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국 아파트에 2만4천여가구가 입주한다. 그중 서울 등 수도권에만 약 1만5천가구가 집중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한동안 수도권 내 전셋값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67% 많은 2만3,808가구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 1만5,206가구(62.5%)가 몰렸다. 나머지 8,602가구는 지방에 입주한다.
2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연내 최대 예상... 강남도 전셋값 30% 이상 급락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이 6,303가구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다. 이어 경기(5,029가구), 인천(3,874가구) 순이다.
특히 서울은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세대)와 흑석리버파크(1,772세대) 등 정비사업이 완료된 매머드급 단지 등 총 6,303가구의 입주가 시작돼 연내 가장 많은 공급이 예상된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의 입주 날짜(2월 28일)가 다가오면서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신축 전세매물이 쏟아지며 주변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실제 7일 기준 KB부동산에 등록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세 매물은 총 2,553건이다. 전체 가구수(3,375가구)의 75.6%가 전세매물로 나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세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셋값도 크게 하락했다. 이 단지 내 전용 59㎡ 전세 매물의 호가는 한때 13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그 절반 이하인 6억원까지 떨어졌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도 큰 폭으로 내렸다. 16억원 수준이던 전세 호가는 현재 9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파는 주변 신축 대단지에도 미쳤다. 개포동 래미안포레스티지(2019년 준공·1957세대)의 전용 84㎡가 지난해 6월 전세가 16억원(5층)에 계약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말 같은 층수의 전세 매물이 10억5천만원에 거래되며 5억5천만원(34.3%)가량 내렸다. 그리고 현재 이 평형의 전세 호가는 그보다 5천만원 더 내린 10억원이다.
전용 59㎡도 지난해 3월 10억5천만원(5층)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그해 12월 말 전세 거래가는 7억5천만원(20층)으로 3억원 떨어졌다. 현재 이 평형의 전세호가는 7억원까지 내려갔다.
경기 지역 아파트 모습 ⓒ김철수 기자
‘입주폭탄’에 경기·인천 전셋값 하락... “하락폭 더 확대 될 것”
경기와 인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지역은 화성 반월동 신동탄포레자이(1,297가구), 양주 덕계동 덕계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935가구), 평택 고덕동 고덕신도시제일풍경채2차에듀(877가구) 등 총 5,029가구가 풀리면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그중 반월동 신동탄포레자이는 전용 84㎡ 기준 전세 호가가 4억5천만원에서 3억5천만원으로 1억원 떨어졌다. 전용 59㎡도 4억원이던 전세 호가가 2억5천만원으로 1억5천만원 내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신동탄포레자이는 이날 기준 총 558개의 전세 매물이 등록돼 있다. 전체 가구수(1,297)수의 43.0%가 전세 매물로 나온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의 전셋값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영통SK뷰(2016년 준공·710세대)는 전용 84㎡짜리가 작년 8월 5억원(14층)에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지난 12월 말 3억6천만원(16층)으로 1억4천만원(38.8%) 떨어졌다. 전용 59㎡도 작년 5월 4억4천만원(19층)에서 최근 3억3천만원(22층)으로 1억1천만원(25.0%) 내렸다.
인천은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2,054가구)과 연수구 송도동 호반써밋송도(1,820가구) 등 2개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준비 중이다.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은 전용 84㎡가 전세 호가는 3억7천만원에서 2억4천만원으로 1억3천만원(35.1%) 내렸다. 전용 59㎡는 전세 호가가 2억5천만원에서 1억7천만원으로 8천만원(32.0%) 하락했다.
현재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의 전세매물은 총 209건으로 전체 가구수의 10.1% 정도다.
신축 전세물량은 주변 단지들의 전셋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근에 위치한 주안7차신동아(1994년 준공·510세대)는 전용 59㎡가 지난해 6월 2억4천만원(11층)에 거래됐다가 작년 12월엔 1억7천만원(10층)으로 7천만원(29.1%)떨어졌다. 현재 동일 평형의 전세 호가 역시 1억7천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입주물량 공급까지 겹치면서 새 아파트가 집중되는 서울, 대구, 인천 등의 매물적체, 전세수요 부족으로 전셋값 하락폭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전세 사기 등에 대한 우려로 전세수요는 감소하는 한편,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셋값은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셋값이 떨어지면 당분간 인근 매매가도 동반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