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는 지난해 한국 전기차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안전의 대명사 스웨덴 볼보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합작으로 설립했다는 점부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폴스타2는 가격과 성능으로 실력을 입증하며 괄목할 만한 판매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시승해본 폴스타2는 전기차 시장 격전지인 준중형급에서 의미 있는 선택지로 다가왔다. 폴스타가 스스로를 ‘프리미엄 브랜드’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를 여러 요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폴스타의 토마스 잉엔라트 CEO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쳐, 2017년까지 볼보의 디자인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폴스타2 외관 디자인은 오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정제된 세련미가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곡선과 직선이 균형을 이룬다. 미래지향적인 요소는 각진 느낌을 살린 전·후면라이트 등 디테일에서 살렸다.
내부 디자인도 간결하다. 센터패시아에서 물리적 버튼을 없앴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공조 등에 대한 제어는 11.2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뤄진다.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큼지막한 아이콘이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도입해 많은 소비자에게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다.
시동 버튼이 없는 점도 특이하다. 운전자가 차 키나 차량과 연동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시동이 켜진다. 나올 때는 기어를 주차(P)에 놓기만 하면 된다.
편의성도 놓치지 않았다. 티맵(TMAP)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볼보코리아가 300억원을 투자해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했다. 내비게이션을 자체 개발하면서 비용도 들이고 소비자 만족도 얻지 못할 바에 협업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영리한 판단이다. 세로로 놓인 센터디스플레이는 차량의 진행 방향 경로를 시원하게 보여준다. 계기판에도 내비게이션을 띄울 수 있다. 화면 중앙에 충분한 크기로 배치된 지도에는 경로에 대한 안내 문구도 표시된다. 목적지 도착 시 예상 배터리 잔량 표시 등 전기차 전용 정보도 제공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인식 프로그램 누구(NUGU)를 활용하면 디스플레이에도 손을 댈 필요가 없다. 운전대에 달린 음성 인식 버튼을 눌러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지정하고 음악을 틀 수 있다. 되묻는 법이 없이 잘 알아듣는다. 폴스타2에 탑재된 누구의 음성 인식률은 96%에 이른다. 음악은 플로(FLO)로 스트리밍할 수 있다. 현재 폴스타는 LTE 데이터 사용 5년, 플로 1년 무료 사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음향도 수준급이다.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가 적용됐다. 13개의 스피커가 달렸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와 도어에 탑재된 스피커, 후드 하단의 우퍼에서 풍성한 음향이 쏟아진다.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전달한다. 베이스도 빵빵하다. 하만카돈 오디오는 글래스 루프 등과 함께 플러스 팩 옵션으로 제공된다.
방향지시등을 켤 때 나오는 알림음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짧게 ‘틱’하고 끊어지는 게, 스피커 고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장은 아니었다. 나무가 꺾이는 소리를 담았다는 게 폴스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폴스타는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하고 매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회사다. 다만, 좋은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시승 내내 알림음에 익숙해지지는 못했다.
앞 좌석은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가 막혀 있지만 편안하게 앉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컵홀더 위치는 옥에 티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팔걸이 뚜껑을 열어야 사용할 수 있다. 흔히 작은 가방을 넣어두는 위치인데, 공간 활용성 측면에서 아쉽다.
뒷좌석에서는 플랫폼의 한계가 나타난다. 센터 터널이 솟아있다. 폴스타2는 볼보와 지리자동차가 공동 개발한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중형차용으로 개발된 CMA 플랫폼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혼용된다. 배터리가 바닥 전체에 평평하게 깔린 형태가 아니라, 세로로 길게 놓인다. 내연기관차의 샤프트와 배기관이 배치되는 센터 터널 부분에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떨어진다.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에 무리일뿐더러, 키가 180cm 정도 되면 머리 위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아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 없는 점도 뒷좌석 경쟁력을 깎는 요소다.
트렁크는 넉넉하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장점을 살려내 405리터의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180도 접힌다. 사람이 눕거나 큰 짐을 실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고급스러움 묻어나는 승차감…시내에서도 발군의 ADAS
시승차는 싱글모터로 최고 출력 170kW, 231마력이다. 듀얼모터(최고 출력 300kW, 408마력)에는 못 미치지만, 현실적인 주행 조건에서 최적의 성능을 보였다.
승차감에서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전반적으로 묵직하다. 적절한 모터 출력이 안정감을 준다. 저속에서도 고출력을 뿜어내는 역동성보다 편안한 주행에 무게를 뒀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서는 답답할 수도 있겠으나, 시내주행이라면 손색없다. 고속도로에서는 액셀을 깊게 누르면 전기차 특유의 폭발력도 보여준다. 에코 모드니, 스포츠 모드니 하는 주행모드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쟁 모델은 스포츠 모드에서 액셀이 민감해져 조금만 밟아도 빠르게 가속되는데, 폴스타2는 정숙한 승차감을 앞세워 과감하게 주행모드를 단일화했다.
충격 흡수가 탁월하다. 과속방지턱 등 크고 작은 요철을 넘을 땐 마치 세단을 탄 듯하다. 유연한 느낌보다는 단단한 쪽인데, 차체가 지면을 무겁게 누르면서 꿀렁거림을 최소화해준다. 통상 유럽은 한국보다 다소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폴스타2의 승차감은 한국 소비자에게도 매력을 끄는 요소로 보인다.
사이드미러가 압권이다. 주변부 테두리가 거의 없는 프레임리스 디자인이다. 보기에만 이쁜 게 아니라, 시인성도 뛰어나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경쟁력을 갖췄다. ‘파일럿 보조 시스템’을 켜면 앞차와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고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앞차와 간격은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간격을 가장 멀게 하면 고속도로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정도로 거리를 두고 달린다. 옆 차선에서 차량이 끼어들어도 이미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상태여서 급격한 감속 없이 속도를 맞춘다. 시내주행에서도 빛을 발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알아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크립 모드를 활성화하면 내연기관차처럼 천천히 나아간다.
오토바이가 앞차와의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이 두어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놓치지 않고 인식해 속도를 줄였다.
곡선 구간에서의 자동 감속 기능은 탑재되지 않았다. 앞에 차량이 있는 경우에는 앞 차에 따라 속도를 낮추면서 코너를 빠져나와 문제가 없었지만, 앞에 차량이 없을 때는 설정 속도로 달리다 보니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야 했다.
실제 전비는 공인 수치를 웃돌았다. 폴스타2 싱글모터 롱레인지 모델의 공인 전비는 4.8km/kWh, 배터리 용량은 78kWh다. 주행 결과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고속도로가 대부분이었는데도, 6km/kWh 정도가 나왔다. 실제 주행거리는 공인 1회 충전 주행거리인 417km를 상당 수준 웃돌게 된다.
충전 시간은 150kW급속충전기 기준으로 0%에서 80%까지 30분이 걸린다.
배터리는 롱레인지와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 제품을 혼용한다. 한국에서는 롱레인지 모델만 판매되며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만 쓴다.
폴스타2 싱글모터 롱레인지 모델은 5,490만원이다. 시승차에는 플러스 팩(539만원)과 파일럿 라이트 팩(299만원)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