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매체 '시민언론 민들레'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6일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들어 민들레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또 서울시에서 민들레 측에 유족 명단이 유출됐다는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청 관련 사무실도 수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을 상대로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검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거지를 찾아갔다는 이유로 '시민언론 더탐사'의 구성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더탐사의 사무실과 기자들의 자택을 여러차례 압수수색했다.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이나, 더탐사가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내놓은 보도들에 대해 비평하는 건 시민사회의 몫이다. 이 보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를 이유로 공권력이 나서서 언론을 단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사고다. 이들 보도에서 권리가 침해된 경우가 있다면 손해배상 등 민사적 절차로 얼마든지 이를 구제할 수 있다. 검경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경찰이 민들레의 압수수색에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내세운 것도 황당하다. 지금도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단독'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무상 비밀이 보도되고 있다. 그 대부분은 검찰 등 정부기관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흘려준 정보다. 반면 권력기관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정보가 비판적인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 그 출처가 어디냐는 공권력의 추궁을 받게 된다. 공권력의 작용이 정권의 입맛 대로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1987년 이후 들어선 정부들은 모두 언론과 불화를 겪어왔다. 민주사회에서의 언론과 정부라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처럼 노골적인 수단을 앞세우는 경우는 없었다. MBC의 보도를 문제삼아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다거나, 외교부를 앞세워 소송을 건 것도 마찬가지다. 힘으로 언론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심지어 군사독재 시절에도 그러했다. 윤석열 정부는 구속과 처벌을 만능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검찰 시절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