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없으면 가만히나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옛 선현들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내가 윤석열 대통령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24일 한겨레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기사 제목은 “대통령이 얼마나 아는 게 많으면 즉흥 발언을 20분이나 하나”였다.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연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정과제 핵심과는 거리가 먼 사례 등을 들며 5,000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은 “그러나 18개 부처 가운데 15곳이 업무보고를 마쳤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긴 분량에도 요점을 알기 힘든 ‘난수표’에 가까웠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옳거니, 정말 맞는 분석 아닌가?
헛소리의 향연
이 신문에 나온 윤 대통령의 헛소리를 대충 모아보자.
“학교 다닐 때 국어가 재미가 없었다. 우리말을 무엇 하러 또 배우나. 저도 학교 다닐 때 국어가 재미가 없었다. 문학 하시는 분들은 청록파, 이런 것을 국어라고 했지만 그게 아니다.”
아, 학창시절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해서 그렇게 한국말을 어버버 하시는 건가? 이건 어떤 면에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방위비를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나.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나.”
20세기 가장 악랄한 침략 국가였던 일본이 방위비를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을 국방계획에 집어넣으면 당연히 우리가 뭐라고 해야지!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냐니 이게 말이냐 장에서 나온 구린 냄새의 가스냐? 그걸 뭐라고 해야 하는 사람이 너님이라고요, 너님!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뉴시스
“옛날에 선거 때 막 돈 쓴다고 그러면 선거자금은 뭐 한 100억을 뿌렸는데 막상 유권자에게 돌아가는 건 10%만 돌아가도 선거에 이긴다는 옛날 얘기가 있었잖아요….”
이게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업무보고 때 윤 대통령이 했다는 이야기다. 이거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 아니냐? 국정 업무보고 받는 자리에서 이런 카더라 통신을 막 이야기해도 되는 거냐? 한겨레신문이 “이날 윤 대통령은 약자 복지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얘기나 국정과제 핵심과는 거리가 먼 사례 등을 들며 5,000자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습니다”라고 평가한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대통령실 일부 인사들이 대통령의 이런 수다맨 성향에 대해 “대통령이 아는 게 얼마나 많으면 즉흥 발언을 20분 넘게 하겠느냐”며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는다는 점. 니들도 눈(눈깔이라고 쓰려다가 참았다)이 있으면 저 발언을 읽어보고 귀(귓구녕이라고 쓰려다가 또 참았다)가 있으면 대통령 발언을 들어봐라.
저 발언이 옳기를 하냐, 의미가 있기를 하냐, 아니면 최소한 웃기기라도 하냐? 저게 아는 게 많아서 하는 말이라고? 그냥 동네 멍청한 형이 소주 한잔 마시고 지껄이는 수준의 이야기 아닌가?
찰스 다윈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고 말이다. 대통령의 저 확신에 찬 헛소리의 향연은 ‘아는 게 얼마나 많으면’ 나오는 현상이 아니라 열라 무식해서 나오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무식할수록 잘 난 체를 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공동 연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겸손한 사람일수록 유능한 반면,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일수록 무능할 확률이 높다. 한 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저 자신감(아는 게 얼마나 많으면 즉흥 발언을 20분 넘게 하겠느냐)은 무능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정치에 대해 아는 게 적은 사람일수록 반대로 자신이 정치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볼티모어캠퍼스의 이언 앤슨 교수는 성인남녀 2,6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에서 ‘상원의원의 임기는 얼마인지’, ‘현재 에너지부 장관은 누구인지’, ‘건강보험 정책에 보수적인 정당은 어디인지’, ‘현재 하원의원에서 여당은 어디인지’, ‘제시한 4가지 정책 중 예산액이 가장 낮은 것은 무엇인지’ 등과 같이 정치적 식견을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정치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훨씬 정치에 대해 아는 척을 많이 하고 발언의 강도도 센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치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게 이 연구의 결과였다.
전자야 말로 딱 윤 대통령의 이야기 아닌가? 뭐? 과거에는 선거자금 100억 뿌렸는데 10억만 유권자에게 돌아가도 선거를 이겼다고? 이건 통계도 아니고, 의미도 없고, 진짜 포장마차에서 소주 먹으면서도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인데 이걸 국정 업무보고 자리에서 그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한다. 그 5,000자가 넘는 헛소리를 20분 동안 들어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도 좀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아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도 알고 있으니 모르는 것은 대충 참아주겠다. 그래서 제발 부탁인데 쥐뿔도 아는 것 없으면서 20분 넘게 수다맨 노릇 하지 말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어주라. 듣는 사람이 너무 피곤해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