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소픽

세 개의 미분양

고분양가 논란 여전, 윤 대통령 “정부가 매입하라” 지시...전문가들 “할인분양 안하는데 정부 개입? 시기상조”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부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뜨뜻미지근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위기라고 아우성이고 야당은 건설사 특혜라며 비판한다. 미분양은 정말 위기일까. 세 개의 미분양 사례를 통해 시장 상황을 살폈다.

대구에서 무너진 욕망

범사만삼

일상에서 맞닥트리는 모든 일이(범사) 인생에 꼭 필요한 약(만삼)이 된다는 뜻일까. 얼핏, 신년 덕담이 담긴 사자성어로 보이지만 아니다. 대구 부동산 업계에서 통용되는 줄임말이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노른자위, 최고 학군으로 꼽히는 곳이 범어4동, 만촌3동이다. 범어4동엔 대구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경신중·고가, 만촌3동엔 경신고와 1~2위를 다투는 대륜중·고가 자리한다. 자칭타칭 명문사학이다. 대구의 대치동을 줄여 부르는 말이 범4만3이다.

지난해 4월, 만3에 만촌 자이르네가 분양됐다. 경신중·고와 1km, 대륜중·고와 300m 거리에 있다.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자이르네는 GS건설 자이와 자매 브랜드다. 607세대 대단지다. 최고 학군에 인기브랜드 대단지 아파트, 흥행보증수표를 모두 갖췄다.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 단지 전경 ⓒ민중의소리

시행사도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수익 극대화 전략을 썼다. 만촌 자이르네는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이 아니다. 개발회사는 십수년간 공들여 개발 대상 부지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을 하나하나 매입했다. 집주인이 시행사뿐이니 조합원 물량이 없고 100% 일반 분양이다. 분양 수익을 시행사가 독차지한다. 구설에 오른 대장동 개발이나,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모씨가 양평에서 아파트를 개발한 방식과 비슷한 형태다.

시행사는 분양가 규제도 피해 갔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고분양가를 통제해왔다. 너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 보증을 서주지 않았다. 보증 없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지 못하는 시행·건설사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 정책에 따랐다. 분양가를 낮췄다.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 로또 청약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만촌 자이르네는 이 규제를 우회했다. 후분양을 선택하면 규제받지 않는다. 이미 집을 지어 놓고 분양하니 보증이 필요 없어지고, 나머지 리스크는 대형 건설사 신용으로 메꿨다. 분양가를 시행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됐다. 공사가 끝날 즈음, 더 오른 주변 시세에 맞춰 높은 가격으로 분양했다.

수익률이 극대화됐다. 만촌 자이르네 84㎡ 평균 분양가는 11억1천만원, 평당 3,421만원이었다. 지난해, 서울 분양 시장을 뒤흔들었던 둔촌주공 분양가에 육박한다. 둔촌주공 분양가는 평당 3,829만원으로 만촌 자이르네보다 고작 400만원 비싸다. 서울 강남 재건축에 버금가는 분양가가 대구 수성구에 등장한 셈이다.

모두 예상한 대로, 흥행은 참패였다. 부동산 시장이 급변했다. 대구 부동산 하락은 수도권보다 빨리 시작됐다. 수성구 시세는 2020년 하반기가 고점이었다.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만촌 자이르네 맞은편에 삼정 그린코아 에듀파크가 있다. 학군을 강조한 단지 작명이 눈에 띈다. 2019년 준공해 만 4년을 채운 신축 아파트 774세대 대단지다. 2020년 11월, 84㎡가 14억원에 팔리며 고점을 찍었다. 이후 분기마다 5천만원씩 빠졌다. 최근엔 8억원 중반에 거래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급매일 뿐 시세는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최근 두 달 실거래 6건이 모두 8억원대다. 만촌 자이르네와 왕복 2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한 신축 대단지가 8억원인데, 11억원에 분양받을 사람이 있을까.

청약 결과, 대부분 평형이 미달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최초 승인된 2019년, 규제받더라도 정상 분양했다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을 아파트다. 수익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대구 분양업체 한 관계자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고 했다.

업계에선 만촌 자이르네 계약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 총 607세대 중 480여 세대가 10개월째 분양중이다. 할인분양이 시작됐다는 말은 없었다. 국내 한 1군 건설사 관계자는 “모 기업이 GS건설 아닌가. 자금력이 있으니 분양가를 낮춰 팔기보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버티는 걸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촌 자이르네 개발에는 총 3,900억원의 금융약정이 체결돼 있다. 보증은 GS건설과 GS건설 자회사 자이에스앤디가 섰다. 자이에스앤디는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시행사에 자금 600억원을 대여했다. 분양예상 매출액이 4천억원 가량 묶여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천호였다. 전국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이 대구(19%)이고 대구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이 쌓여 있는 곳이 바로 범4만3이 있는 수성구다.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 단지 전경 ⓒ민중의소리


향후 5년, 수도권 주택 공급 270만호…괜찮을까

분양가 5억원 미만의 서민(?) 아파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454-2번지 일대. 서울 여의도만 한 땅(84만6천평)에 2만세대, 약 5만3천명이 살게 될 미니신도시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8월, 화양지구에서 가장 입지가 좋다는 곳에 DL건설(옛 대림건설) 평택 e편한세상 라씨엘로가 분양됐다. 1,063세대 대단지다. 분양가는 84㎡ 중층 기준 4억4,800만원이다. 평택 시세를 감안하면 합리적 가격이었다. 인근 고덕신도시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대부분 5억원 중반에 거래되던 때였다.

