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파일의 폭로, ‘SNS는 미국 정보당국의 종속기관이 됐다’

미국 정보당국과 트위터의 결탁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0월 27일 트위터를 인수한 후, 트위터의 아카이브를 3명의 프리랜서 기자(맷타이비, 바리 와이스, 리팡)와 3명의 정치 전문 작가(마이클 셸렌버거, 데이빗 즈와이그, 알렉스 베렌손)에게 공개했다. 이들은 12월 2일부터 1월 27일까지 15차례에 걸쳐 발견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미국의 정보당국, SNS과 언론이 러시아게이트와 트럼프 반대 여론을 조작했으며, 미국의 정보당국이 SNS에 직접 침투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가 발표하고 있는 글들은 '트위터 파일'이라 불린다. 트위터 파일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상세한 증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겠지만, 언론도 폭로 대상에 포함돼서인지 이와 관련된 보도는 영문으로든, 한글로든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매우 드문 주제를 다룬 미들이스트아이의 14페이지 기사를 축약해 소개한다. 

원문:  How social networks became a 'subsidiary' of the FBI and CIA

미국 의회가 마지막으로 팽창하는 보안당국의 행적을 조사한 건 거의 반세기 전이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리처드 닉슨(공화당)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중앙정보국(CIA)가 민주당을 도청하고 민주당의 선거운동본부에 침입한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미 상원의 ‘처치 위원회’가 정부 정보활동을 조사하기 위해 1975년에 탄생했다. 이 조사는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단편적으로나마 CIA,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연방수사국(FBI)의 불법 정보활동의 단편을 보여줬다.

조사위원회의 공식적인 조사와 관련 조사로 드러난 미 보안당국의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활동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미 정보당국은 비밀리에 외국 지도자들을 포섭하기도 하고 암살하기도 했으며, 세계적으로 수 백 명의 기자와 수많은 언론매체를 동원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각종 정치단체와 민권단체를 감시하고 침투하고, 자신의 권력을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해 공공 담론을 조작했다.

조사위원회를 이끈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은 당시 미국의 정보당국이 언제든 ‘미국 국민에게 등을 돌리고 국민의 모든 것을 감시해, 국민의 사생활을 하나도 남기지 않을 능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 이후 처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하고 특히 9·11를 계기로 미 정보당국이 힘을 미칠 수 있는 범위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새로운 처치 위원회를 구성할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난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정보당국 조사 위원회가 새로 꾸려질 기회가 생겼다. 지난달 케빈 맥카시(공화당)가 새로운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 14차례의 투표에서 자신을 반대했던 공화당 강경파에게 ‘미국 정부의 무기화’에 대한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패널’이 지난주에 첫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패널은 ‘FBI 및 미 법무부의 정치화와 국내 시민권에 대한 공격’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화당 우파가 정보당국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정보당국이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패널을 만든 것이라고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 정보당국의 권력

조사 패널은 분명히 각종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은 처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미 정보당국이 새로 갖게 된 무시무시한 권한의 일부라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정보당국의 권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문서에는 NSA가 국내외에서 불법 감시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줄리안 어산지가 이끈 위키리크스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CIA의 거대한 글로벌 해킹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이들이 미 보안당국으로부터 끔찍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점도 누구나 알 것이다. 스노든은 미국으로 강제 소환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인 러시아로 망명했고, 어산지는 그에게 175년 형을 구형하려는 미국이 송환을 추진하는 동안 영국에서 12년째 감금돼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뜻하지 않게 한 억만장자가 미 보안당국의 비밀 활동의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SNS 플랫폼과 미국의 선거과정과 관련된 폭로였고, 주인공으로 FBI와 9⋅11 이후 만들어진 국토안보부(DHS)가 등장한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프리랜서 기자 몇몇에게 트위터 아카이브를 공개했는데, 이들이 ‘트위터 파일’이라 불리는 일련의 트윗을 통해 자기네가 발견한 것들을 올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특히 민주당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미 정보당국이 공격적으로 트위터의 의사결정과정에 침투했다. 다른 주요 SNS 플랫폼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무 일도 아닌가

트위터 파일은 미국의 정보기관, 실리콘 밸리와 전통 매체 사이에 숨겨진 협력관계가 있고, 이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국가의 여론을 조작한 사실을 시사한다. 이 삼각동맹의 당사자들은 좌우 대립보다 민중과 엘리트 사이의 대립이 부각되는 새로운 포퓰리즘의 급속한 부상에 대한 필요한 대응이라며 은밀히 미국 정치에 개입하는 서로를 정당화한다. (공화당에서 제도권 주류 세력이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밀리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끄는 대중이 민주당에 제한적으로나마 진출함으로써 삼각동맹의 다급함이 커졌다).

