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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청 교섭의무 인정한 법원 판결, 노조법 개정 필요하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조합의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번째 판결이다.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12일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원청 택배회사 중 하나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하청인 대리점과 계약을 맺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었다.

이번 판결은 원청기업을 하청노조의 교섭상대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청, 파견, 특수고용, 플랫폼노동 등 간접고용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원청기업의 단체교섭 의무 여부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표현대로 ‘진짜 사장’이 교섭테이블에 나오는 문제가 결정적이다. 하청기업들은 교섭에 응하더라도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원청은 교섭의무가 없다며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결정권이 없는 하청기업에만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시키면 하청노동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직접적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결정권’이라는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이 이번 판결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방노동위부터 중앙노동위, 법원까지 수년간 행정·사법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원청기업에 교섭 의무를 지울 수 있었다. 이런 소모적 방식은 이제 끝내야 한다. 법을 바꾸면 된다. 법원이 판단한대로 노조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자의 노동조건, 수행업무 또는 노동조합 활동 등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로 바꾸면 된다. 사법부가 판단한 만큼, 이제 국회가 나설 때다. 이미 제출돼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시급히 처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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