 증거 조작·인멸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12월 5일 이루어진 공판에서는 검찰이 조성은 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수사관의 면담보고서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공판에서 손준성 검사 측 변호사는 면담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수사관에게 ‘손준성→김웅→조성은’으로 이어지는 고발사주 고발장 전달 경로에서 제3자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이희동 부장검사와 대화를 나눴냐고 물었다. 손준성 검사 변호인이 이를 물은 이유는, 검찰이 3자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해당 면담보고서를 증거 중 하나로 김웅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논리로 손준성 검사를 변호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의 답변은 기대와 달랐다. 수사관은 그런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일관되게 답했다. 공판에서 공수처 측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는데, 수사관은 면담보고서의 내용처럼 답한 적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면담보고서는 이희동 부장검사와 수사관의 대화를 문답식으로 기록됐다. 수사관은 문답의 내용 중 핵심이 되는 부분은 자신이 말한 적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희동 부장검사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결론 관련 의혹 수사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0년 1월 법무부(당시 추미애 장관)가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 남겨달라고 마지막까지 요청했던 검사 6명 중 1명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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