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서 기동대를 비롯한 경찰 인력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일 오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분향소를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해 달라고 2차 계고를 했다. 2023.2.7 ⓒ뉴스1
시청광장 분향소를 두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가 오는 12일까지 유가족 측이 원하는 추모공간 대안을 제안해 달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당초 2차 계고를 통해 예고한 분향소 강제 철거 시점을 오는 15일로 일주일 미루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유가족에게 떠넘기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부터 이어진 유가족 측과의 논의 과정을 일방적인 해석을 달아 공개했다.
오 부시장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측이 용산구청 내부, 녹사평역 내부 등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곳을 추모 공간으로 원했으며, 서울시가 검토 후 제안한 녹사평역사 내 공간에 대해서도 다른 이견 없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4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들이 함께 세운 분향소는 "기습, 무단, 불법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오 부시장은 "녹사평역 외에 선호하는 추모 공간이 있으시다면 주말까지 유가족분들께서 제안해 준다면 그 또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광화문 서울광장에 대한 상설 추모시설물은 시민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기습, 무단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행정집행은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지극히 마땅한 조치"라며 "하지만 서울시는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기에 이 문제를 다른 사안처럼 다루지는 않겠다. 유가족이 선호하는 장소를 찾고, 제안할 시간을 이번 주말까지 드리도록 하고, 그 기간까지 앞으로 일주일간 행정집행을 미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12일 오후 1시까지 유족이 마땅한 제안을 주지 않으면, 15일 오후 1시 행정 대집행을 한다는 계획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서울시의 태도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유가족협의회는 입장을 내고 "마치 녹사평역 지하 4층 공간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는데, 갑자기 유가족 측이 서울시청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는 식의 서울시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유가족협의회가 공식적으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기습적으로' 제안한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서울시는 유가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녹사평역 지하 4층으로 분향소를 옮기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던져주고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유가족협의회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 이상 직접 소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습적으로 일방 통지하지 말고,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방법으로 적절한 대안을 가지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법률 대리인에게 협의와 소통을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초라하고 서럽더라도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힘으로 세운 시청 분향소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며 "이번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 중 하나인 서울시가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후안무치한 처사를 계속할 경우 유가족과 시민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