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당민주주의 부정하는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행태

나경원 전 의원이 오늘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여부를 밝힌다. 나 전 의원이 지난 20일 자신에 대한 해임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고 말한 점은 자신의 불찰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사과한 이후 첫 공식입장 발표다. 오늘 입장 발표로 나 전 의원의 거취를 두고 일어난 소동은 일단락되겠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부끄러운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예측하기 힘든 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한들 집권세력다운 비전과 정책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준석 전 대표가 출마한 지난 번 전당대회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권 세대교체와 ‘능력주의’에 대한 정치적 토론의 계기라도 마련됐다. 이 전 대표의 혐오 선동 때문에 빛이 바래긴 했어도 그 자체는 유의미한 정치적 주제다.

당시와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통상적인 수준의 쟁점도 없다. 집권여당이 시대정신을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대 흐름은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나 전 의원의 거취 논란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졸렬한 대응은 전당대회를 ‘윤심’ 각축전으로 전락시켰다.

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국민의힘 안에 ‘친위세력’을 구축해야 내년 총선 승리와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듯 하다. 비슷한 일이 박근혜 정권 시절 있었다. 당시 집권세력은 ‘친박’도 성에 차지 않아 ‘진박’이란 말까지 만들어내며 친위세력 구축에 혈안이 됐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말하자 측근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벌떼처럼 당내 상대방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집권세력 내부의 안정이 아니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맹종을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가혹하게 응징하려는 현 집권세력의 행태가 그때와 판박이다. 윤 대통령은 당장은 국민의힘 안에서 영향력을 키웠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 이런 식으론 오래 가지 못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하더라도, 지금 벌어진 일들은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다시피한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퇴행이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위한 정당은 목적과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기초적인 민주주의 원리와 절차마저 무시한 채 국민의힘을 대통령 수족으로 만들려는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헌법의 이런 요구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대통령이 중심이 돼 벌이는 퇴행적 분란을 도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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