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중 1명 굶주리는데 학교 무상급식 종료시킨 미국

미국의 학교 급식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30년까지 기아 종식". 제3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미국이 지난 9월에 내세운 목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10.2%, 아이를 가진 가정의 12.5%가 식량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 사람들이 종종 식사를 건너 뛰고 식사를 적게 하거나 영양이 적은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특히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악화되는 아동 기아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정부가 팬데믹 대응용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종료시켰다. 이를 살펴본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Universal School Meals Programs Are Being Cut Despite 1 in 8 Kids Going Hungry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이들의 필요가 중요하지 않다고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비도덕적인 일이다”. ‘가난한 이들의 캠페인’의 공동의장으로 ‘종교, 권리와 사회 정의를 위한 카이로 센터’를 이끌고 있는 리즈 테오하리스 박사가 말했다. “무엇이 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제공을 거부하는 부도덕성은 잔인하며, 어린이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멸을 보여준다.”

테오하리스의 말은 기후변화, 총기 규제 또는 보편적 건강보험 등 여러 가지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하나였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5천여만 명의 공립학교 아이들에게 제공한 아침과 점심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이다.

미국의 팬데믹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2022년 6월에 끝났다. 헝거프리아메리카(HFA)의 조엘 버그 최고경영자는 “공화당이 무상급식을 중단시켰다. 민주당의 몇몇 의원은 뒤에서 프로그램을 연장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지 않았다. 그것은 실수였다. 있지도 않은 싸움을 이길 수는 없다. 게다가 ‘정상생활로 돌아가자’며 팬데믹이 끝난 척하는 경향 때문에 무상급식을 더 쉽게 종료된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각 주별로 각양각색의 궁여지책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보스턴, 시카고 뉴욕 등 몇몇 도시와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메인은 보편적 무상급식제도를 채택했지만, 나머지 47개 주와 대부분의 도시는 신청한 학생을 전액 납부자, 부분 분담자 및 무납부자로 분류하는 부분적 무상급식제도로 돌아갔다.

그런데 부분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많은 정책이 있어 학생들을 분류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푸드 스탬프를 받거나 한시적 빈곤가정 지원제도나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대상인 학생, 노숙자이거나 위탁부모 아래에 있는 학생은 자동적으로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역사회 인증 자격제에 따라 학생의 40%가 무납부자 혹은 부분납부자인 학교는 학생 전체가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 2021~22 학년도에 미국 학교의 3분의 1이 이에 해당됐고, 하루에 1,600만 여 명이 무상급식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사회 인증 자격제 적용 대상이 아닌 학교는 학생들을 분류하기 위해 수많은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고품질 저비용 급식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학교영양협회의 다이앤 프랫 헤브너 대변인은 “각종 관리비와 공공요금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소득이 연방 빈곤 가이드라인의 185%를 넘기 때문에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소득이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에 병원비 폭탄이나 월세 급증 등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감안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편적 무상급식 옹호자들은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학생, 가족, 교육자 및 교육 활동가를 동원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학교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점심을 주기 위해 허둥지둥 대고 있는 상황이다.

영양전문가들은 학교 급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고픔이 학업 성적 저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로 입증됐다. 미국교육협회의 베키 프링글 회장은 “아이들이 배고픈 상태로 공부해서는 안 된다. 저임금 흑인, 해스패닉, 원주민 지역 사회에 더 많기는 하지만, 배를 곯는 아이들이 미국 전역에 있다. 이것은 교실 학습에 눈에 띌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최근 배고픈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점점 많은 아이들이 피곤해 하며 집중하거나 올바른 수업 태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아동 영양학자들은 이것이 영양실조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 급식은 매 끼니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통곡물, 단백질 등 엄격한 영양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리노이 헌틀리 학군의 식품서비스 팀리더인 탬라 파비스는 “아이들이 감자튀김만 원할 때가 있는데 유제품, 통곡물, 단백질, 채소, 과일 중 3가지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많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채소나 과일을 놓을 수 있는 공유 테이블을 놓기는 했지만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라고 했다.

