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혐의 대부분 무죄, 검찰 ‘무리한 기소’ 확인됐다

8개 혐의 중 7개 무죄...기소된 횡령금 1억원 중 1천700만원만 유죄 인정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활동 당시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02.10. ⓒ뉴시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미향 국회의원이 10일 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업무상 횡령죄만 일부 인정됐을 뿐 나머진 전부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분명히 확인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10일 윤 의원에게 벌금형 1천500만 원을 선고했다. 윤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 모 정의연 이사는 전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윤 의원은 업무상 횡령뿐만 아니라 사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업무상 횡령죄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업무상 횡령죄도 애초 검찰이 기소한 1억원 가운데, 1천700만원 가량만 인정됐다. 5분의 1도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마저도 윤 의원은 “횡령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통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증거 없다” 7개 혐의에 줄줄이 무죄 선고한 재판부 
검찰 무리한 기소 지적하기도 


우선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의연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허위로 지자체에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기망 및 부정한 방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의연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보조금을 받고 과업을 제대로 수행했다”며 “사업에 하자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트집을 잡았던 박물관 등록 요건 중 하나인 ‘학예사’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관련 법과 규정상) 학예사가 반드시 상주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대협이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해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국고보조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기망 및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여가부는 사업 수행을 전제로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 사업 수행 과정에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가재정이 침해받았다는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가부 사업을 수행한 정대협 활동가가 양심에 따라 자신의 인건비를 정대협에 기부한 것을 문제 삼아 검찰이 기소한 것은 정대협을 흠집내기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정의연이 기부금을 받을 때 법에 따라 미리 관할 등록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모금한 돈은 후원회원으로부터 받은 것으로서 기부금품법에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검찰의 증거만으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부금을 (법적 등록 기준인) 천만원 이상 모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 계좌를 통해 모집한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에 대해서도 “장례식 특성상 일회적 활동에 그치기 때문에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례위원회는 기부금품법상 사회단체, 친목단체로 보기 어렵다”며 “기부금품법에 따라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살아생전 여성인권가로서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일조선학교, 남북 통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상징성, 피고인 윤미향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윤미향이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을 시민사회장으로 진행하고 이에 따른 장례 비용을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고자 하는 시민들로부터 모집한 행위는 동기와 목적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3~5일 진행되는 장례식의 특성상 행정적으로 기부금품법에 따라 등록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장례 명목으로 금품을 모집했더라도 기부금품법상 규제를 회피함으로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민사회장까지 형사 처벌의 영역으로 확대한다면 시민사회장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을 탈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 쟁점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절반을 ‘김복동의희망’이라는 단체에 기부한 게 정말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냐였다. 검찰은 윤 의원의 강요에 의한 기부 행위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소된 사건 시점 전후에 이뤄진 길 할머니의 정의연 활동과 기부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길 할머니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받은 상금을 기부)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가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대협 부설기관이었던 안성쉼터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의연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 역시 “재산상 피해를 가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윤 의원의 지인이 부지를 소개해준 것을 검찰이 트집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지인이) 피고인 등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바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이 안성쉼터를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은 채 숙박업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검사의 증거만으론 영리 목적으로 안성쉼터를 숙박업소로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운영 사실을 보면 일반적 숙박업임을 나타내는 시설로 보기 어렵다”며 “사용자 대부분은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정대협 활동가나 관련 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영수증 제출해 입증하지 못해” 횡령금 일부 유죄

그러나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의연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대협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천700만여 원을 개인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윤 의원이 총 217회에 걸쳐 합계 1억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고 기소했는데, 그 중 일부만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윤 의원이 후원금을 개인 계좌 등에 보관하면서 사용처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용처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윤미향이 상임대표로서 모금액을 사용하면서도 전부 영수증을 제출해 입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후원금을 목적에 맞게 쓰지 않았더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 관련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썼다면 횡령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가 의심된다면 검사가 명백하게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였기에 누구보다 후원금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피고인 윤미향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정대협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정대협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영향력, 피고인 윤미향의 역할과 지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 윤미향의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윤미향, 30년 동안 열악한 상황에서 활동
횡령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정의연에 기부”


다만 재판부는 윤 의원이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액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실을 고려해 양형을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의연 등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1천700만원을 횡령해서 그보다 더 많은 1억원을 기부한 셈이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된 피고인 윤미향이 보관한 정대협 자금의 상당 부분은 정대협 활동과 관련해 지출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각 범행의 시기, 횟수, 금액, 사용처 등을 고려할 때 임무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 윤미향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정대협 자금을 횡령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피고인 윤미향은 지난 30년 동안 인적·물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대협의 활동가로 근무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회복 등을 위해 기여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죄로 인정한 횡령 액수보다 많은 금액을 정대협, 정의기억재단, 정의연 등에 기부하기도 했다. 피고인 윤미향의 가족을 비롯해 그와 함께 활동을 한 국내외 여러 단체 및 활동가들이 피고인 윤미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이를 참작하여 양형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선고 후 취재진을 만나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검찰이 무리하게 약 1억원 이상 횡령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극히 일부인 약 1천700만원에 해당되는 횡령금만 유죄로 인정됐다”며 “하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항소 절차를 통해 그부분도 충분히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통해 “시민단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합리적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이로써 정의연은 2020년 5월 이후 덧씌워진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의 문제점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더욱 튼튼한 조직과 연대로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일본군성노예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들이 모금한 자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며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이사 김 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균형을 잃은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른 공정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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