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노동개혁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가 늘 타깃 삼아 불법의 온상이라 비난해 온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다. 보수언론은 이에 칼춤을 추면서 앞뒤 정황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비방의 논리를 부풀려 검찰의 수사에 날개를 달아주려고 애를 써왔다. 이를 테면 타워크레인노조의 월례비가 그렇다.
이 돈이 건설회사들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매달 주는 일종의 상납금으로 사실상 갈취의 결과라는 것이다.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일부러 작업을 느리게 하는 이른바 '꺾기'를 하며 태업을 일삼다는 등 건설회사 측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충실하게 옮겨오는 방식이었다. 윤 정부는 또 정부대로 이 같은 불법 행위는 건설노조가 조직적 차원에서 벌인 범죄라며 근절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 술 더 떠 주무장관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장관의 말이라고는 듣기 힘들 만큼 거친 언사를 내뱉고 다닌다. 지난 19일 서울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12개 대형 건설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땀 흘리고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이 빨대들이 와서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는 등 사실상 건설노조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방국토청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까지 줘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게 할 것이란 말도 했다. 정책의 조정과 법률의 정비를 거칠 일인데도 마치 행정권과 입법권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광주고법에서 나온 타워크레인 노동자 월례비 판결문을 보면 정부와 원희룡 장관의 이 같은 행보가 무리란 역주행이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해당 법원은 한 철근 공사업체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월례비가 임금의 성격이라 본 까닭이다. 회사의 월례비 지급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관행으로 근로의 대가라는 사실을 명토박았다. 공갈이라며 건설노조를 압박한 정부의 논리와 엄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16일에 나온 이 판결 이후에도 원희룡 장관은 다시 이 월례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지침을 만들겠다는 태세다. 그러나 다단계 하도급 같은 보이는 불법이나 1년에 400명 이상 사망하는 산업안전 환경은 언급 않고 건설노조만 몰아붙이는 장관의 행보를 놓고 균형 잡힌 행정이라 볼 국민은 아무도 없다.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건설노조의 목만 노리며 변죽을 울리고 있지는 않은가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의심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장관이 무책임한 공갈포를 지속적으로 남발하는 걸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매우 피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