부분적인 무상급식의 또 다른 문제 밀린 급식비이다. 파비스는 “일리노이 법에 따라 연체금이 500달러가 될 때까지는 학생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식당 직원은 급식비가 밀린 학생들이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을 하지만, 식료품 가격과 관리비의 폭등으로 많은 학교 식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비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점심 보조금을 40센트, 아침 보조금을 15센트 추가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가 식당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미국 농산부는 한 끼 당 4.45달러를 학교에 지급한다. 그러나 식자재와 노동까지 급식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책정된 이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2022년 가을의 학교영양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체납된 급식비가 1,92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각 학교의 급식 프로그램은 재정적 독립성을 가지고 자급자족하고, 정부 보조금과 음식 판매를 통해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학교 급식 프로그램이 재정 위기에 처했다. 프랫 헤브너에 따르면 내년에는 필요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학교들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 증액이 절실한 대목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이 해마다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증가율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했고, 공급망의 와해 등의 변수를 무시했다. 프랫 헤브너는 “기부가 도움이 됐지만 기부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연구행동센터(FRAC)의 학교 급식 담당자인 크리스탈 피츠 시몬스도 동의했다. 그러나 현 국회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FRAC는 주 별로 진행되는 보편적 무상급식 운동에 힘을 쏟기로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2022~2023 학년도에 부분납부자를 없애고 지원을 받는 학생은 모두 무상급식을 받게 했고, 펜실베이니아는 모든 학생이 아침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이미 성과를 낸 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아동 기아를 뿌리 뽑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미국 전역에서 200여 곳의 푸드뱅크와 6만 곳의 식량저장소,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피딩 아메리카는 미국 어린이 8명 중 1명이 굶주림에 시달린다고 추정한다.

그런데 팬데믹 이전에는 2,900만 학생이 무료 혹은 할인 급식 대상이었지만 지원을 받은 학생은 2,200만에 불과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급식을 받기 위해 별도의 줄에 서는 등 티가 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편적 무상급식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아동기아 퇴치운동 활동가인 닐 리카드는 자기가 있는 유타에서 어떤 종류의 지원도 받으면 망명이 어려워질까 봐 두려워하는 새로 도착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 낙인이 특히 높다고 말한다. 게다가 특히 시골 지역의 부모들이 보편적 무료급식이 종료된 사실을 모르고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유타에는 특히 인터넷이 없는 지역이 있다. 특히 많은 주민이 영어를 못하는 곳에서는 서류를 작성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런 곳에서는 학교의 나눔 팬트리가 큰 도움이 된다. 리카드는 “학교들은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음식을 집에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시시피 같은 주에서는 굶주림이 저소득 주민이 직면한 많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극빈자 캠페인 미시시피 잭슨 지부의 다니엘 홈스는 2023~23 학년도가 시작된 후 지속적인 물 위기로 여러 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수도관이 동파되고 수도 본관이 고장 난다. 물이 부족하거나 수압이 너무 낮아서 원격수업을 할 경우 학교는 도시락을 준비한다. 그러나 스쿨버스로 배달을 할 수 없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도시락을 픽업해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가 없고 우범지역을 지나 2~3킬로미터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도시락을 가져가지 못하는 집이 많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들이 말 그대로 굶는다”고 했다.

홈스는 오랫동안 이어진 고의적인 방치와 인종차별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결론에 동의한다. ‘기아 없는 버몬트’는 빈곤과 기아의 여러 근본 원인을 나열한다. 저렴한 주택과 보육 시설의 부족, 생활 임금 일자리의 부족, 높은 식료품, 난방, 의료 및 기타 필수품 가격 등이 그 예다. 버몬트는 올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아침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 급식을 먹는 학생이 16% 증가했다. ‘기아 없는 버몬트’의 테니 와스자자크는 “아이들에게 하루 8시간, 1년에 180일을 학교에 보내라고 요구한다면 그 아이들에게 밥은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 없는 버몬트’는 1년 동안 연장된 무상급식을 버몬트에서 영구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 부모, 사회복지기관, 노동조합, 교사, 지역사회 활동가 및 지지자 등 급식의 영향을 받는 모든 유권자를 동원해 무상급식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와스자자크는 이런 노력이 진정을 이룰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와스자자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전역의 보편적 무사급식이다. 이는 학교영양협회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학교영양협회는 부분 분담자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 무상급식 자격 기준을 연방 빈곤 기준의 200%로 높이고 지역공동체 자격 조건을 낮추는 등의 점진적인 노력도 요구하고 있다. 프랫 헤브너는 “모든 아이가 영양가이 있는 식사를 동등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주와 연방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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