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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실언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듣는 이들을 당혹하게 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말은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UAE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가 주류를 이루는 이슬람 국가로 종교적·정치적 갈등을 겪어왔다. 3개 섬을 둘러싼 영토 갈등도 있다. 2016년 이란-사우디 관계가 악화하자 UAE는 같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의 편을 들어 외교관계를 격하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UAE 입장에서 이란은 주요 교역 상대국이고 최대 재수출 시장이다. 양국간 경제 협력은 꾸준하다. 나아가 천만 명의 UAE 인구에서 시아파 교도는 적지 않다. UAE에 거주하는 이란인만 4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21년 말에는 UAE와 이란의 고위급 교류가 재개됐고 작년 8월에는 다시 대사급 외교관계가 복원됐다. 이런 상황에서 "UAE의 적이 이란"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다.

한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해 이런 발언을 하는 것도 황당하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현재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매우 저조하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이전까지만해도 양국의 교역관계는 작지 않았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만 7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이란은 인구가 9천만명에 가까운 중동의 맹주 국가 가운데 하나다.

물론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사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이렇다할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말에서 실수가 잦다는 건 알려질만큼 알려진 일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현지에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했으니 그저 그 쯤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실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다극화로 나아가는 세계에서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이란은 지역의 패권국가로 미국과도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중이다.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니, 부끄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는 건 우리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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