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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준금리 동결한 한국은행, 이제 정부가 할 일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 것이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수출과 소비 등의 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지난해 11월에 내놨던 성장률 전망치 1.7%를 1.6%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상기조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긴축 상황이나 물가와 환율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통화정책 방향 전환으로 인식되는 것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유연한 대응 여지를 남겨 뒀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면서도 각각의 경제주체에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한은의 이번 결정도 여러 차원의 평가가 가능하다. 그와는 별도로 한은이 이번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것은 분명하다. 중앙은행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물가 안정은 물론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하지만 지금 국면에서 정부의 ‘존재감’을 찾아 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는 얼마 전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전까지 ‘경기 둔화 우려’란 표현을 쓴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경기 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가지 대책이 발표되는 게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용하기만 하다. 손에 잡히는 대책을 내놓은 게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재정 긴축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면서 중요한 대응 수단을 스스로 내려놨다. 결국 남은 것은 주문처럼 되풀이되는 ‘감세’와 ‘규제 완화’ 뿐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나름의 답을 내놨으니, 이제는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민생 위기를 정부가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자기도취적 일장 연설 대신, 현 상황을 타개할 실질적인 민생대책을 국민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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