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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하철 적자가 노인 탓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적자가 늘어나면서 또 다시 노인 무임승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서울교통공사 적자의 30%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며, 이를 요금 인상이나 정부 재정으로 막기 힘드니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임승차 대상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충분히 숙고해 볼 이야기다. 연령에 따른 건강 상태와 소득 수준, 주관적으로 느끼는 세대 규정 등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이를 반영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돈이 없으니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자는 건 너무 속이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주장이다.

무엇보다 지하철 적자가 노인 탓이라는 주장은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다. 지하철은 대표적인 공공교통이다. 공공교통은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기본 수단으로 많은 정책적 함의를 포함한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역에도 낮은 초과요금으로 운행되고 원가의 변동에도 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 버스회사의 적자를 지방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으로 벌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노인 무임승차 역시 이런 정책기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노인 무임승차만 없으면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판을 치는 건 우려스럽다.

공공교통, 대중교통은 탄소 감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많게는 한 대에 1천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공공, 대중교통을 지원하는 데는 여전히 '복지'의 프레임만 활용될 뿐, 이 문제가 기후 위기 대응에서 중요하다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떤 기업이건 지속적으로 적자 상태라면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손실을 그저 경영상의 문제로 보고, 그 중 가장 취약한 고리를 지목해 해결하는 건 옳지 않다. 독일은 기후위기와 물가인상 대응을 위해 지난해 6~8월 9유로(약 1만2천원)짜리 정기권으로 대중교통을 한 달 동안 무제한 이용하는 제도를 시험하기도 했다. 위기가 닥쳐오자 도리어 공세적인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지하철의 적자를 해소하는 게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복지와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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