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억 원. 올해 1월 말까지 ‘닥터나우’라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투자받은 금액이다. 2019년 9월에 설립된 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투자사들은 네이버, 미래에셋, 소프트뱅크 등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곳들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이 외에도 비브로스(똑닥), 굿닥 등 여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쟁쟁한 자본으로부터 수십억~수백억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비대면 의료 시장에 대한 전망도 장밋빛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의 전망에 따르면, 2020년 349억 달러(한화로 약 45조 원) 규모였던 비대면 의료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2248억 달러(한화로 약 29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를 거치면서 여러 국가가 비대면 의료 시장을 허용하자, 비대면 의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이 이같이 한 분야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돈을 벌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이 열린 셈이다.
그런데 의문이 몇 가지 생겨난다.
영리기업과 투자자들이 의료 분야에서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하면, 그 돈은 누가 지급하게 될까? 그동안 한국은 의료법을 통해 의료의 민영화·영리화를 막았는데, 플랫폼 형태의 영리기업이 난립하면 한국의 의료체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의사·약사들은, 만약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한국의 의료체계에 난입하기 시작하면 결국 환자들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고 “의료법으로 금지한 의료 유인·알선 행위가 만연”하게 되면서 “한국의 의료가 시장 판”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5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2022.05.03. ⓒ뉴시스
코로나 팬더믹 시기, 한국은 의료기관 감염 사례를 줄이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팬더믹이 끝나면 중단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이 입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빈대면 진료 민간플랫폼 업체와 만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을 모색하더니,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아예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의사단체와 약사단체에서 반발하자, 겁박·회유를 반복하며 제도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올해 초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반발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의료체계 질서의 붕괴였다.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대면 진료를 받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고, 안 그래도 소수 대형병원으로만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면서 대다수 병원·약국이 문 닫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당은 의료계를 압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지난 1월 25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계는 국민 삶의 질과 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개혁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의료계가 계속 거부한다면 국회 주도로 제도화에 관한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협의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면 정부·여당 마음대로 제도화하겠다는 겁박이었다.
정부는 사탕발림으로 의료계를 회유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약사공론’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급적 현 질서가 크게 바뀌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며, 몇 가지 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약간의 수수료를 내야 된다면, 환자에게 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내고 그 비용만큼 수가를 추가로 준다든가 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병원과 약국에서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내면, 전 국민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설명이다. 건보 재정으로 직접 플랫폼 수수료를 지급하면 문제 될 수 있으니, 의사·약사 주머니를 거쳐 지급하겠다는 심산이다.
얼마 전 ‘문재인 케어’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파탄 낼 수 있다며 OECD 국가 대비 최하위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낮추는 방안을 발표해 놓고, 플랫폼 산업 활성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쓰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겁박과 회유는 오히려 논란의 불을 지폈다.
서울시의사회·서울시약사회·서울시내과의사회 등 서울시 의약 3개 단체와 대한약사회 중앙과 여러 지역지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등은 각각 성명을 통해 정부의 제도화 방안에 반발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영리 플랫폼 의료는 ‘의료판 배달의 민족’을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의 제도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됐던 일부 의료정책에서는 의견을 달리했던 단체들도 이번만큼은 일제히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우려했다.
2022년 10월 6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가 SNS에 전문의약품 배달을 광고한 사례. '프로페시아'를 '프도페시아'로, '모나드'를 '모다드'로, '아보다트'를 '아보다드'로, '크러벤'을 '크러번'으로 교묘하게 광고에 사용했다. ⓒ강선우 의원실 국정감사 PPT 자료
‘이스디논’ 배달해 드립니다…광고 “의료법서 금지하는 유인·알선 행위의 제도화”
의사·약사들이 진보·보수할 것 없이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도입된 지난 3년 동안 영리를 추구하는 플랫폼업체가 의료체계에 들어오면 의료를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의료법에서 금지한 중개·유인·알선 행위의 성행이다.
