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난방비 폭탄에 내 책임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던 정부여당이 분노한 여론에 뒤늦게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 안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아 민생에 대한 무관심과 국정 무능력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산층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중산층과 서민이라면,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난방비 지원 대상이나 규모 확대에 부정적이던 정부여당이 태도를 바꾼 셈이다. 마침 2월 2일 이 사안으로 당정협의도 예정돼 있어, 이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미비를 이유로 당정협의는 미뤄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대통령이 중산층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는데, 대책 마련이 덜 되고, 중산층 범위로 넓힐 수 있을지 결정이 안 된 걸로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1일 산업부가 공개한 지원방안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미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을 받은 내용이다. 윤 대통령 지시가 정부 내 조율 없이 나왔거나 대통령 지시에도 경제부처가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경제부처의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야말로 리더십 붕괴, 국정난맥이다.
그사이 경기도 파주시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가구마다 2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난방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자체와 시민사회에서 높아지자 여당 내에서도 동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집권여당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여당의 민생 무관심이다. 지난달 24일 민주당은 ‘난방비 폭탄’에 분노한 설날 민심을 전하며 긴급 민생프로젝트를 주문했다. “한파에 보일러도 맘껏 떼지 못하는” 어려움은 현실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공세만 집중할 뿐 민생위기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여권은 난데없이 ‘탈원전’ 운운하며 난방비 인상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떠넘기고, 야당을 향해 ‘포퓰리즘’이라는 역공세를 취하기에 바빴다. 정치적 이득에만 눈길이 가 있었던 것이다.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여론이 험악해졌고 당황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난방비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이번엔 ‘곳간 열쇠’를 쥔 경제부처와 지원 대상과 규모, 재정조달 방안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꼴이다. 과연 전기요금 및 교통요금 인상, 여름철 냉방비, 계속되는 고물가 등 민생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야당 비판에만 관심 있고 국정책임은 지기 싫다면, 집권여당을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