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여성 민방위 훈련’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을 민방위훈련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법에서 민방위 대원을 20세부터 40세 사이의 남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여성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 여성은 스스로 지원해 대원이 될 수 있지만, 김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에선 여성도 의무적으로 민방위 대원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여성을 민방위 대원으로 추가하는 차원을 넘어 여성 군사훈련 추진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여전히 주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에서 남성 중심의 군 병력 자원 감소에 따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여성 군사 기본훈련 도입을 즉각 추진하기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여성의 기본생존 훈련을 위한 관련 입법부터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방위 조직은 출범부터 독재정권과 관련이 깊다. 공산화를 대비하고,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민과 심지어 학생들까지 군사훈련의 대상으로 삼았다. 박정희 정권은 1975년 민방위기본법을 제정해 전국에 민방위대를 설치하고, 민방위 훈련과 교육이 정식화했다. 당시는 베트남이 공산화된 직후로 북한의 전면 또는 부분적인 도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학교에선 ‘교련’이라는 교과목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군사교육을 시켰다. 1968년 북한 무장세력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1969년 안보의식과 전시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민방위대원의 나이는 50살에서 40살로 점차 낮아졌고, 훈련도 재난 대비 훈련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변화했다. 교련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군사훈련을 줄이고, ‘안전과 건강’으로 바뀌어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되는 등의 변화를 거쳐 2015년 완전히 폐지됐다.
김 의원의 ‘여성 민방위훈련’, ‘여성 군사훈련’ 추진 주장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 ‘양성평등’과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들었지만, 남북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성평등과 청년 정책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군사적 긴장과 성별 갈등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과 국민의힘은 이런 시대착오적 주장을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