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건설노조 활동에 대해서는 각종 법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처벌하고, 건설사에 대해서는 외국인 불법 채용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고 안전 규정을 바꾸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폭력과 불법을 보고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건설노조를 향한 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아예 형식적 중립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노골적으로 건설사 편 들고 노동조합을 옥죄겠다는 뜻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는 활동에 대해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조 쟁의행위 과정에서 기계 장비로 공사 현장을 점거할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위법한 쟁의행위는 노조법을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노조와 건설사가 조합원 채용을 두고 갈등을 벌이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노조의 채용 강요가 아니라 건설사에 만연해 있는 재하도급이다. 말이 좋아 재하도급이지, 그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고 중간착취다.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사문화’돼 유명무실해진 ‘신고 독려’, ‘상시 현장조사’ 뿐이다. 불법하도급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굳이 누가 신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기에는 눈 감고 노동자와 노조만 문제 삼고 있다.
누구든 간에 채용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이니,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건설노조도 오래 전부터 인정하고 동의해왔다. 문제는 노동자의 정당한 단체교섭 행위를 정부가 건설사 편에 선 채 일방적으로 위법한 일로 매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이 명시한 단체교섭권이 실제로 행사될 때는 대화와 설득부터 집회, 시위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된다. 이 역시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한 권리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 현장의 개별적 위법 사례를 핑계로 노동3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헌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엄중히 단속하겠다는 ‘타워 크레인 월례비’에 대해 최근 법원은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임금 성격으로 준 것이라 판결했다. 왜곡된 건설산업 구조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월례비 문제가 생긴 근본 원인은 건설사가 고용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정부가 이를 허용한 데 있다. 해법은 간단하다. 과거처럼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직접 고용하면 원천적으로 해결된다. 이런 명확한 해법은 외면한 채 왜 노동자만 탓하나.
건설 현장 내 안전 규정과 외국인 노동자 불법 채용에 대한 처벌 완화를 이번 대책에 포함시킨 데서 정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왜곡된 건설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노조의 일부 행위는 침소봉대하면서 결국 건설사의 오랜 민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초래할 결과는 분명하다. 건설 현장은 이제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중간착취, 산재 사고가 만연한 ‘지옥도’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노동자는 여기에 아무런 대항력도 못 갖춘 채 맨몸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