미 보안당국은 대중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지게 만든 것이 SNS라고 생각했다. (인터셉트의 보도에 따르면 한 FBI 간부는 작년에 “SNS의 파괴적인 정보가 미국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대형 IT기업과 동맹을 맺는 것이 정치권, 특히 민주당의 제도권 세력을 보호할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미 보안당국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같은 인물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와 정보당국의 생명선이 된 ‘영원한 전쟁’의 정당성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동맹은 세 참가자 모두에게 도움이 됐다. 실리콘 밸리는 사회적 안정과 정치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기술 수단을 통한 사회 발전이 최선이라고 믿는 자유주의자들로 주로 구성돼 있다. 그들은 당연히 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포퓰리즘과 그것을 야기하는 양극화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중도파와 미 보안당국은 그들이 수십 년 간 만들어낸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 삐걱대는 미국 경제, 고갈되거나 사라진 복지, 돈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사는 관행, 무의미해 보이는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인명 손실과 일반 서민과는 동떨어진 대중매체 등으로 인해 자기네가 대중의 비난을 받을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보안당국은 국민의 분노와 반체제 정서가 커지는 진짜 원인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정치제도권과 실리콘밸리에게 더 편안하고 편리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좌우를 막론한) 포퓰리즘은 실패한 미국의 정치 및 경제 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다. 포퓰리즘은 러시아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사람들의 사회적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DHS 회의록에 기록된 대로 보안당국은 ‘대중과 정부 사이에 쐐기를 박을 파괴적인 데이터’를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이 전략은 ‘러시아게이트’로 절정에 달했다. 미 정보당국과 민주당은 수 년 동안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히스테리를 부렸다. 그 핵심 주장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SNS 공작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보안당국은 보안당국의 위법성과 정치권의 실패에 대한 모든 비판을 ‘러시아의 가짜 정보’로 매도하고 마치 두더지 게임을 하듯 때려잡았다. (사실상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 러시아에 망명했다는 이유로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에 대해 폭로한 내용을 가짜 정보로 몰아갔고, 2016년 대선 때 민주당의 부패를 폭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러시아 해커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줄리언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의 전쟁 범죄와 미 정보당국의 불법 행위까지 덮어버렸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가짜 정보’ 주장은 미국 정치를 더욱 양극화했다. 그리고 미국 보안당국과 IT업계 및 대중매체의 비밀 동맹, 선거 개입, 여론 조작 등은 양극화된 국민의 정치적 당파성에 의해 흡수되고 가려지고 있다. 그리하여 주로 우파만 트위터 파일에 관심을 보이고, 민주당 지지자는 트위터 파일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게 됐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미 보안당국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테슬라 전기차 덕분에 민주당의 사랑을 듬뿍 받던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버림을 받는 정도를 넘어 매도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지난 10월에 머스크가 점점 친러시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그의 지위가 그의 평판과 함께 무너졌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 보안당국이 ‘러시아게이트’ 히스테리를 부리며 러시아가 잘못한 점으로 꼽던 것들을 자기가 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트위터 파일에서 폭로됐다는 것이다. 삼각동맹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와 결탁해 SNS를 무기화하면서 불화를 심고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트럼프를 도왔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트위터 파일을 본 나는 반대로 러시아가 아니라 러시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던 FBI, DHS와 CIA가 공격적이고 은밀하게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믿는다.

삼각동맹이 ‘러시아 가짜 정보’와 관련해 조성한 공포 분위기는 미국 여론을 뒤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SNS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당국의 장악력을 강화하고 보안당국이 권력을 더욱 확장할 수 있게 해줬다. SNS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보안당국의 힘이 커졌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중에 트위터 계정이 차단됐을 정도다. 문제는 보안당국의 결정이 범죄 예방, 법 집행이나 공익이 아닌 정치적 담론과 제도권에 대한 비판의 통제를 위해 이뤄질 때가 많다는 점이다. SNS 플랫폼과 보안당국의 야합이 비밀리에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이 떳떳하지 않은 일을 벌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SNS에게 압력을 가하는 미국 보안당국

트위터 파일은은 모든 SNS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줬다. 민주당 계열의 자유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SNS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SNS의 자체 검열을 옹호해 왔다. 이들에게 SNS의 자체 검열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지 않나 보다.

