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마지막 회의에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여당을 제외한 야3당 합의로 처리됐다.
마지막 회의였지만, 회의는 일부 위원의 폄훼 발언과 국정조사와 상관도 없는 정쟁 발언으로 극한으로 치달았다. 여당 위원들은 위증 혐의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고발하는 건을 이유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여당 위원의 발언처럼, 당초 여당 위원들은 이날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생각이 없었다. 여당 위원들은 여·야 합의 사안과 합의가 안 된 사안을 함께 보고서에 병기하는 식으로 처리하자는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고, 김형동 여당 위원은 작성된 결과보고서 모든 문장을 두고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며 보고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주혜 여당 위원은 야당의 국정조사 활동을 “얄팍한 수작”이라고 폄훼하며 야당 위원들을 자극했고, 야당 위원들이 항의하자 “파행하시라!”며 큰소리쳤다. 조수진 여당 위원은 뜬금없이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논란’을 꺼내면서 또다시 회의는 혼란을 거듭했다.
마지막 회의를 지켜보던 유가족이 의도적으로 파행으로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여당 위원들을 향해 항의하면서, 소란이 벌어졌다. 결국 유가족은 회의장 밖으로 강제로 내보내졌다. 여당 위원 전원도 보고서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여당, 위증 고발 건 이유로 보고서 반대 “얄팍한 수작”이라며 국정조사 폄훼 야당 위원 반발하자 “파행하시라!” 큰소리 야당 위원 “이상민 방탄이 목적인가?” 유가족 “보고서 채택과 무슨 상관이야”
이날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에 관한 회의는 당초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정보다 20분가량 늦게 열렸다. 야당 위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오후 4시 17분쯤 여당 위원들이 도착해서야 회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특위 간사는 “돌이켜보면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여당 소속 위원들이) 인내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특위 위원의 발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노골적인 야유와 항의도 들어야 했고, 때론 (여당) 위원을 쫓아다니면서 항의한 분도 있다.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며 국정조사를 지켜보던 유가족의 항의 등을 ‘인내하기 어려운 일’, 또는 ‘신변의 위협’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런 걸 감내하면서 여기까지 왔던 것은 참사 진상규명·재발방지를 위하는 국민과의 약속,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에 대한 도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회의하는 와중에 언론을 통해 이상민 장관 등에 대해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야당이 여당과 함께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날이 국정조사 마지막 날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동의하지 않은 결과보고서 상정을 미루어달라고 특위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교흥 야당 간사는 “고발 건 관련해서 이만희 간사에게 이상민 장관의 위증에 대한 고발 건이 있고 우리는 고발을 안 할 수 없다는 얘기를 (사전에) 했고, 그동안 국정조사를 수없이 해왔는데 위증 부분에 대해 고발을 안 한 적이 없다”라며 “여당에서 양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응천 위원은 이상민 장관의 발언이 위증이라고 볼 수 있는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작년 12월 23일 행안부 현장조사에서 ‘왜 이렇게 중대본 설치가 늦었느냐’라고 이상민 장관에게 물었을 때, (이 장관의 대답은)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였다. 내 귀를 의심했다. 이분이 중대본·중수본에 대해 철벽방어를 치려고 마음잡았구나 싶었다. 결국 12월 27일 제1차 기관보고에서 다시 물었다. ‘이태원 참사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누구냐’라고 물었다. 그런데 이상민 장관은 두 차례나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따로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시행령이나 대통령의 지시사항까지 언급하면서 행안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 아니냐 했더니, 명백히 ‘아니’라고 답한 바 있다. 1월 16일 제1차 청문회에서 용혜인 위원은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하게 돼 있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은 시행령 위반이다’라고 질의한 데 대해,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명백히 180도 다른 답변을 한 것”이라며 “명백한 위증”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족 명단 관련해서도 12월 27일 1차 기관보고에서 이 장관은 유족 명단은 서울시만 갖고 있고 서울시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명단을 넘겨주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서울시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서울시가 세 차례 걸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1월 16일 제2차 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불완전한 정보를 받긴 받았다, 근데 그건 유족 명단이 아닌 사망자 명단’이라고 말을 바꿨다”라며 사망자 명단에 관한 위증 논란을 지적했다. 조 위원은 “압사 관련해서도 위증으로 보여진다. 지난 1월 16일 2차 청문회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제외하라는 제안자가 누구냐 물었을 때 이 장관은 ‘그런 제안을 누가 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고, 재차 심문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증인은 10월 30일 중대본 회의에서 행안부 안내에 따라 압사라는 단어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라며 “역시 위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위증으로 고발하지 않으면 국회의 권위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전주혜 위원은 “이 자리가 진정으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자리인지 의문”이라며 “이상민 찍어내기, 모든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덮어씌우려는 의도에서 국정조사가 시작됐고, 마무리까지 위증 여부를 하는 것은 이상민 장관을 쫓아내기 위해 계속 증거수집을 위한 이런 얄팍한 수작”이라고 그간 야당 위원들의 국정조사 활동을 폄훼했다.
전 위원의 폄훼 발언은 곧바로 야당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야당 위원의 반발에, 전 위원은 오히려 “그것이 바로 정치적 술수다. 내 말이 틀렸나?”라며 야당 위원들을 더욱 자극했다. 또 “파행하시라! 파행하시고! 원하는 대로 하라! 민주당이 뭐가 두렵나? 결국 국정조사하고 국정조사 연장하고 원하는 대로 다 하잖아? 뭐가 두려워? 의석수로 밀어붙여!”라며 큰소리쳤다.
정의당 장혜영 위원은 “동료 위원들의 의정활동 진위를 의심하는 발언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번 참사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덮어씌운다고 했는데, 책임 덮어씌우는 게 아니라 이번 참사의 책임은 윤 정부에 있는 것이다. 그 전제하에 정부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또 이상민 장관 고발 건을 이유로 국정조사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는 행위에 대해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의결하고, 고발 건에 대해 생각이 다르면 고발 건은 참여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인데, 두 가지를 엮어서 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보고서 의결을 당장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위원은 “이상민 장관 고발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을 보니, 역시 (국민의힘 위원들은) 이상민 장관 방탄이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라며 “진실만 말해야 할 국정조사에서 재난에 대한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닌 재난주무부처의 장이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국회가 그냥 지켜봐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오영환 위원 또한 “국정조사에서 위증은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기에, 특위는 당연히 해당자들을 고발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며 “위원들이 특정 증인들의 위증에 대해 고발을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 별개의 사안인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과 연계하여 지연시키는 것은 국정조사 마무리를 파행으로 몰려는 몰염치하고 정략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을 비호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회의는 조수진 의원이 ‘과거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제기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뜬금없이 꺼내면서 혼란으로 치달았다. 국정조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안으로 위원들 간 고성이 오갔고, 방청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가족이 조수진 위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한 유가족은 “보고서 채택과 이게 무슨 상관이냐? 우리 앞에서 같은 편이네? 인간이 맞냐?”라며 항의했고, 결국 일부 유가족은 국회 경비에 의해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졌다.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국정조사가 끝난다 하더라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모두 회의장을 나갔다. 결국,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와 이상민 장관 등 8명에 대한 고발 건은 야3당 위원의 동의로만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