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운송 노동자들와 시민사회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저버리고 종료시킨 안전운임제 대신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표준운임제로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고, 도로 안전을 향상시켜 위험을 낮추자는 안전운임제 취지를 실현할 길이 없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품목 확대와 상시화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한 안전운임제는 화주, 운송사, 노동자,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적정한 운임을 정하는 제도다. 책정된 안전운임을 화주와 운송사는 보장해야 하며, 어길 경우 과태료도 물린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운임 후려치기를 막고, 초장시간 노동과 난폭운전 등으로 위협받는 노동자와 국민을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였다. 노동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안전운임제 연장을 지지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18일 열린 한국교통연구원 공청회에서 발표된 ‘화물 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에 담긴 표준운임제는 화주와 운송사 간의 운임이 자율화된다. 표준운임을 책정하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고 강제력이 없어 운임 후려치기를 막을 수 없다. 화물을 대량으로 보내는 화주는 대체로 기업으로 이들은 운송사는 물론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지위가 강하다. 따라서 ‘자율적으로’ 운임을 정하면 당연히 운송사와 노동자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안전운임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배제하고 화주인 기업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이다.
안전운임제를 사실상 강제로 폐지하고 이름뿐인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보복성격이 크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적반하장이다. 지난해 여름 1차 파업에서 정부는 연말에 종료되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노조와 적극 대화하기로 했으나 이를 방기했다. 연말을 앞두고 2차 파업이 다가오자 3년 연장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가 품목 확대와 상시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두 차례에 걸친 약속과 제안을 거둬들이고 안전운임제를 폐지시켰다.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하는 설득력 있는 이유도 내놓지 못한 채 ‘번호판 장사’ 등 일부 폐단을 노조와 연결하는 거짓 선동까지 감행했다. 안전운임제 폐지 조치는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반노동 친기업 친부자’ 성향을 드러내는 예이다. 노동자의 안정적 소득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밀접히 연결된 제도를 이념적 틀에 갇혀 폐지시키는 것은 정상적 정부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