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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세상읽기] 겨울을 나는 풍경

얼마 전 방송에서 ‘제주도가 100년 만에 가장 높은 겨울 온도를 기록했다’면서 유채꽃이 핀 풍경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폭설과 폭우,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예측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계절의 특성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도 걱정입니다. 그래도 지금은 난방과 온수가 공급되기에 예전의 겨울 넘기기보다는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그림 속에서 한겨울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겠습니다.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있는 겨울 풍경 Winter landscape with skaters c.1608 oil on panel 77.3cm x 131.9cm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배가 있는 것을 보니 큰 운하가 흐르던 곳인데, 추운 날씨에 운하 전체가 큰 빙판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아베르캄프(Hendrick Avercamp)는 겨울을 넘기는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의 모습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작게, 그러나 확실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림 일부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그림 왼쪽 아래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와 팔을 활짝 펴고 달려 나오는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뒤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먹고 마실 것은 있어야 할 것이고 이 집의 가장은 그것을 위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이겠지요. 한 겨울이지만 이 풍경은 아주 따뜻합니다.

그림 일부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그림 한가운데는 언뜻 봐선 골프를 치는 듯한 모습으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남자들이 보입니다. 스틱을 든 남자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앞쪽에 목표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기에 관객이 없으면 재미가 없지요. 남자들을 응원하는 여인들은 얼음에 갇힌 배의 난간에 앉아 응원이 한창입니다. 춥다고 집에 있다가는 겨우내 한 번도 밖에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림 일부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그림 오른쪽 아래에는 아주 멋진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잘 차려입은 남녀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습니다. 남자는 여유 있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데 여인은 손을 입으로 막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살짝 돌렸거든요. 부끄럽다는 뜻 아닐까요? 요즘도 겨울 데이트 장소로 스케이트 장이 인기 있는 걸 보면 빙판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진 데이트 장소가 분명합니다. 두 남녀 앞에는 곡식 단을 어깨에 메고 지나가는 남자의 모습도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빙판 위를 지나가는 사람은 겨울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그림 일부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데이트하는 남녀 뒤편에는 스케이트를 탈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은 것인지, 썰매 마차를 즐기는 여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얼음 위를 마차가 지나가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마부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손님을 끌기 위한 말의 장식도 화려합니다. 겨울에도 쉬지 못하는 네덜란드의 말입니다.

마을 근처에서 얼음지치기 Enjoying the Ice near a Town 1620 oil on canvas 47cm x 89cm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헨드릭 아베르캄프의 또 다른 작품에서도 재미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운하가 많은 네덜란드는 겨울철에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들이 발전했고 지금은 빙상 경기 강국이 되었지요. 이 작품에도 많은 사람이 겨울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모습을 한 여인들이 보입니다.

그림 일부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네덜란드

그림 오른편 하단에는 검고 두꺼운 테두리의 안경을 쓰고 있는 듯한 여인이 보입니다. 여인이 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추워서 안면 보호 마스크 같은 걸 착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입 주변은 추위에 붉게 변했지만, 얼굴 전체에 마스크를 쓰기는 어려웠나 봅니다. 그림 왼쪽, 썰매를 타고 있는 여인도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두 여인의 공통점은 입고 있는 옷이 아주 화려하다는 것입니다. 아마 지체 높은 여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최신 패션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을 강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위는 무서운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입춘이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겨울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추위는 마냥 무서워할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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