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상 첫 장관 탄핵안 가결, 윤석열 대통령 성찰의 계기 돼야

국회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정부 재난안전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 장관은 직무가 정지된 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국무위원에 대한 사상 첫 탄핵안 가결을 윤석열 대통령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3일이 돼서야 주무장관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은 것은 정치권 모두의 부끄러움이다. 탄핵안은 민주당과 우호적 무소속 의원 외에도 물론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이 힘을 모아 통과시켰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노골적으로 야당의 이탈표를 기대했지만, 찬반이 표결 참가 인원만큼 나와 범야권의 확고한 입장만 확인했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참사 당시와 이후 대응에서의 정부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한 유가족과 국민여론에 국회가 따른 결과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이 경질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는 점도 거듭 확인된 바 있다.

이 장관은 참사 당시 주무장관으로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으며, 이후에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뻔뻔한 언행을 일삼았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든, 대통령이 해임하든 진작 정리됐어야 하나 대통령의 학교 후배이자 측근이라는 이유로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 사이 경찰은 이 장관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하급자들만 사법처리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수사를 하지 않고서 법적 책임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궤변이다. 정부의 이런 행태를 견제하고 질책하라고 국회에 탄핵소추권을 준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런 점을 종합해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실은 탄핵안 가결 직후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적반하장 안하무인의 입장을 밝혔다. 여당에서는 관련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재명 방탄론’을 들고 나와 물타기를 했다. 무고한 국민 159명이 희생된 사태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이태원 참사에서 보인 무능과 무책임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 곳곳에서 속출하는 독선과 독단의 일부다. 윤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구와 윤핵관 등 측근에 의지한 채 국회도, 법도, 여론도, 심지어는 자신이 소속된 정당조차 신경쓰지 않고 폭주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에도 전정부 탓 외에 획기적이고 면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권도 국민도 암담한 현실을 피할 길이 없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국정운영 전반을 차분히 성찰하고 새 출발 하라는, 국민이 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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