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3년을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4대 개혁분야와 10대 핵심정책을 담은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의 주요 내용은 ‘대학규제완화’, ‘지자체에 권한이양’, ‘인재양성지원’에 관한 것으로, 지난해까지 단편적으로 발표했거나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 정책들은 발표 직후부터 교육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학생들까지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교육부는 아무런 수정 없이 추진계획에 그대로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이번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교육개혁 원년’이란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지만,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진단과 대안이 부재한 정책이 얼마나 대단한 ‘개혁’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핵심화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 즉 ‘지역·대학 간 격차 문제’와 ‘대학의 부실한 재정구조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당장 2023학년도 대입만 보더라도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은 작년에 비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대학의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가 올해도 재연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대학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겠다고만 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장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 사태 역시 정부가 아닌 지자체와 대학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재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자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역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과 지자체 모두 재정상항이 뻔한데 무엇을 협력하고 무엇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심지어 대학 전문 인력도 없는 지자체가 어떻게 지역대학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인지, 현실과 괴리된 무책임한 정부정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충남에 지역구를 둔 여당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까지도 지자체 권한 이양에 대해 난색을 표했을까 싶다.
이번 계획에 대학재정에 대한 지원방안이 아예 없는건 아니다. “캠퍼스 내 편익시설 확대”가 용이하도록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 대신 대학이 알아서 수익구조를 만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학문의 질과 인재양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뭘 들여와야 돈이 되나’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고등교육 전반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개혁이 아닌 정부의 책임방기와 고등교육의 퇴행을 불러올 이번 정책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교육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부책임을 다하는 ‘교육 개혁안’ 재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