그런데 트위터가 폭로한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SNS 네트워크가 자체 검열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부오 정보기관의 직접적인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트위터 파일이 거듭 지적하듯, 트위터가 다른 SNS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사기업보다는 ‘일종의 FBI 자회사’로 기능하게 됐다.

FBI는 러시아게이트 패닉이 절정이던 2017년에 ‘외국 인플루언스 테스크포스’를 꾸렸다. 곧 80명의 요원으로 구성된 큰 조직이 된 이 태스크포스의 공개적인 임무는 외국의 미국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해 SNS 네트워크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트위터 경영진은 곧 정기적으로 고위 FBI 관리들과 만나면서 ‘러시아 가짜 정보’를 방지하기 위해 게시된 콘텐츠를 차단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이 회의에 CIA도 ‘기타 정부기관(OGA)’이라는 이름으로 참석했다. 외국의 영향력으로 소관이 제한된 테스크포스는 그와 무관한 주 정부나 지역 경찰의 산더미 같은 요청까지 들어주는 통로가 됐다.

정보당국의 은밀한 압력과 정치제도권의 공개적인 압력이 커짐에 따라 SNS 네트워크는 특정 계정이나 주제를 통제하기 위해 보안당국의 도움으로 비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018년에 이런 관행을 조사하겠다고 선포할 정도로 검열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트위터 경영진은 트위터가 게시글이나 계정을 찾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그림자 차단(shadow banning)’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단지 ‘가시성 필터링’을 한다고 변명했다. 용어만 다를 뿐 그 둘은 같은 얘기다. 트위터가 표현을 자유를 제한한 것이다.

트위터의 검열은 자동 계정이나 명백히 가짜인 정보를 퍼뜨리는 계정에 국한되지 않았다. 특정 분야의 권위자인 저명인사도 제도권이 엮어낸 핵심적인 얘기에 도전하면 비밀리에 검열 대상이 됐다. 일례로 제이 바타칼야 스탠포드 의대 교수는 팬데믹으로 인한 폐쇄조치가 어린이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한 후 트위터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가시성 필터링’을 당했다. 다른 저명한 의사들도 백악관이나 코로나 백신 회사들의 직접적인 압력으로 가시성 필터링 당했다.

트위터 검열의 가장 유명한 희생자는 바로 트럼프였다.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은 2021년 1월 8일 차단됐다. 트위터 직원들은 트럼프가 트위터 규정을 직접 어긴 것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론 조작으로 미국 정치에 개입하는 러시아의 ‘영향력’은 없다

러시아게이트 이후 트위터에 대한 보안당국의 장악력이 더 커졌다. 2018년 초, 공화당 하원의원인 데빈 누네스가 한 기밀 메모를 자신이 이끌고 있는 정보위원회에 제출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트럼프 뒷조사를 영국 해외정보국(MI6) 출신인 크리스토퍼 스틸에게 맡겨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유착관계를 강조한 보고서를 받아냈는데, FBI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신빙성 없는 그 보고서를 증거로 삼았으면서 이를 숨기고 도청영장을 받아냈고, 그 보고서가 트럼프와 러시아의 협력 사실을 입증한 독립적인 보고서로 언론에서 보도됐다는 것이었다.

누네스 메모의 내용이 누출되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누네스 메모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과 언론은 누네스와 메모의 공개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을 비웃으며 이들이 러시아의 영향력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몰아갔다. (2년 후의 법무부 조사에서 누네스 메모의 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논쟁은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런데 트위터는 자체조사에서 트럼프와 러시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짐작했으면서도 그 배후에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한 민주당과 FBI에 맞서지 않고 그 내용을 내버려뒀다. 이후 주요 언론은 총기 난사 사건이나 정부의 셧다운 등 SNS에서 이슈가 되는 모든 부끄러운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러시아 관련 계정을 차단시키라고 트위터를 점점 강하게 압박했다.