지난해 10월 강선우 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중 찾아낸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보면, 의료기관이 아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는 “○○(전문의약품)을 집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라며 교묘한 방식으로 전문의약품 배달을 광고했다. 전문의약품 정식 명칭을 광고에 명시하면 법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수 있으니 교묘하게 ‘이소티논’을 ‘이스디논’으로, ‘모나드’를 ‘모다드’로, ‘아보다트’를 ‘아보다드’로, ‘크러벤’을 ‘크러번’으로 글자만 살짝 바꿔 광고했다. 이는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기간에 마약류 의약품 광고가 성행하자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에 나선 뒤 나온 플랫폼 업체 광고였다. 사실상 정부가 한시적 허용 기간에 의료시장에 들어온 영리기업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국민검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여드름약 비급여 처방 건을 급여 처방한 부당청구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사용하는 A 의원은 2022년 1~4월 4개월 동안 비대면 진료로 이소티논이라는 1개 의약품에 대해서만 1만2797건의 급여처방을 했다. A 의원이 이용한 ‘닥터나우’는 인스타그램에 “매번 가서 처방받는 여드름 약, 이제 앱으로 쉽게 받으세요”라며 이소티논을 광고했다. 이소티논은 다른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낭포성·응괴성 여드름에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투여용량·투여기간에 상관없이 유산·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높아 의사의 진료·처방이 필요하다. 의사 진단 없이 약사가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 없는 비급여 방식으로 처방할 때는 임신 계획이나 피임약 복용 여부 등을 확인 후 처방한다.
건강보험 적용 없는 비급여 처방 가격은 급여 처방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비대면 진료 시행 기간 중 온라인에서는 ‘저렴하게 이소티논 급여처방 받는 방법’ 등의 글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대중의 수요를 파악한 플랫폼 업체가 환자를 유인하고 일부 의료원이 이를 악용해 박리다매로 급여 처방했던 것이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여야 할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한 곳에 쓰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81년 12월 3일 제108회 국회 보건사회위원회 제17차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의료법 제27조 3항 입법 취지는 “이러한 환자유인행위(患者誘引行爲)는 병고(病告)에 지쳐있는 환자(患者)의 어려운 처지(處地)를 악용(惡用)하여 영리적(榮利的) 목적(目的)을 추구(追求)하고자 하는 비인도적(非人道的)인 동기(動機)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그러한 파렴치(破廉恥)한 행위(行爲)에 대한 강력(强力)한 제재(制載)는 진작부터 필요(必要)”다. ⓒ국회회의록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는, “환자유인행위는 병고에 지쳐있는 환자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하여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고자 하는 비인도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러한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진작부터 필요했다”(제11대국회 제108회 제17차 보건사회위원회 회의록)는 취지에서 1981년 12월 제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법 조항이다. 약사법에서도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의약품 판매를 알선·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의료를 중개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의료법 등으로 금지해 왔던 행위가 마구 성행한 것이다.
정수연 약사(서울특별시강서구약사회 총무위원장)는 “이게 (민간·영리) 플랫폼의 특징”이라며 “양면시장을 구축해야 하고 이용자를 확대해야 하니 이런 식의 교묘한 광고를 사전 심의도 받지 않고 하는데, 의료기관 광고가 아닌 플랫폼 광고이기에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처벌 조항이 없으니, 플랫폼은 사각지대에서 양면시장을 확대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민간영리 플랫폼 기업 활성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의료 알선·유인 행위의 제도화”라고 경고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민간독립연구재단 산업경제연구소가 낸 보고서(Telemedicine and the Welfare State : The Swedish Experience)에 인용된 2016 6월~2017년 12월 원격의료 연령별 이용 통계에 따르면, 고령층으로 가면 갈수록 원격의료를 사용하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Research Institute of Industrial Economics
취지와는 다르게 소외되는 스웨덴 취약계층 플랫폼 악행 폭로하는 미국 의료계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꽤 오래된 산업계의 요구다. 한국에서만 국한된 요구도 아니다. 한국보다 공공의료 체계가 잘 조성된 일부 국가도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도화한 상황이다. 