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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경유착의 상징 전경련, 혁신이 아니라 해체가 답이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정기총회를 열고 김병준 씨를 회장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차기 회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후보들이 고사해 6개월 직무대행 체제를 꾸렸다는 후문이다.

김 씨는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전경련을 만들어 가겠다. 전경련의 환골탈태를 이끌어 나가겠다”라며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김 씨가 그 개혁을 이끌 적임자가 전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김 씨는 일단 ‘경제인’이 아니다. 그는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태 때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 의해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후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선거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권력의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것이 왜 문제냐 하면 전경련 개혁의 핵심 과제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태 때 K스포츠와 미르재단 후원금 모금으로 논란을 빚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에 몰래 돈을 지원해 관제 데모를 부추겼다는 의혹도 받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를 통해 “청와대를 개방하면 약 2,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단체의 수장으로 경제인도 아니고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이 내정된 것은 이들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실련이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와의 통로로 활용해 다시금 재벌·대기업의 정경유착 고리를 복원하고 이어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논평한 이유가 이것이다.

전경련은 김병준 씨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면서 “지금은 비상 상황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비상 상황을 초래한 이유가 정경유착인데, 다시 정권과 가까운 정치인을 등용해 개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전경련은 개혁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지금 전경련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역사에 지은 죄를 반성하고 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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