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시민구단 성남FC 광고비 관련 뇌물 혐의로 기소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데, 그가 성남FC를 통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재명이 처음엔 주저했던 성남FC 창단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우선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시가 원래 기업 소유였던 성남일화 축구단을 성남FC로 재창단한 경과부터 살펴봐야 한다.
성남시가 구단을 넘겨받게 된 과정의 출발은 성남일화를 소유하고 있던 통일그룹이 2012년 9월 통일교 교주이자 그룹 수장이던 문선명 총재 사망 뒤 구단 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면서부터다. 구단이 성남시를 연고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그룹은 2013년 초 가장 먼저 성남시 측과 인수 협상에 나섰다.
당초 성남시는 구단 인수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 해 5월 성남시는 “시민구단 창단은 장기 플랜으로 보고 있다”고 통일그룹 측에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당장 통일그룹이 운영하던 구단을 인수할 계획은 없다는 의미였다.
그 무렵 안산시가 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구단 서포터스는 기존 연고지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했고, 성남시 측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일반적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은 종목을 불문하고 후원기업이 아닌 연고지를 기반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다. K리그 대표 구단인 전북현대 팬들이 현대를 좋아해서 전북현대 팬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성남FC(당시 성남일화) 팬들이 안산시 인수를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성남시 행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관 중 구단 인수에 적극성을 보인 건 오히려 이 대표가 아니라 시의회였다.
당초 이 대표는 “축구단을 창단하려면 여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대표는 그 해 8월 한 축구팬이 트위터에서 “성남일화가 안산시로 매각되면 성남시는 축구단을 포기하는 거냐”고 묻자, “연간 100억 원의 세금은 누가 책임지나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던 정용한 당시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그해 9월 시의회 1층 로비에서 열린 성남시민축구단 창단 촉구 범시민궐기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 “성남FC 창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10월 의회에서 확정하고 조례 개정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장도 구단 창단을 압박했다.
구단 인수에 적극성을 보였던 안산시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돌아서고, 축구팬들과 시의회의 구단 인수 압박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결국 그해 10월 초 성남FC 창단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등 떠밀려 성남FC 구단주 된 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사실상 여론의 압박에 등 떠밀려 성남FC 구단주가 됐다. 시민구단이기에, 시장이 구단주가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경남지사 시절 경남FC 구단주였고, 광고비 유치에 전력을 다했다.
성남시는 이듬해 1월 통일교로부터 인수한 약 227억 원 상당의 채권을 성남FC에 출자하고, 성남FC 지분 94.6%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구단 인수 결정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었다.
성남FC 창단과 관련한 조례(성남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가 제정되면서 이 대표는 구단주 지위로 구단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까지 부과받았다. 조례안 3조 1항은 “성남시장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각급 기관·단체·기업 등에게 지원을 권장하는 등 노력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구단 운영에 필요한 연간 약 150억 원의 자금을 시예산 70억 원, 기업 자금 50억 원, 일반 공모 30억 원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약 이 대표가 구단 운영 자금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되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기업 광고비, 뇌물이 될 수 있나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건 성남FC가 유치한 기업 광고비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면서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년~2018년 3월까지 두산건설과 농협 등으로부터 계약을 체결한 광고비 중 160억 원이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받은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160억 원 중 현재까지 검찰이 뇌물죄로 특정해 재판에 넘긴 건 두산건설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FC에 지급한 광고비 약 50억 원이다. 두산건설은 성남FC와 2015년에도 3억 3천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는데, 이는 뇌물죄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산건설 광고비가 뇌물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성남시가 두산그룹 소유의 정자동 부지를 병원 시설에서 업무 시설로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을 해주고, 기부채납 비율을 15%에서 10%로 하향시켜주는 대가로 성남FC 광고비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두산건설은 그 대가로 정자동 부지를 확보한 이후 계열사 매각 및 두산그룹 사옥 신축 공사 수주 등으로 대규모 개발이익을 확보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20년 가량 방치된 부지에 연매출 4조 원 규모의 대기업 계열사를 유치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돌아오는 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했고, 이는 통상적인 기업 유치 활동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LH와 한국가스공사 등 성남 소재 공기업 5곳이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다른 지방으로 옮기게 되는 바람에 3천500여 명의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데 따른 공동화 현상이 우려되기도 했다.
