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처리된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경찰로 이관된 대공수사권을 다시 복원할 태세다. 내년 1월 1일을 시한으로 대공수사권을 잃는 국정원이 최근 여러차례 이와 관련된 언급을 내놓으며 부정적인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대공수사는 북한 무인기 대응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로서 이를 약화시키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대통령실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그러면서 법 개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한 방법으로 이를 시정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히는 모양새인데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 12일 열린 여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예 선제적으로 '간첩은 국정원이 잡아야 한다'고 지르며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반대를 분명히 했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놓지 않기 위해 공안 사건을 부풀리거나 간첩단 사건으로 무리하게 비화시키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근래까지 국정원은 제주·창원·전주 등에서 진보단체 인사를 대상으로 잇따라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북한 지령문 수수 운운하며 대형 사건의 탄생을 예고했는데 속을 들여다 보니 여러모로 조작의 흔적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말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사건이라면 압수수색과 동시에 체포자나 구속자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보수언론의 낯뜨거운 간첩 보도만 줄을 잇고 있어서다. 조선일보이나 동아일보 등의 보수언론은 이 사건을 연속보도하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양 반대에 한껏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시 말해 요란스럽게 시작한 이 사건의 배경에도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양 반대를 위한 여론전의 포석이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대공수사권 문제만이 아니라 국정원은 여러 면에서 '빅브라더'가 될 심산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한다면서 신원검증센터를 신설하더니 경제협력단이란 조직을 또 설치하면서 광범위한 기업정보 수집에 나서고도 있다. 머지 않아 민간인 사찰 논란의 중심이 될 게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의 책임자가 대통령실로 들어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과거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며 설치한 정보기관이 권력의 충실한 앞잡이가 되어 애꿎은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든 사례는 많다. 그러나 그 결말은 국민의 준엄판 심판이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거꾸로 가는 국정원이 분명해진 이상 야당과 시민사회도 어떻게 이를 저지할지 지혜와 행동을 제대로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