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순재표 ‘갈매기’에 관객은 울고 웃었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을 맡은 연극 '갈매기' ⓒ뉴시스

관객들에게 배우로 익숙한 이순재가 이번엔 세계적인 작품 '갈매기'를 연출하며 연출가로서 관객을 만났다. 현재 이 연극은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홉의 '갈매기'는 국내외 수많은 연출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고 변형되어 무대에 올랐다. 아마 유럽 어딘가, 남미 어딘가에서 '갈매기'는 새로운 형태로 무대에 오르는 중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순재 연출은 원작을 재해석하고 실험하는 것보다 원작이 품고 있는 보석 같은 면모들을 관객들에게 순수하게 보여주려는데 주력했다. 원작의 대사들이 거의 그대로 다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반응은 통했다. 체홉의 '갈매기'는 '무겁고 어려운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벗어 던져버리고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을 맡은 연극 '갈매기' ⓒ뉴시스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 논리정연하게 투덜거리는 쏘린(이순재)에게서나, 자신의 남편을 두고 의사 도른(김수로)에게 매달리는 뽈리나(고수희)에게서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마샤(신도현)와 결혼한 후 더 지질하게 살아가는 메드베젠꼬(김아론)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한 때 잘 나갔던 배우 아르까지나(소유진)의 저물어버린 자신감과 나이든 교태도 관객을 사로잡았다.

때때로 박장대소하던 관객들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두 청춘을 숨죽여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극은 '연극은 배우의 꽃'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현시켰다. 이순재 연출의 말대로 출연 배우들은 사실주의의 교본인 '갈매기'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연기함으로써 원석의 의미를 하나하나 꽃피웠다.

'갈매기'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네 인물(꼬스쟈, 니나, 아르까지나, 뜨리고린) 이외에도 나머지 모든 인물이 애정스럽고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다.

배우 이순재가 연출을 맡은 연극 '갈매기' ⓒ뉴시스

이번 연극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체홉의 '갈매기'를 포함해 그의 또 다른 장막 '벚꽃동산', '바냐삼촌', '세자매' 등은 대사의 방대한 분량과 상연 시간의 유한성 때문에 원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올린 작품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체홉이 표현한 인간의 약동하는 삶과 비애를 거대한 서사에 담아 무대화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갈매기'는 체홉의 4대 장막 중 체홉이 가장 먼저 쓴 작품이자 가장 먼저 초연한 작품이다. 그다음이 '바냐삼촌', '세자매', '벚꽃동산' 순이었다. 이순재 연출가는 체홉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체홉의 '갈매기'를 올린 이순재 연출의 '바냐삼촌', '세자매', '벚꽃동산'은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

무대엔 죽임을 당한 '갈매기'가 몇 차례 등장한다. 검은 무대를 쓸쓸히 채우는 갈매기를 바라보고 있자면, 열망하는 것 뒤에 서 있어야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작가를 꿈꾸는 꼬스쟈, 한물간 배우 아르까지나, 배우를 꿈꾸는 니나, 꼬스쟈를 짝사랑하는 마샤, 마샤를 사랑하는 메드베젠꼬, 도른을 사랑하는 뽈리나, 회한이 많은 쏘린 등 모두가 그렇다. 어쩌면 인간은 욕망과 열망을 제 눈앞에 둔 채 평생 그리워하며 분투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연극 '갈매기'는 지난 21일 개막해 오는 2월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연극 '갈매기' ⓒ연극 '갈매기' 포스터
연극 '갈매기' 프레스콜. 2022.12.20. ⓒ뉴스1

연극 '갈매기' 프레스콜. 2022.12.20.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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