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그들만의 권력다툼에 열중하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친윤계 의원들이 일제히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선 이후 대통령께서는 단일화 정신에 입각하여 안철수 후보에게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다”라며 “그런데도 자신의 뜻대로 안 된다고 국정과제 선정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방기하여 혼란을 야기하고,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운영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라고 주장했다.

역시 ‘친윤’ 의원으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안 의원이 인수위 시절 24시간 잠적을 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께서는 공직의 무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공직을 맡았는데, 24시간 가출을 하고 잠적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분개했다”거나, 안 의원이 장관직을 거절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운해 하며 안 의원과 “밥도 차도 안 마셨다”는 따위의 말을 했다.

여당 의원들이 여당 당대표 후보를 놓고 찬반 의견을 말하는 것이야 어디까지나 자유다. 정치행사에 정치적 공방이 오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윤심 논란은 도를 너무 많이 넘었다. 여론조사에서 누가 앞선다는 보도가 돌고 나면 어김없이 ‘친윤’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잘려나가는 모습은 퇴행적일뿐만 아니라 기괴하기까지 하다.

제왕적 총재가 정당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했던 시절까지 과거사를 다 뒤져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수준 낮은 편 가르기가 21세기 집권 여당에서 횡행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주류를 자처하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어느 순간 ‘반윤 우두머리’라는 낙인이 찍혔다. 후보 단일화의 한 축이었던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이 밥도 같이 안 먹는 인물이 됐다. 친윤 의원들이 ‘윤심’을 들먹이며 열중하고 있는 유아적인 편 가르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어떻게 한 데 모여 선거를 함께 했는지부터 의아할 따름이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도 안 후보 선대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전대 후보등록 첫날 해촉함으로써 중립성 논란을 또 한 번 자초했다. 반면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비전에 대한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대표가 돼서 여야관계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당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대국민 메시지라고 할 만한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남는 것은 다음 총선 공천권 싸움뿐이다.

당대표 선거를 시작하기도 전에 게임의 룰을 뜯어고친 참이다. 국민의힘은 무리수라는 지적을 감내하면서 당원 100% 투표로 규칙을 바꿨다. 그 과정에서 온갖 경우의 수를 따져보지 않았을 리 없다. 이중삼중 안전장치를 채워놓고도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볼썽사납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내내 그랬던 것처럼 ‘친윤’, ‘반윤’ 논란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전당대회가 어떻게 끝나든 민심과의 괴리만 확인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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