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준성 검사 측이 지난 12월 19일 공판 관련 일부 언론의 증거인멸 정황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했다.
고발사주에 관한 첫 보도가 나온 날, 손준성 검사가 몸담았던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A 검사 사무실 컴퓨터 저장장치가 포맷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과 사진이 A 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 과정에서 복원된 바 있다. 손준성 검사 측 주장은 이 영상의 내용이 문제의 컴퓨터를 포맷하는 게 아니라, 포맷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영상으로 자신은 이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손 검사 변호인 측의 주장처럼, 포맷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은 변함없어 보인다. 감찰부에 컴퓨터 저장장치를 제출하기 전에 포맷이 잘 됐는지 확인했다는 게 되기 때문이다. 또 A 검사의 휴대전화에서 공교로운 시기에 포렌식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안티포렌식 앱’이 여러 차례 설치됐던 사실이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세 차례, 여러 버전 포렌식 방해 앱 설치한 검사 그런데도, 복구된 영상·사진 포맷 영상 아니더라도 증거인멸 의혹 사라질까?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6차 공판에서, 손준성 검사 측 변호인은 “가급적 심문을 마친 증인에 대해서는 변론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수사관 B의 증언 관련해서 증언 이후 언론보도나 정치권 논평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일부 증언 관련해서는 고발까지 되고 있어 말을 안 할 수 없다”라며 “일부 언론이 (2021년) 9월 2일 (첫) 고발사주 보도 이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 25대에 대해 보도했는데, 명백한 오보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고발사주 5차 공판에서는 수사정보정책관실 A 검사가 고발사주 의혹 증거를 인멸한 여러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당일 공판에는 고발사주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 B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는데, A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다가 복원한 영상과 사진 그리고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
당일 수사관 B 씨의 증언과 공판 담당 공수처 검사의 질문을 종합하면, A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했더니 여러 버전의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기록이 확인됐다. 그것도 매우 공교로운 시기였다. A 검사는 고발사주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판사사찰 의혹’으로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날인 2020년 11월 25일 처음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또 2021년 1월 다른 버전의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가, 2021년 9월 11일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 관련해서 손준성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로 다음 날 또 다른 버전의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A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자 일부 파일과 기록이 복구됐고, 그중에는 ‘2021년 9월 2일 고발사주 의혹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날 밤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의 저장장치 SSD를 떼어내서 다른 컴퓨터에 설치 후 포맷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과 사진’도 있었다. 이를 증언한 수사관 B 씨는 파일이 복원되자 A 검사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공교로운 시기에 여러 차례 여러 버전의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기록이 나온 점, 수사정보정책관실 컴퓨터를 포맷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영상이 복원됐다는 점을 토대로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언론보도로 고발사주에 관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니, 손준성 검사 측 변호인이 공판을 지켜보는 기자들을 향해 “오보”라고 말한 것이다.
손 검사 측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2021년) 8월 6일 노후 PC 25대에 대해 정보통신과에 교체를 요청했고, (이는) 3년 주기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해) 8월 20일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자체적으로 PC 25대에 대한 일괄적인 교체작업을 했다. 이때 A 검사 등은 기존 컴퓨터 (저장장치) SSD를 포맷 후 보관하거나 또는 수정PC에 재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9월 2일 고발사주 보도가 있으니까, 김오수 (검찰)총장이 기존 PC SSD를 감찰부에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감찰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직접 제출한 것도 있고, (SSD) 이것을 (PC에) 다시 붙여서 확인한 것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문제가 된 A 검사는 8월 20일 이미 SSD를 포맷했고 이걸 확인하기 위해 다시 PC에 연결하면서 본인이 촬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 검사 측 주장을 요약하자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저장장치는 9월 2일 고발사주 첫 보도 전 이미 포맷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A 검사는 포맷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SSD를 다른 컴퓨터에 연결해서 확인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다만, 손 검사 측 주장을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또한 의심스러운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감찰부에서 제출하라고 한 컴퓨터 저장장치를 포맷이 잘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 A 검사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포렌식을 방해하는 여러 버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기록이 확인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정황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공수처 측이 손준성 검사 측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공수처 검사는 “방금 전 A 검사가 포맷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했다는 부분은, 우리가 증거로 신청한 증거 어디에도 그런 진술자체가 나와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손준성 검사 측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사실관계를 다투자는 것은 아니고,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법정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손준성 검사 측은 수사관 B 씨의 증언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B 씨가 지난 공판에서 불가피하게 자신의 의견을 일부 밝힌 부분이 있는데, 공판 과정에서 검찰수사관은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증인의 증언을 공격했다. 이는 앞으로 공판 과정에서 증인들이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