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ICBM인 '화성-15형' 기습발사 훈련을 했다. 한미일의 관측과 그 다음날 나온 북측 보도가 일치하는 점에서 기술적 논란이 제기될 이유는 없어보인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은 19일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공군의 주력기를 동원해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가올 한미연합훈련에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미는 오는 22일 미국에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하고, 내달 중순에는 대규모 야외기동 및 상륙훈련이 포함된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대응 시나리오에는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일본 열도를 넘기고 괌 등 미군기지를 위협하는 방안이나, 지난 8일 공개한 고체연료 ICBM 시험 발사, 나아가 7차 핵실험 등이 거론된다. 이런 식으로 양측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사소하고 우발적 충돌이 커다란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늘어난다. 어떤 식으로든 상황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사태 전개가 핵 무력을 늘리려는 북한의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과 국제 제재로 북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한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전략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UN 안보리는 북한의 지난해 11월 ICBM 발사에 아무런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강제성이 있는 결의안은 물론이고, 상징적 조치에 불과한 의장 성명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ICBM 발사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 훈련도 비슷하다. 여러 이름을 붙인 연합훈련이 이어지겠지만 이런 노력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키거나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북한은 이를 빌미로 핵·미사일의 양적, 질적 확대를 추구하고 실전 배치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전략적 의도를 한미가 쫓아가는 형국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