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를 방문한 현장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이 한-이란 관계의 파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18일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차관이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이 “이란과 걸프 지역의 우호 관계에 간섭하고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란의 반응이 예상외로 강하자 우리 정부도 19일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실언은 그 자체로 황당한 일이지만, 이런 실수가 양국관계에서 커다란 파란을 낳는 건 이미 위험요인들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란은 1961년 수교한 이래 여러 정치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 한국의 대중동 외교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 합의 파기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는 한-이란 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장 우리 측에 동결되어 있는 이란 자금 70억 달러가 그렇다. 이란의 해외 자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하는 이 자금 문제는 한-이란 관계의 최대 현안이다. 이란으로서는 이런 현안이 지지부진한 것이 단지 미국의 제재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아다.
이번에 이란 외무부 차관이 윤강현 대사를 초치해 NPT문제를 거론한 것도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이란은 핵개발 문제로 미국의 압박을 받아왔고, 스스로 NPT를 탈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왔다. 이런 이란이 한국의 NPT위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역시 윤 대통령이 '자체 핵 보유' 발언을 꺼낸 것에 터를 잡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은 사실상 아무런 실체가 없는 이야기였다. 이란은 윤 대통령 말의 꼬투리를 잡아 자신들의 논리를 한번 더 전파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오해가 풀리면 된다'는 입장이다. 실언을 한 입장에선,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게 해법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더욱 커진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도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급 대화나 특사 파견도 거론한다. 이런 옵션을 배제하지 말고 성의있고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