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쇼” 민주노총 1명 자리 압수수색에 국정원·경찰·소방 총출동

민주노총 “도 넘은 국보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 강력 반발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총연맹 본부 사무실에 대한 국정원과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가운데 경찰이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2023.01.18 ⓒ민중의소리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앞. 건물 주위를 에워싼 수백명의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300m가량 떨어진 서대문역 인근까지 경찰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건물 입구에는 소방사다리차와 에어매트까지 준비돼 있다. 긴박해 보이는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무슨 사고라도 난 것이냐"라며 서둘러 뉴스를 확인했다. 18일 오전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경찰청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부 1명의 자리를 압수수색하던 현장의 모습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13층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소속을 알려달라', '영장을 보여달라', '곧 변호사가 오니 기다려 달라'는 민주노총 상근자들의 요청에도 국정원 수사관들은 "공무집행을 막고 있는 것이니 9시 12분에 진입하겠다"고 통보했다. 예고한 시각이 되자, 국정원 수사관들과 경찰은 사무실 출입을 막고 있던 민주노총 상근자들을 힘으로 밀며 진입을 시도했고, 그 사이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이 급히 도착하면서 압수수색 절차가 시작됐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민주노총 간부 A씨의 사무실 자리와 A씨가 사용하는 캐비닛 등이 압수수색 범위로 정해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외에도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간부 B씨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C씨, 세월호제주기억관 대표 D씨 등도 압수수색 대상자로 알려졌으며,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D씨는 오래전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현재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라고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전했다.

경찰청은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등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총연맹 본부 사무실에 대한 국정원과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민주노총 사무실 입구를 지키고 있다. 2023.01.18 ⓒ노동과세계 제공


국정원과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 과정은 통상의 경우와 비교해봐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압수수색 대상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공권력이 투입됐으며, 건물 밖에서는 확성기 등을 통해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들썩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무리한 영장 집행"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상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영장에 해뜨기 전, 해진 후에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도록 적시돼 있는데, 통상적인 압수수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는데 마치 체포영장을 집행하듯이 들어와서 이렇게 과잉 대응하는 것에는 의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간부들이 출근을 하기도 전인 시간 700여명의 대규모 경찰을 배치하고, 확성기까지 동원해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변에 선전하고 있다. 게다가 아무런 쓸모도 필요도 없는 사다리차에 에어매트리스까지 설치했다"며 "이런 모습이 압수수색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회계 문제로 공격하려다 불가능하니 이제 종북몰이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거창한 쇼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이른바 '이란' 발언을 무마하고, 내년 1월이면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발악"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국정원의 도를 넘은 국보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라고 규정하며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날 정오께 본격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주노총 간부 A씨의 사무실 책상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건물을 통제하고 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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