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1일째 되는 날,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소속 의원 176명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장관이 국민 159명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하고 방임했다”는 의견을 발의안에 담았다. 그간 민주당 내에서도 역풍 우려 등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토요일 대규모 장외집회 이후 지도부가 자신감을 얻고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즉각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경찰 수사에서도 직무상 위법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바가 없어 탄핵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야당의 탄핵안 발의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늘상 하던 주장도 반복했다.
그러나 이는 궤변이다. 우선 경찰 특수본 수사에서 이 장관에 대해 불송치 수사종결했고 이를 검찰이 넘겨받아 현재 재검토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는 이 장관에 대한 조사를 아예 생략한 결과다. 조사를 하지 않았으니 논할 바가 없고 그저 윗선 봐주기에 불과했다. 현재의 검찰이 대통령 의사에 반해 이 장관을 수사선상에 올릴 가능성도 없다. 권력의 의중을 따라 수사를 축소해놓고 이를 근거로 위법 사실이 없으니 탄핵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여론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미 지난해 국민 과반이 이상민 장관 해임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고,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나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의 야당이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뜻은 이상민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고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행사한 건 지극히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탄핵 제도는 비위가 있어도 검사가 기소하기에 용이하지 않거나 내부 행정절차로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직 행정공무원을 상대로 한 국회의 대정부, 대사법부 통제수단이다. 따라서 참사에 대해 아무런 예방조처를 하지 않았고, 참사 뒤에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아 재난을 확대시킨 재난·안전관리 업무의 책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발의는 정당하다. 탄핵안 가결 자체만으로도 국무위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대통령을 뒷배로 버티는 이상민 장관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공직에서 몰아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