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숙 칼럼] 절망하고 절망하면서도 기어코 진실을 향해 가야 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끝났지만, 진상규명의 길은 멈출 수 없다

 ‘왜’는 사건의 발생 원인과 구조를 알게 해주는 물음이자,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비판이자 탄식의 말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왜’라는 말이 수없이 나오게 하는 대형참사들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당혹하게 하고 참담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길 가던 시민이 한 자리에서 158명이나 숨질 수 있는가. 기본적인 사회 안전시스템, 국가 기구만 굴러갔어도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재난안전시스템이 돌아가고 관련 지휘자가 문제 본질에 대해 인식하며 책임을 지려 했더라면, 아니  공식 사과라도 했더라면, 희생자의 유족들과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 생존자 1명이 더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2.12.14 ⓒ민중의소리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 84일이 지났다. 여전히 정부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도 공식 사과를 하지도 않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 인도든 차도든, 안전의 최종 책임은 지자체와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닌가.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방해로 이렇다 할 사실들을 밝혀낸 게 많지 않다. 그나마 유족의 노력이 있어, 몇 가지 진실은 밝혀 냈다. 대규모 군중이 몰릴 것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상황 관리 체계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점, 압사 사고 후 구조 등 대응 과정에서 상황 전파 및 보고가 단절·지연됨 점이 확인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라 경찰 병력이 용산 대통령실과 서초동 대통령 사저 인근에 집중 배치되어 사고 당일 축제 현장에 배치되지 못했다는 점, 경찰이 집회·시위 대응 업무와 대통령 출퇴근 관련 경비 업무로 격무에 시달려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는 야3당만 동의한 상태로 채택됐다.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은 결과보고서가 야당의 입장만 담은 것이라 채택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 결과보고서에는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치 의견으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련 기관장들이 참사의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대통령은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기관장 해임 등)을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왼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2.27. ⓒ뉴스1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위증과 잘못은 수차례 드러났다. 행안부는 유가족 명단을 확보하고, 그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이상민 장관은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위증했다. 게다가 자신이 재난 상황의 콘트롤타워임에도, 모든 책임을 일선 소방서장에게 돌렸다. 그러니 사퇴, 혹은 해임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정도가 국회 국정조사 결과다. 탄식이 나오지만, 여기서부터 다시 진실의 길을 내야 한다.

정부는 답해야 한다. 10만 명이 모일 것을 예상했음에도 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과거에는 경찰을 배치하고 도로를 통제했는데 왜 2022년엔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왜 신속하게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사고 발생 4시간 전에 112 신고가 갔을 땐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사고 이후 희생자 158명의 유족들에게 왜 최소한의 정보 제공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할 것이다.

159명의 목숨을 잃은 현장에서 확인된 국가의 부재는 진실 은폐와 책임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 국가기관 책임자도 지휘자도, 책임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가족들과 피해자들, 시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망하면서도 나아갈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멈출 수가 없다. 여전히 밝혀야 할 진실이 많기 때문이다.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으면 비슷한 참사가 다시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9차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보고서 내용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1.17. ⓒ뉴스1

그러하기에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독립적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독립적 진상조사기구에는 피해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 유족과 피해 생존자가 겪은 참사 전후의 진실, 피해지원이 부재했던 모든 사실 관계들이 향후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에 대한 실망과 국정조사 결과에 대한 실망, 정부에 대한 절망이 우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희생된 159명의 우주, 그리고 생존자 피해를 기억하며 진실을 위해 계속 애쓰자. 2022년 10월 29일에 머물러 있는 동료 시민인 참사 유족을 뒤에 남겨두지 말자. 오늘도 유족들은 비통함을 안고 진상규명을 위한 대국민 서명에 나섰다. 서명도 좋고 선전전도 좋다. 작은 힘이라도 진실규명의 길에 보태자.

그렇게 절망을 딛고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 아마도 그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고 숱한 절망을 느끼겠지만 말이다. 물론 절망 중에도 동료 이웃과 유족의 따뜻함을 느낄  것임을 믿는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0일 오전 서울역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하는 홍보물을 설 귀향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2023.01.20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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