실제 성남시는 두산건설을 비롯해 두산DST·두산엔진·두산매거진·오리컴 등 두산그룹 계열사 5개 본사를 이전함에 따라 직원 2천500여 명을 비롯해 4천400여 명이 신사옥에 입주하고, 이에 따라 취득세와 지방세 등 110억 원의 시 재정 증대와 연간 2천156억 원 이상의 직간접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부수적인 파급효과가 추산되는데, 성남시가 굳이 3년에 걸쳐 50억 원 수준의 축구단 광고비를 불법적으로 확보할 이유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성남FC에 광고를 유치한 또 다른 기업 NH농협은행의 경우 강원FC와 경남FC 등 다른 복수의 지자체 축구단에도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는데, 단순히 성남시와 연계된 현안만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스포츠 구단 광고비와 기업 민원과의 연관성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통상 스포츠 구단 광고비는 다른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로 주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광고비, 스폰서 개념”이라며 “기업 현안이랑은 무관하고, 통상적으로 현안과 관련한 민원은 구단 광고비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불법적인 거래라면 왜 직권남용과 횡령·배임이 빠졌을까?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는 대기업 특혜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의 기본 시각도 두산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대기업 특혜 시비와 형사사법적 사안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특혜라는 주장이 합리적일 수 있으나, 그것과 별개로 범죄가 되려면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같은 명백한 절차적 문제가 함께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작년 9월 성남시 공무원과 두산건설 이병화 대표이사를 뇌물죄로 기소할 당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해당 부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과정상의 불법성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검찰이 특정한 죄명은 뇌물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결론은 매우 허무한 수준이다. 검찰이 뇌물죄와 관련한 결론으로 적시한 부분은 “피고인 A(성남시 공무원)는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관계자들과 공모해 피고인 B(두산건설 대표이사) 등 두산건설 관계자들로부터 정자동 부지를 용도변경 해주고 용적률을 상향시켜주는 것은 물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제3자인 성남FC에 현금 50억 원을 공여하게 하고, 피고인 B는 성남시 공무원 A 등에게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하고 제3자인 성남FC에 동액 상당의 금원을 공여했다”가 전부다.
검찰이 제시한 짧은 결론을 갖고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게 가능하다.
우선 위에 언급했듯, 검찰은 이 사안이 뇌물죄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중 핵심인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공무상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공소장에 기부채납 15% 중 5% 면제라고 적시한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마치 15%를 기부채납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을 면제해줬다는 뉘앙스를 풍기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부채납 비율은 지자체와 기업의 협의 사항이고, 그 협의에 따른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아서 처리하면 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 자체로 처벌하면 될 일이지만, 의무가 아니므로 검찰은 이 행위 자체를 범죄로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이 쓴 기부채납 ‘면제’라는 표현은 맞지 않으며, 기부채납 비율 ‘협의’ 및 ‘조정’이라고 쓰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검찰의 주장이 성립되려면 성남FC가 받은 광고비가 기부채납 비율 조정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받은 뇌물이어야 한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이 대표의 광고비 유치 행위로 ‘성남FC’라는 제3자가 부당한 이익, 즉 뇌물을 취했다는 논리를 폈다. 유사한 사례로는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 거론된다.
그러나 두 사건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특검이 적용한 미르·K재단을 통한 제3자 뇌물죄의 경우 이익을 취한 ‘3자’가 ‘최순실’임이 명확히 특정됐고, 최순실은 명백한 ‘사인’이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의 직권을 이용해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이익을 편취할 수 있게 해줬다는 논리였다.
이와 달리 성남FC는 사인도 아니고, 성남시 조례에 근거한 공적 단체다. 성남FC가 두산 광고비를 구단 운영비가 아닌 불법적인 곳에 썼다는 근거도 없다. 성남FC 광고비로 다른 누군가가 사익을 취했다는 부분도 전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최순실 소유가 유지될 예정이었던 미르·K스포츠 재단과 달리 성남FC는 성남시장의 임기가 끝나면 구단주가 바뀐다. 성남시장은 민주당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국민의힘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현직 성남시장은 국민의힘 출신 신상진 시장인데, 검찰 주장대로면 이 대표가 신상진 시장의 사익을 위해 두산건설 광고비를 유치했다는 논리까지 성립해야 한다. 이 대표가 축구단을 통해 제3자 뇌물을 조성하려고 했다면, 시민구단이 아니라 지인이나 가족을 구단주로 하는 민간 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이 구단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울러 기업이 불법적인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면 그 자금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돈이 아니어야 된다. 당연히 뇌물을 공여한 사람은 횡령과 배임 혐의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은 두산건설 이모 대표를 뇌물공여죄로 재판에 넘기면서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이는 광고비 집행 과정상의 절차적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작 이재명의 제3자 뇌물 범죄 개연성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정작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FC를 통해 3자에게 뇌물을 조성해준 개연성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제3자 뇌물죄를 적용받는 경우 3자인 뇌물 수수자가 자신과 혈연이나 지연 등 각별한 연고 관계가 있거나, 3자가 받는 뇌물로 인한 이익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오는 등의 합리적인 개연성이 함께 입증되어야 한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이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때 전제로 한 논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40년 넘게 가족 이상의 사적 친분을 유지한 것을 넘어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각종 증거들을 통해 충분한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를 통해 얻을 이익과 관련한 배경 및 개연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성남시 공무원 A와 두산건설 대표이사 B의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모자로 특정해놓고도, 이 대표가 성남FC를 통해 장래에 무슨 이익을 얻게 될지, 성남FC의 누구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다.
다만 공소장에 검찰이 이 대표가 성남FC 광고비 유치로 얻은 ‘이익’을 가정해 개연성을 기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 존재하긴 한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재명은 성남FC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반발 등을 우려했다. 이재명은 성남일화 인수 당시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난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공언했다. 이재명은 충분한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축구단 인수에 따른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현안을 가진 기업을 개별 접촉해 성남FC의 운영자금을 제공받는 방법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표가 성남FC 경영을 잘 해서 좋은 평가를 받고, 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뇌물로 성남FC 광고비를 받았다는 논리다. 이런 식이라면 지자체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자금을 유치하는 모든 일은 잠재적 뇌물 범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