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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의 지지 아래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우다 _ 밸푸어 선언

[연재] 설 연휴에 만나는 재미있는 경제역사 ②

*편집자 주 - 지난 추석에 이어 설 명절을 맞아 경제역사에서 벌어졌던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사건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연휴 기간 동안 모두 네 건의 경제역사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① 아메리카 대륙의 등장, 은화를 무너뜨리다 _ 금본위제도와 은본위제도
② 영미의 지지 아래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우다 _ 밸푸어 선언
③ 월스트리트가 벌인 초대형 사기극 _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④ 중국, 일본의 무릎을 잠시 꿇렸지만 _ 희토류 분쟁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독자 여러분들께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겠지만, 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들이다. 이 이름들은 바로 세계 금융을 주름잡는 미국 월 스트리트(Wall Street)를 대표하는 금융기업의 명칭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유대인들이 설립에 개입한 회사라는 점이다.

세계 금융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민족이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서아시아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양을 치고 살던 유목민족이었다. 그런데 이 유대인들이 지금 세계 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그만큼 돈을 굴리는 일에 매우 뛰어난 재주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이들이 믿는 종교인 유대교는 기독교와도 달라서 신(하나님)은 오로지 유대민족만을 사랑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독교에서 메시아로 섬기는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먼 훗날 진정한 메시아가 땅에 내려와 유대민족을 가장 먼저 구원해 줄 거라고 믿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유대민족을 좋아할 리가 없다. 특히 기독교를 믿던 수많은 유럽의 강국들은 “예수는 메시아가 아니고, 하나님은 우리 유대민족만 사랑한다”고 잘난 척하는 유대민족을 매우 증오했다. 이 때문에 유대민족은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왕따를 당했다.

미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악랄했던 유대인

그래서 유대인들이 믿을 것은 오직 돈 뿐이었다. 안 그래도 미운털이 왕창 박힌 판인데 돈조차 없으면 목숨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장사를 해도 매우 독하게 했다. 또 돈이 생기면 그 돈을 그냥 묵혀두지 않고 금융을 통해 불려나갔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는 악랄한 상인 샤일록이 등장한다.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을 못 갚을 경우 1파운드 당 살을 한 덩어리 떼어달라고 했다는 그 잔인한 고리대금업자 말이다. 그런데 이 샤일록도 유대인이었다. 영국인이었던 셰익스피어가 당시 유대인의 고리대금업을 얼마나 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유대인들이 유독 금융에 눈을 일찍 뜬 이유가 있었다. 은행이란 돈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해, 그 돈을 부족한 사람에게 빌려줘 이자를 챙기는 기관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자를 챙긴다는 것은 여러 종교에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일단 이슬람교는 지금까지도 이자로 돈을 버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돈을 빌려주는 일은 형제애를 기반으로 상대를 돕는 행위이어야지, 돈 벌이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기독교도 오랫동안 이런 전통을 따랐다. 15세기까지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범죄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유대교는 당시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자를 금지하지 않는 종교였다. 16세기 들어 은행이 번창하기 시작했는데, 유대인들이 초창기 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대인은 지구에서 돈으로 이자를 받는 산업을 발전시킨 최초의 민족이었던 셈이다.

영미의 지지 아래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다

2차 세계대전 이전 세계 최강대국은 영국이었고, 전쟁 이후 최강대국에 오른 나라는 미국이었다. 그런데 이 두 나라는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악착같이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동에 위치한 이스라엘은 이슬람교를 믿는 주변 국가들과 끝없는 분쟁을 벌였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스라엘은 지금의 영토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별로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쪽 연안에 있는 세계 유일의 유대인 국가다. 반면 아랍계 원주민은 그 땅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러왔다. 그 팔레스타인은 1차 세계대전까지 오스만 제국(Ottoman Empire)의 식민지였고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물론 이 지역에 한 때 유대인들이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해 정착한 곳이 바로 팔레스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3000년이나 지난 이야기다. 모세 이후 팔레스타인은 수 천 년 동안 아랍인들의 땅, 즉 팔레스타인이었다.

