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슬램덩크 시리즈가 진열되어 있다. 2023.02.01. ⓒ뉴시스
지난 1월 개봉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통가에 '슬램덩크' 열풍이 불고 있다.
원작 만화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감독, 각본, 작화감독을 맡은 이번 영화는 원작을 경험한 3040세대뿐 아니라 슬램덩크를 처음 접한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n회차' 관객들이 늘면서 영화는 개봉 7주 차인 지난 16일 누적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의 인기에 원작 만화책과 굿즈는 물론 농구용품까지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21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슬램덩크 만화책 전권(신장재편판 총 20권) 예약판매를 진행한 결과, 10여 일 만에 1,800세트 중 1,200세트(65%)가 소진됐다. 현장판매한 200세트도 절반 정도인 80세트가 팔려나갔다.
1세트당 126,450원이라는 작지 않은 가격에도 팬들이 선뜻 지갑을 열었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현재 유통가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세븐일레븐 담당자는 "슬램덩크 만화책에 대한 관심이 당초 예상보다 더욱 뜨거운 가운데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작 만화책의 판매는 무려 2000% 이상 증가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인 지난 1월 10일부터 2월 10일 한 달간 슬램덩크 만화책의 판매율은 2299% 늘어났다. 티몬에서도 지난달 11일부터 월말까지 도서·취미 카테고리 판매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200배 이상(20981%) 상승했다.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1월에 주문한 상품은 2월 중순~3월까지 제작과 배송이 밀리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슬램덩크의 인기에 덩달아 농구 용품의 판매도 늘었다. 위메프의 농구복 판매량은 694% 상승했으며, 농구화는 144%, 농구가방은 41% 판매량이 올라갔다. 11번가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농구복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220%, 농구가방은 34%, 아마존글로벌스토어 농구 카테고리는 6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티몬 역시 지난달 11일부터 월말까지 기타농구용품 판매액은 2404% 올랐고, 농구화는 142% 증가했다. G마켓 또한 영화 개봉 후 지난달 말까지 농구 관련 상품 판매량 신장률이 농구화는 370%, 농구용품은 2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내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3.01.29. ⓒ뉴시스
슬램덩크 팬들이 지갑을 열자 유통업체들은 슬램덩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수입사인 SMG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팝업스토어가 열린 13일간 누적 방문 고객은 18,000여 명에 이른다. 매출은 개점 5일 만에 5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0일 대구 중구에 있는 더현대 대구에서 열린 2차 팝업스토어에서도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개점 전부터 기다리는 것)을 하는 방문객이 있을 정도다. 더현대 대구의 팝업스토어에는 19일 기준 개점 10일만에 7천명이 다녀갔으며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곳에서 굿즈를 사지 못한 이들로 인해 온라인 중고거래 앱에서는 슬램덩크 굿즈에 웃돈을 붙여 파는 리셀(재판매)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슬램덩크 마케팅에 합류하고 있다. 옥션은 '2023 옥션 만화쇼'를 열고 슬램덩크뿐 아니라 원피스, 열혈강호 등 과거 인기가 있었던 만화책을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일부터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슬램덩크 와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패키지 디자인은 주황색 농구코트에 농구공 7개를 연상하게 하는 원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는 슬램덩크 와인 ⓒ코리아세븐
문화계도 슬램덩크 열풍에 올라타고 있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음악사업 계열사 뮤직앤뉴는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OST의 한정판 LP를 출시할 계획이다. TV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국내 방영판 오프닝 곡인 가수 박상민의 '너에게로 가는 길' 등 국내 슬램덩크 팬에게 익숙한 노래 6곡이 수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슬램덩크가 현재도 인기몰이를 하는 원인 중 하나로 불황을 꼽고 있다. 불황 때는 과거에 행복했던 추억을 상기하는 복고(復古) 소비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의 흥행작을 재해석하는 복고 마케팅은 어느 정도 검증된 비교적 안전한 길이다. 유통업계에서 '불황에는 복고가 뜬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