청약 결과, 대규모 미분양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0.30:1, 1,063세대 중 810세대, 76%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계약금을 절반으로 줄여 초기 부담을 낮췄다. 중도금 2억6천만원 대출을 무이자로 제공했다. 4억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건설사가 제공하는 혜택이 5천만원에 육박했다.

지난 1월, 공사가 한창인 평택 화양지구 모습. 우측 하단에 라씨엘로 공사장 출입구가 보인다. ⓒ민중의소리

평택시 곳곳 부동산 중개업소 건물에는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 특별 할인’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MGM(Members Get members Marketing) 분양이다. 부동산중개사, 텔레마케터 등이 아파트를 팔아준다. 과거 벌떼 마케팅 혹은 조직 판매라고 불렸던 미분양 처리 수법이다. 손님이 아파트를 계약하면, 몇백만원대 수수료를 받는다. 건설사의 판촉으로 800세대에 달했던 미분양은 12월 중순 현재 400세대까지 줄었다.

지난 19일, 평택시 안중읍 라씨엘로 모델하우스 단지 모형도에는 10개 동 중 5개 동에 ‘마감’이라고 적힌 빨간색 종이가 붙었다. 남동향이라 채광이 좋고, 영구조망 가능성이 높은 인기 동 고층은 모두 분양됐다는 뜻이다. 단지를 설명하던 정모 팀장은 “아직 인기 층 1~2개 물량은 남아있다. 바로 알아봐 주겠다”라고 했다. 모형도에는 마감이라고 적어두고 “아직 인기 층 1~2개 물량이 남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담 테이블에서 일어나 자기 자리에 갔다 온 정 팀장은 “00동 17층 4호, 00동 14층 1호가 남아있다”고 했다.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설 연휴 끝나고 바로 빠질 물건들”이라고 선심쓰듯 말했다. 

정 팀장은 주변 호재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단지 지척에 서해선 복선전철 안중역이 들어오고, 평택항이 인천항에 버금가는 국제항으로 개발될 것이며, 황해경제자유구역 평택BIX지구는 이미 공사를 시작했고,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평택시가 얼마 전 승인했다고 했다. “주택 수요가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번에 규제 지역 다 풀리지 않았나. 분양권 전매 무제한, 실거주 의무도 없고 대출 제한도 없으니 이만한 투자물건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택수요자가 있다 한들, 이들 모두가 매수 대기자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화양지구보다 입지가 더 좋은 고덕신도시는 2021년 고점 대비 3억원 빠진 5억9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내려갈지 알 수 없다. 모델하우스에 앉은 자칭 부동산 전문가의 달콤한 억지 논리에 속을 투자자는 많지 않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무주택 실수요자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가 조성될 화양지구에는 향후 2~3년간 최소 5천세대 가까운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 지난해 라씨엘로와 비슷한 시기 분양에 실패한 DL건설의 하이센트(108세대 미분양), 한화건설의 포레나 평택 화양(570세대 미분양) 등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대규모 미분양으로 체면을 구겼다.

올해 안에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1,571세대), 대우건설 평택 화양 푸르지오(851세대) 등이 줄줄이 분양을 준비중이다. 전망은 암울하다. 건설사들도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대규모 미분양이 빤히 보이는데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가.

지난해 12월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은 총 7,588세대였고 31개 시군 중 평택시가 1,684세대(2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평택시 미분양의 60%가 화양지구에 몰려있다. 최근 분양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미분양 급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270만호, 연평균 5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당장 속도 조절론이 빗발친다. 미분양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이는 탓이다.

평택 화양지구 e편한세상 라씨엘로 단지 모형. 인기 동에 마감이라고 적힌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다. ⓒ민중의소리

18년전, 미분양의 오래된 미래

지난 2006년, 경기도 용인은 서울 강남3구·분당·평촌과 함께 ‘버블세븐’이라 불렸다. 부동산 거품이 전국에서 가장 크게 일었던 일곱지역이다.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해 6월,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일대에 대주건설의 브랜드 아파트 공세 피오레 2천세대가 청약을 시작했다. 파죽지세, 시장 상황을 믿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 서울과 가까운 동탄신도시보다 입지 조건이 열악한 데도 분양가는 10~20% 비쌌다. 무더기 미분양이 나왔다. 1,487세대, 70%가 미분양이었다.

