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에 의존한 국정 운영이 자초한 정순신 낙마 사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하루만에 낙마했다. 정 변호사가 검찰 고위 간부로 재직하던 시절, 아들이 학교 폭력을 저지른 사건에서 아들의 진술서를 고쳐주고, 오랜 기간 법정 소송을 제기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데 골몰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정 변호사의 아들은 최고 등급의 징계라고 할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는데, 가해자의 반성이나 화해를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소송을 통해 최대한의 시간을 확보하고 결국 명문대 진학에 성공했다. 반면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큰 고통에 시달렸다. 가해자는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따위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이들이 이 사건에서 무소불위의 특권을 가진 사회계급의 존재를 떠올리는 건 드문 경우가 아닐 것이다.

정 변호사가 낙마한 후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번에 자녀 관련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5년전 방송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검찰이나 법조계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일이었다는 의미다. 검찰 조직의 특성상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전혀 몰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는 검증 과정이다. 지금 고위공직자 검증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진행된다. 모두 검찰 출신 인사들이 주도한다. 이들이 비위를 알면서도 친분이나 대통령과의 관계를 앞세워 덮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자식의 일이고 이미 시간이 지났으니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면 더 큰 일이다. 조국 전 장관 수사 당시 자녀의 표창장까지 뒤졌던 이들이 '자기 편'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의 수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검찰 출신을 앉히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함을 통해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겠다는 게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다. 그런데 국가수사본부장에 특수통 검찰 출신을 임명한다면 수사와 기소를 검찰이 일괄 지휘하겠다는 뜻이 된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자리, 바로 그곳에서 이번 사태가 출발했다. 검찰의 인사독식은 검찰의 권력독점으로, 독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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