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미분양 아파트 매입 검토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취약계층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지는 건설사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이다.
별도의 부지를 확보해 신규 임대주택을 짓는 건설임대주택 확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에서 매입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것 자체는 필요한 일이다. 적정 수준의 매입임대주택 운영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한 현실적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지금 문제가 되는 미분양 아파트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동안 매입임대주택은 예산 상 제약 때문에 아파트 대신 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 매입단가도 대략 1억7천만원 수준이다. 아무리 미분양이라 해도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소형 평형 중 이 수준을 맞출 수 있는 곳은 없다. 3만5000가구를 매입하기로 한 올해 예산 6조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곳은 수도권인데, 미분양은 대부분 지방에서 일어난다. 기존 매입입대주택의 공실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도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입지 때문이다. 사람들의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뿐이다.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은 이유는 입지가 좋지 않거나 분양가가 높아서다. 이런 아파트를 정부가 세금을 들여 사들인다는 것은 건설사에 대한 ‘특혜’다.
폭우에 따른 침수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참변을 당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6천억원 삭감했다. 전례없는 대규모 삭감이었다.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 요구로 간신히 일부만 복원했다. 그랬던 정부가 갑자기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서민의 주거복지 보장에 대해선 시장 원리를 들어 외면하더니 건설사는 막대한 재정까지 투입해 구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며 모두 15조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직후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약계층’을 내세웠지만, 실제 관심은 무분별한 고가 분양을 하고도 아무런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건설사의 안위에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