대주건설은 이듬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6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인 탓이었다. 2007년 기준, 대주건설 피오레 단지는 부산, 목포, 광주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6천여가구가 분양됐다. 미분양률이 50%를 넘어섰다고 업계는 예상했다. 대주건설 분양 아파트 10채 중 5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용인 공세 피오레는 할인 분양을 시작했다. 2006년 평당 1,400만원을 넘었던 분양가는 미분양 직후 1,300만원으로 낮아졌다. 고급 옵션과 발코니 확장 비용 무상 제공은 기본이었다. 각종 혜택에도 계약률은 50%를 간신히 넘겼다. 공사가 모두 끝난 2009년 입주 후에도 800여 세대가 빈집으로 남았다. 1,300만원이던 분양가는 800만원까지 낮아졌다. 할인율이 42%에 달했다. 6억7천만원이었던 48평 아파트 분양가는 4년 만에 4억3천만원이 됐다. 막판엔 40평대 아파트 계약자에게 현대 쏘나타, 50평대 계약자에겐 토요타 중형차 캠리까지 얹어 주는 ‘아파트 떨이’가 횡행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공세 피오레 2단지 모습 ⓒ민중의소리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해 주시기를 바란다”

지난달 3일, 국토교통부 2023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이다. 분양업계를 차근차근 보면, 윤 대통령의 말은 시장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야당의 비판대로 건설사 특혜를 위한 말로 오해하기 쉽다.

대주건설의 용인 공세 피오레가 대규모 미분양을 맞았던 2006년,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7만3천호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은 6만8천호로 2006년에 비해 5천호 가량 적다. 반면, 건설업계 할인 분양은 미지근하다. 앞서 살펴본 대구 범4만3에서도, 평택 화양지구에서도 여러 혜택을 주고는 있지만, 분양가 자체를 낮추지는 않았다. ‘아직 버틸 만하다’는 뜻이다. 용인 공세 피오레처럼 분양가를 40% 이상 낮추는 이른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분양 현황 ⓒ민중의소리

앞으로 위기가 올지 모른다. 2006년 7만호였던 미분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 16만5천호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대적으로 나섰던 때가 이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을 통해 5년여간 미분양 아파트 2만세대를 매입하도록 했다. 2013년 기준, 매입에 들어간 예산은 총 2조9천억원 규모였다.

아래 표는 당시 매입을 담당했던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매입 예비심사 평점표’다. 평가 항목에 분양가 할인율 배점이 50점으로 가장 큰 것이 눈에 띈다. 할인율에 따라 평가점수는 최저 25점, 최대 50점으로 2배 차이가 난다.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했다던 이명박 정부도 할인 분양 등 ‘건설사 자구 노력’을 가장 우선 살펴봤다는 이야기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배짱 부리다 분양에 실패한 건설사 수익을 정부가 왜 세금으로 보존해주느냐”고 했다.

2008년 대한주택보증,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 신청 안내서 ⓒ민중의소리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목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임대주택 공급” 목적이 아니었다. 환매조건부, 즉 건설사 형편이 되면 다시 사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주택보증이 매입한 미분양 주택은 이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며 건설사가 대부분 다시 사 갔다. 주택보증은 환매 과정에서 시세차익, 금융·관리 비용 등을 얹어 투입된 예산 이상을 회수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미분양 매입 후 재임대” 정책을 실현하려면 1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억3천만원에 이명박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2만세대를 매입했다는 점을 감안한 추산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편성한 2023년 예산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원을 삭감한 바 있는데, 그 곱절에 달하는 예산을 추가 편성해 임대주택을 공급할지 의문이다.

정부 안에서도 엇박자가 나는 듯 보인다. 대통령은 “미분양 매입”을 지시했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난색을 보인다. 아직 매입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원 장관은 최근 LH가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 가격을 두고 “자기 돈이라면 그 가격에 샀겠느냐”고 질타했다.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 매입해 재정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은 금융에 집중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PF 부실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사업성이 있는(분양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장을 선별해 기존 대출을 연장 보증으로 15조원 규모를 투입한다. 단기 대출을 장기 대출로 전환할 때도 3조원 가량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집을 짓기 위해 빌린 돈은 보증해주겠지만, 이마저도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만 혜택을 주겠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본 대주건설은 미분양이 터지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대주건설이 전국 11개 지역에서 분양한 사업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목포 단지는 일찌감치 ‘보증 사고 사업장(공정률 50% 미만)’으로 분류됐고 울산 단지에서 조달한 자금(ABCP) 175억원, 천안 아파트 사업에 보증한 자금(ABCP) 127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대주건설의 PF 지급보증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주건설은 그룹차원에서 자체 보유 아파트 용지를 매각하고, 경기도 안성·동두천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융권은 대주건설 신용등급을 퇴출 대상인 D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대출이 묶이면서 1천억원대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 한때, 시공능력 50위권을 기록했던 광주·전남지역 중견건설사는 2010년 10월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무너졌다.

그즈음,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은 국내 3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재검토했고, 수백개 건설사가 등급 하락에 따라 문을 닫았다. 대주건설도 그중 하나다. 급격한 미분양부터 최종 부도까지 4년이 걸렸다.

이제 막 미분양이 폭증하고 있는 2023년, 용인 공세 피오레 미분양과 대주건설의 부도는 앞으로 벌어질 미분양 사태의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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