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현재 롯데케미칼 상무를 맡고 있는 자는 ‘은둔의 3세 경영자’라는 별칭을 달고 다녔다. 분명 신동빈 회장에 이어 롯데그룹 3세 승계를 할 것이 분명한데도 30대 중반이 되도록 이 사람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물이 연초 드디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모양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 3세 승계자가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는 소식. 이 자는 조만간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까지 참여해 본격적인 3세 승계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소식을 듣고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언론이 그의 이름을 ‘신유열 상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귀화한 전 국가대표 안현수도 현재 국적인 러시아의 이름 ‘빅토르 안’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상식인 판에 왜 신동빈의 장남은 굳이 신유열이라고 적는가? 사람 이름은 그 사람의 국적에 표기된 이름을 따르는 게 정상 아닌가 말이다.
내가 이 칼럼 서두에 이 3세를 계속 ‘이 자’ 혹은 ‘이 인물’로 지칭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의 이름은 신유열이 아니다. 그는 현재 일본 국적의 일본인이며 정확한 이름은 시게미츠 사토시(重光聡)다.
병역 면제율 100%에 이르는 가문
우리나라는 참 웃긴 나라인 게, 돈이 많을수록 군대를 안 간다. 재벌들의 병역 면제율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은 평균 6.4%다. 그런데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33%로 껑충 뛴다.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면제율이 5배 이상 높아진다.
그리고 이 수치는 10대 재벌로 대상을 좁히면 56%로 치솟는다. 돈이 많을수록 면제율이 높아지는 셈인데 그렇다면 한국 재벌 1위인 삼성으로 대상을 국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삼성 가문의 군 면제 비율은 73%나 된다. 10명 중 7명이 군대를 가지 않는 기적이 삼성 가문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객관식 문제 푸는 일에 기계적인 소질을 보이는 사람들은 문제를 찍을 때에도 요령이 있다. 잘 모르면 일단 3번을 찍어야 한다. 3번이 너무 많이 나왔다 싶으면 2번이나 4번을 찍는다.
그래서 대충 한국 재벌들의 악행(惡行)을 먼저 이야기한 다음 “이게 어느 가문의 나쁜 짓이게요?”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잘 모르면 “삼성!”이렇게 답을 하면 거의 정답이다. 웬만한 나쁜 짓은 삼성이 다 1등이거든.
삼성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 그 다음은 “현대!” 이렇게 찍으면 된다. 특히 창업주 정주영이 살아있던 시절 노동 탄압과 관련된 문제가 나왔다면 이때 현대의 정답률은 삼성을 뛰어넘는다. 즉 재벌 악행에 관한 문제에서는 대충 삼성이나 현대 둘 중 하나 찍으면 크게 틀릴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병역 면제율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무려 면제율 73%를 자랑하는 삼성이 1위 그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분야의 1등이 어디일까? 바로 오늘 이 칼럼의 주인공 롯데그룹이다. 롯데가문의 남자들은 병역 면제율이 무려 100%를 자랑한다.
그런데 사실 병역 면제율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롯데가문 남자들은 단 한 번도 병역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일본에 건너가 일본에서 사업을 한 창업주 신격호는 당연히 군대에 간 적이 없다.
그의 장남이자 현재 경영권 분쟁에서 패해 2선으로 물러난 신동주는 20대까지 신동주가 아니라 시게미츠 히로유키(重光宏之)라는 일본인이었다. 현재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도 20대까지 신동빈이 아니라 시게미츠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일본인으로 살았다.
이 둘은 40대가 된 이후 귀신같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더 이상 군대에 갈 필요가 없는 나이가 되고나서야 말이다.
신동빈의 아들도 우리 언론이 굳이 신유열이라고 적어서 그렇지 그는 신유열이 아닌 시게미츠 사토시다. 도대체 자기 이름이 시게미츠 사토시면 “나 시게미츠 사토시요”라고 하면 될 일이지 굳이 “나 한국 이름이 신유열이요”라고 하고 다닐 일이 뭔가?
한국인인 척 하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도 일본 이름 하나 가지면 일본인인 척 할 수 있겠다. 이왕 생각난 김에 일본 이름이나 하나 지어볼까? 내 일본 이름은 ‘닥쿠앙 잇빠이 구다사이’로 하면 어떤가?
일본 기업이건 달나라 기업이건
내가 이 문제를 진짜 웃기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롯데가 스스로 “우리는 한국 기업이다”라고 박박 우기기 때문이다. 아니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다들 다국적 기업이라는 명분 아래 글로벌 경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박박 우긴다. 그래,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나오니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는 그룹의 오너 일가는 왜 병역이 면제될 나이까지 일본인인 시게미츠 가문으로 살다가 병역 면제가 확정되면 그제야 신 씨인 척을 하나?
더 혐오스러운 이야기를 해보겠다. 서울에 사는 독자분들 중에는 송파구 잠실에 있는 거대한 롯데타워에 3.1절이나 광복절쯤 엄청난 크기의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얘들이 “대한 독립 만세!” 뭐 이런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그리고 그 대형 현수막 거는 데 돈이 얼마 들었다고 자랑하는 보도자료도 뿌린다.
오너 일가는 군대 가기 싫어서 시게미츠로 살면서 대한독립 만세라고? 이 XX들이 진짜 장난하나? 대한독립 만세는 우리 민중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외쳤던 구호였다. 그 구호를 시게미츠 가문이 감히 서울 상공에서 외치는 게 맞는 일이냐?
나는 롯데가 한국 기업이건 일본 기업이건, 그게 아니고 심지어 달나라 기업이라 해도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에 수출 많이 하고, 나도 외국 수입품 많이 사서 쓴다. 그런데 군대 가기 싫어서 시게미츠로 살던 자들이 30대 후반만 되면 재깍 한국 국적 획득해 “나 한국 사람이에요” 이러는 게 많이 웃기지 않냐는 거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드디어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는 롯데가 3세 시게미츠 사토시 씨? 혹시 조국을 위해 군대를 갈 생각은 없으신가? 없으시니까 아직도 시게미츠 사토시로 살겠지? 에라이, 그런 놈들이 독립 만세를 운운하며 애국심 마케팅을 하고 자빠져 있어? 작작 웃겨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 땅을 치고 울고 계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