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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샤머니즘이 난무하는 국가가 되다니!

나는 대한민국이 휴머니즘이 넘치는 협동의 국가가 되기를 바랐는데,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1년만에 나라가 샤머니즘이 난무하는 전근대 후진국가가 돼버렸다. 뭔 놈의 나라 정치판이 무당이 국정에 개입했느니 마느니 하는 이슈로 1년을 넘게 보내고 있냔 말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 상황에 대해 “무당 공화국 같은 착시현상이 든다”고 개탄했다는 이야기, 정말로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역술인 천공이라는 자의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이 터져 나왔다는 자체가 얼마나 웃긴, 아니 참, 얼마나 슬픈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손바닥에다가 임금 왕(王)을 쓰고 TV 토론에 나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아무도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굳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이전한 것 역시 천공 등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나는 진짜 이런 일이 거론될 때마다 속된 말로 쪽팔려서 죽고 싶은 지경이다. 여기가 정녕 21세기 첨단 국가냐?

무당 경제학

나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좀 허접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학문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너무 많은 전제들을 생략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시원찮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허접한 경제학도 나름 ‘사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경제학이 현실을 왜곡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경제학에는 무당이 점을 쳐서 숫자를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 윤석열 대통령이 반가워할 이야기를 굳이 하나 해 주자면 경제학에도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는 용어가 있기는 하다. 무당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voodoo라는 영어 단어는 서인도제도와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 사이에 행해지는 악마적 숭배나 주술 등을 말한다.

홍천에서 열린 '마스터 천공 세계종합무도대회 선포식'에 관해 얘기 중인 천공. ⓒ천공의 유튜브 채널 'jungbub2013'

그런데 이 단어는 한 마디로 사이비 경제학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술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이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믿음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더 웃긴 것은 이 단어가 “적극적인 감세 정책으로 기업에 돈을 퍼 주면 그 돈이 경제를 성장시켜 온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낙수효과 주장을 비판하는 용어라는 점. 심지어 TV 토론에서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고요? 그건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 올리는 일일 뿐 알맹이는 전혀 없는 무당 경제학(Voodoo economics)입니다!”라며 맹공을 퍼부은 이는 레이건의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지 부시였다.

이처럼 그 허접한 경제학에서조차 무당은 금기시되는 단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무당 국가가 위험한 진짜 이유

무당이 지배하는 나라가 위험한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 무당이 굿을 하며 신들린 사람처럼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제 곧 신령님이 오신다!”는 무당의 외침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무당은 맨발로 날카로운 작두 위에 올라선다. 금방이라도 발이 잘려 나갈 것 같지만 무당은 태연히 춤을 춘다. 사람들은 이 무서운 광경을 보며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공포에 질린 채 무당이 하는 말이 신령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런데 이 장면을 상상하다보면 당연히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 무당은 신령님을 만날 때 꼭 맨발로 작두에 올라타는 걸까? 발이 많이 아플 텐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당은 자신만이 신령님을 만날 권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당의 권위는 ‘나 혼자만 신령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옆집 철수나 앞집 영희가 아무 때나 신령님을 만날 수 있으면 무당은 있을 필요가 없는 거다.

그래서 무당은 자신만이 신령님으로부터 권력을 받은 사람임을 증명하려 하고, 이를 위해 맨발로 작두에 올라선다. 결국 이 행위는 “작두 위에 올라설 자신이 없으면 나 외에 누구도 신령님을 만나려 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래서 무당이 지배하는 세상은 한 마디로 민주주의와 정면 배치된다. 신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소수의 권위가 민중의 권리를 압살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 아닌가?

우리는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현 정권이 청와대를 날려먹고 용산에 대통령실을 마련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누구의 사주를 받고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기고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혹시 천공이라는 자는 그 이유를 알고 있나? 그렇다면 이 나라를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를 수 있나? 이건 그냥 저질 삼류 샤머니즘 국가인 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샤머니즘과 무당이 판치는 나라가 되는 꼴을 도저히 그냥 지켜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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