한국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의료민영화의 길임을 우려하면서 자제해 왔지만, 코로나 때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제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업계와 정부가 내세우는 공통된 취지는 “병원에 가기 힘든 취약계층을 위함”, “환자의 편의를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보다 앞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한 국가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의사인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스웨덴에서도 비대면 의료를 도입하면서 처음에는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 등) 그런 효과를 기대했는데, 실제 사용 빈도를 보면 고령층은 디지털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이용하지 못하고, 젊은층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스웨덴의 민간독립연구재단인 산업경제연구소가 2016~2017년 비대면 의료 연령별 통계로 분석한 연구를 보면,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인데 비대면 의료 이용자 수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희소했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는 주로 0~5세 유아나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당초 비대면 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비대면 의료를 광범위하게 구현하면 농촌, 소수 인종·민족, 노인, 저소득층 등 디지털 접근성이 취약한 계층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Addressing Equity in Telemedicine for Chronic Disease Management During the Covid-19 Pandemic)가 의학 학술지(NEJM)에 실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매우 상업적이고 영리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폐해를 경험하고 사직한 다수의 의사·간호사 그리고 직원들을 인터뷰하여 보도했다. 한 정신과 전문간호사는 통상 1시간 이상 걸리는 정신과 평가를 30분 이내로 끝내라는 강요로 양심상 비대면 의료를 더 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한 플랫폼 회사 직원들은 회사가 약 처방을 중단해도 되는 환자에게 기존 처방을 지속하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이서영 팀장은 이 기사를 소개하며 민간영리 플랫폼 활성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약국-제약회사의 이해관계는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윤리적이지 않은 의료행위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뉴스1
비대면진료도 배달의민족처럼?
“비대면진료도 배민(배달의민족)처럼”은 올해 1월 한국경제TV가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소개하면서 쓴 표현이다.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했다는 취지로 사용한 표현이겠지만, 시민사회와 의료계에서는 의료비 상승과 의료영리화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정수연 약사는 “3일 치 처방전을 조제할 경우 그 안에서 결제 수수료 떼고, 배민처럼 플랫폼 이용료 떼고, 배송료 떼고, 이러면 수가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수지타산 맞으려면 일정 금액 이상만 받아야 한다”며 “그럼 대부분의 약국이 비타민C 같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장바구니에 추가하도록 하여 단가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약국들이 플랫폼에 종속되면 “배송료를 어떻게 하면 깎아주나, 우리 약국이 어떻게 하면 플랫폼에서 상단에 노출되나, 어떻게 하면 후기 점수를 잘 받나 이런 것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그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의료의 방향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이용료를 건보료로 보전해줄 수 있다는 복지부 2차관의 발언 관련해서 “건강보험 재정이란 게 우선순위를 두고 필요에 따라 재정을 지출하게 돼 있는데, 이런 식이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쓰일 수 있나”라며 “플랫폼이 광고하는 곳을 보면, 여의도·강남 지하철 등 의료과밀지역이다. 의료접근이 어려운 곳의 취약계층에는 광고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지 않고 흥청망청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의사들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통화나 영상만으로 처방하는 방식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의사인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처방을 내리면 의사에게 책임 소재가 있기도 하고, 눈으로 안 보고 그냥 말만 듣고 처방한다는 게 중요한 것을 놓칠 가능성이 크니까, 아마 모든 의사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4일부터 28일까지 대한내과의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4개 전문과목 의사회원 25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회원 1881명 중 “대면 진료와 비교해 충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 의원은 7.9%에 불과했다.
이서영 팀장은 의료민영화에 굉장히 취약한 한국의 의료체계를 설명하며 “한국보다 공공의료 공급 비율이 높은 캐나다·영국의 경우도 민간플랫폼 비대면 의료를 도입했다가 영리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물며 한국같이 민간공급이 절대적으로 많은 지형에서는 영리화 문제가 더더욱 우려된다. 민간플랫폼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더욱더 의료영리화를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안 그래도 한국은 공공병상이 5% 수준에 대부분 민간병상이고 그 병상마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그나마 있던 지방 공공의료기관까지 민간위탁을 시도하고 공공의료를 축소시키는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까지 이루어지면,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환자유인과 돈벌이 진료에 매진하는 일부 병의원에 환자 집중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진한 정책국장은 “지금도 서울 빅5 병원이 만성질환자들까지 다 흡수하는 등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있고 지역의료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더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에만 한정하고, 환자와 가까운 의원과 약국 중심으로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전 정책국장은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더라도 한번 물꼬를 트면 규제가 완화되기는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