트위터는 결국 2017년에 2,700여 개의 계정을 일일이 조사한 후 ‘의심스러운’ 계정을 차단했다. 그런데 그 숫자는 22개에 불과했다. 러시아가 SNS를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주장한 민주당은 격분했다. 트위터는 또 다시 ‘러시아 태스크포스’를 꾸려 자체 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번에도 러시아 영향력 작전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때부터 트위터의 고난이 시작됐다. 민주당과 제도권 언론은 트위터를 맹비난했고,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트위터의 광고비를 없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친민주당 성향의 폴리티코는 트위터가 러시아에게 불리할 만한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결국 정책을 바꿔 ‘독자적인 재량’으로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트위터 파일이 밝혔듯, 트위터 경영진은 정보당국이 외국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의 사이버 작전과 관련 있다고 지목한 모든 계정을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트위터의 어려움이 끝나지 않았다. 우선 ‘해밀턴 68’이라는 저명한 온라인 로비가 정보당국과 협력해 러시아의 가짜 정보에 대한 사기를 쳤다. 해밀턴 68이 SNS에서 수백 개의 계정이 연루된 러시아 영향력 캠페인을 찾아냈다고 주장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언론은 러시아가 SNS를 장악하고 있다며 해밀턴 68의 주장으로 1면을 연일 장식했고, 의회는 해밀턴 68을 ‘전문가’ 증인으로 초대하기까지 했다.

이후 해밀턴 68이 끝내 공개하지 않은 수백 개의 계정을 자체 조사한 트위터가 대부분의 계정이 일반 사용자임을 밝혀내자, 전 FBI 고위 간부 출신이 이끄는 해밀턴 68은 자기 자료를 언론과 의원들이 ‘오해’했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트위터 간부들을 비공개적으로 기자에게 우려를 표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언론은 트위터의 우려를 무시했다.

트위터의 직접적인 장악에 나선 FBI

미국 안보당국은 트위터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트위터에 사람들을 직접 심기 시작했다. FBI 법무실을 책임지며 (지금은 거짓으로 드러난) 러시아게이트를 주도한 핵심 중 하나였던 제임스 베이커가 트위터에 합류했고, 러시아게이트 조사를 처음 개시했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비서실 부실장이었던 도온 버튼이 2019년에 트위터의 전략실장이 됐다. 영국 보안당국도 활용돼 영국군의 심리전을 담당하는 77여단에서 복무 중이던 고든 맥밀런이 트위터의 중동 최고 편집고문을 겸직하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닥친 2020년이 되자 다른 정부 기관도 중국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트위터를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했다. 국무부의 정보기관 중 하나인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는 미국 정부의 데이터를 근거로 무려 25만 개의 트위터 계정이 중국의 선전용 계정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군대와 CNN 계정도 그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국무부의 진의에 대한 트위터 경영진의 견해는 달랐다. 이들은 FBI와 DHS처럼 국무부가 트위터의 내용을 검열할 수 있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걱정하며, 정보당국보다 더 ‘정치적’인 국무부를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트위터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실리콘 밸리가 허브 역할을 하는 FB를 통해I 정부 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정부 기관’이 트위터에 각종 요구를 할 수 있게 됐고, 트위터는 러시아 계정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는 거의 항상 들어줬다.

트위터가 점점 고분고분해지자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 중이던 아담 쉬프는 자기가 싫어하는 기자의 계정을 삭제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등 고위 정치인들마저 트위터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트위터는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려했지만, 그런 계정을 그림자 차단했다.

트위터에서 ‘온라인 사형’을 당한 계정의 다수는 확인 가능한 가짜 정보를 게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신나치 문제를 언급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며 정치적인 ‘선’을 넘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운명을 맞았다.

2020년 대선 앞두고 바이든의 외아들의 노트북 사건 덮어버린 보안당국

이렇게 대형 IT 업체를 조종할 수 있게 된 안보당국이 2020년 대선에서 SNS를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안보당국이 2020년 대선을 몇 주 앞두고 알게 된 (지금은 사실로 밝혀진) 헌터 바이든 노트북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2020년 대선 직전 FBI 태스크포스는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내부 이메일이 누출되면서 힐러리 클린턴의 면담 장사가 폭로 됐듯, 러시아가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해킹을 할 것이라고 실리콘 밸리 SNS 업체들에게 계속 얘기하면서 여론 조작의 포석을 깔았다. 20216년 대선 이후 보안당국은 민주당 지도부에 만연한 정치적 부패를 폭로한 러시아 배후라고 주장하며 러시아게이트를 이어간 바 있다. 불만 있는 내부자가 이메일을 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는 철저히 무시됐다. 그리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이슈가 되면서 폭로된 민주당의 부패 문제는 덮였다.