그런데 19세기 말 유럽 각 나라에서 민족주의가 거세지면서, 안 그래도 미운 털이 박혔던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 궁지에 몰린 유대인들은 자신만의 독립국가를 수립하겠다며 팔레스타인으로 몰려들었다.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유대인들은 명백한 침략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영국이 돌연 유대인들의 편을 들고 나섰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11월, 영국의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Arthur Balfour)는 당시 영국 유대인협회 회장이었던 월터 로스차일드(Walter Rothschild)에게 편지를 보내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민족의 나라를 세우기에 적합한 땅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를 ‘밸푸어 선언’이라고 부른다. 밸푸어 선언은 최강대국 영국이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건국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뜻했다.

여담이지만 밸푸어가 편지를 보낸 월터 로스차일드는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유대인 가문’으로 불리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문은 금융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뒤 지금도 유대민족을 음지에서 강력하게 지원하는 ‘어둠의 지배자’로 지목받는다.

당시 전 세계 유대인의 90%가 유럽에 살았는데, 이들은 밸푸어 선언 직후 대거 팔레스타인으로 몰려들었다. 1948년까지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당연히 아랍인들은 유대인의 집단적 이주를 제국주의적 침략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는 아랍계 원주민과, 이들을 쫓아내려는 이스라엘 유대인 간의 긴 분쟁이 시작됐다. 유대인들은 1948년 마침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영국은 물론 새롭게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도 이들을 열렬히 지지했다.

특히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3조 원이라는 거금을 이스라엘에 꼬박꼬박 지원했다. 국제연합(UN)에서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침략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려 할 때마다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스라엘을 보호했다. 요약하자면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영국의 허락과 미국의 지원 아래 지금까지 유지됐던 셈이다.

미국 경제를 지배하는 유대인?

그렇다면 최강대국인 미국과 영국이 유대인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금융을 장악한 유대인들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예를 든 모건스탠리는 한 때 ‘모건의 금융제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1970년대 모건스탠리의 광고 문구는 “하나님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모건스탠리에서 돈을 빌릴 것이다”였다. 그런 자들이 미국 금융을 장악하고 끝없이 유대인들을 지지하고 있으니, 금융권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미국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 영미권에서 금융을 장악한 유대인들의 면모를 보면 실로 화려하기 짝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굴리는 금융인 중 하나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도 유대인이다. 소로스가 처음 금융회사를 차릴 때 돈을 대 준 곳이 앞에서 언급한 ‘어둠의 지배자’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또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 총재쯤 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대 의장 중 무려 절반가량이 유대인이었다. FRB 초대 의장인 찰스 해믈린(Charles Hamlin)도 유대인이었다. 폴 볼커(Paul Volcker, 재임기간 1979~1987년)를 시작으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1987~2006년), 벤 버냉키(Ben Bernanke, 2006~2014년), 재닛 옐런(Janet Yellen 2014~2018년) 등도 모두 유대인 출신 FRB 의장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랍인들은 이스라엘만큼이나 미국 금융을 좌우하는 유대 금융 세력을 미워한다.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 단체가 항공기 네 대를 납치해 미국을 습격한 9·11 테러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납치된 항공기가 가장 먼저 덮친 장소는 백악관이 아니라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였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World Trade Center)였다. 아랍인들이 미국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금융을 장악한 유대인을 꼽았다는 뜻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세계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미국이 아니라 유대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 설혹 이 음모론이 사실이라 해도, 유대인들은 영원히 자기들의 실체를 드러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지나칠 정도로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점과,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이들이 금융자본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금융자본의 상당수가 유대인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은 여전히 이런 음모론의 유력한 근거가 된다.

“유대인이 실질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금융을 바탕으로 한 유대인의 힘이 실로 막강하다는 사실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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