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 대표를 ‘깡패 배후’로 지목한 한동훈 장관의 오만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6일 “국민들이 진짜로 궁금해하시는 것은 민주당이 말하는 ‘깡패 잡아오는 배후’가 아니라 ‘깡패 배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깡패’는 송환 중인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을 의미하고 ‘깡패 배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언은 한 장관이 고위 공직자로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회 법사위에 정부위원 자격으로 출석하면서 출입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었다. 한 장관은 작심하고 준비한 말들을 쏟아냈고 그 자리에서 현직 야당 대표를 ‘깡패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한 장관은 “단순한 범죄수사”라고 일축했지만 공직자의 부적절한 정치개입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유죄가 인정된 바 없는데 피의자를 상대로 깡패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적절하지 않고, 나아가 ‘깡패 배후’라는 말은 더 위험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깡패’는 정치인과 유착관계를 맺고 잇속을 챙기는 정치깡패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안기부(현 국정원)의 배후 조종으로 야당 당사에 난입해 불을 지르고 폭력을 일삼았던 '용팔이 사건'에나 쓰는 말이다. 그러니 여기에 깡패 배후라니 그야말로 무시무시하다.

한 장관의 발언들은 그가 법무부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 즉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개입하여 전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민주당을 상대로 “맥락에 맞지 않는 공허한 음모론이나 힘자랑 뒤에 숨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났다”며 “이제는 팩트와 증거로 말하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수사상황들을 직접 보고받고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현행법상 법무부장관은 오직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를 행사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개입이 일상화되었다는 정황증거다.

한 장관이 야당 대표를 상대로 이토록 함부로 말하고 거칠게 대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위임 때문만은 아니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과 이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한통속이 되면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이들의 눈으로는 모든 정치인은 잠재적 피의자이고 야당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단순' 범죄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국민 눈으로는 명백한 정치수사인데도 ‘깡패 잡는 게 우리 임무’라는 왜곡된 소명의식만 난무한다. 한 장관의 오만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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