2020년 대선 때 조심하라는 정보당국의 당부를 계속 들어온 SNS 플랫폼들은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에 바이든 일가와 우크라이나 관료들 간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는 우파 일간지 뉴욕포스트의 보도를 서둘러 차단했다. 그리고 수십 명의 정보당국 간부 출신 ‘전문가’들에 의해 뉴욕포스트의 보도는 러시아의 공작으로 바로 매도됐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다. FBI는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나오기 1년 전부터 헌터 바이든의 주장과는 달리 그 노트북이 헌터 바이든의 것이며, 그 안의 내용이 해킹을 당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 수리를 맡게 된 업소가 FBI에 신고했고, FBI가 그 노트북을 압수수색 했기 때문이다. 

SNS 플랫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뉴욕포스트는 관례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밟은 상태였고, 다른 매체 기자도 곧 그 노트북이 헌터 바이든의 것임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은 그것이 러시아의 가짜 뉴스 공작이라는 FBI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해킹된 내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에 따른다며 서둘러 2020년 대선 결과를 바꿔놓을 수도 있었던 이 스캔들 관련 내용을 차단하고 관련 게시물의 공유도 막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미 안보당국의 심리전

미 안보당국과 SNS 플랙폼의 공모로 조작된 러시아게이트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트위터는 내부 규정을 어겨가며 미 국방부에 ‘온라인 심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계정을 만들 수 있는 특별 권한을 줬다. 트위터는 미군을 도우며 52개의 가짜 아랍어 계정을 만들어 허용을 보장하는 ‘화이트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이 계정을 통해 이란에 대한 비난,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전쟁에 대한 지지, 미국 드론은 민간인을 사살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확산하며 미군의 중동 목표를 선전했다. (트위터는 2020년까지 미 국방부가 숨기며 선전용으로 쓰던 가짜 계정 수십 개를 더 찾아냈지만, 역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미 국방부의 선전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다른 SNS 플랫폼에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 감시단체인 FAIR에 따르면 트위터는 우크라이나와 다른 곳에서 선전용으로 쓰이는 계정을 포함해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계정들이 국가 소속임을 게속 은폐하고 있다. FAIR는 이런 연구 결론을 내렸다. “트위터는 미국의 선전기관들에게 ‘독립적’인 신분의 계정을 만들어줘서 현재 진행 중인 세계적인 정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의 여론조작과 소프트 파워 구축을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두꺼운 비밀의 장막

트위터 파일이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2월, FBI는 공개된 문서들의 진위를 밝히지 않고, 트위터 파일을 작성한 기자들이 FBI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민주당 기득권층의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은 계속 해서 미국의 문제를 러시아의 가짜 정보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안보 당국과 정치 제도권이 변화에 동의하기에는 SNS와의 비밀 동맹에 너무 많은 투자를 했다. 안 그래도 안보 당국과 정치 제도권이 변해야 한다는 압력도 테러와의 전쟁, 트럼프의 당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크게 불거지기 어렵다. (이런 위기가 안보당국과 정치제도권의 정책 결정의 유산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위기는 반대로 SNS 업계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제, 그것도 투명하지 않고 두꺼운 비밀의 장막에 가려져 이뤄지는 통제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

처치가 거의 반세기 전에 경고했듯,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의 안보 당국이 자기의 막대한 권력을 국내에서 미국 국민을 상대로 휘두를 가능성이다. 트위터 파일로 드러나게 게 바로 그 과정이다. 트위터 파일은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았던 미국 정보 당국이 미국 국민 자체를 (기득권층에 대한) 위협에 포함시켰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에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국내 테러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이었다. 이 전략에서 바이든 정권은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과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를 ‘SNS 플랫폼을 통한 가짜 정보의 위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미국 국민의 불만 증가가 정치적 리더십의 실패나 지나치게 확장된 안보당국 때문임을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미국 정치에 대한 외국의 개입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닫힌 문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트위터 파일이라는 작은 창을 열었다. 그러나 그 창도 곧 다시 닫힐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더 많은 것을 알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어둠의 시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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