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국립공원에 두번째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환경부가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면서다. 환경부는 지금껏 줄곧 반대 의견을 내왔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환경부의 존재이유가 되는 원칙마저 흔드는 꼴이다.
1981년부터 추진되어 온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40여년 간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지역이 산양·삵과 같은 법정보호종 서식지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고 백두대간 보호 핵심구역인데다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도 어긋난다.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케이블카 건설은 허용되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라고 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장관이 나서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해놓고도 막상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놓았다. 장관의 공언을 뒤집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번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인수위원회의 정책과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계 법령이 정하고 있는 취지나 전문가들의 평가를 무시하고 정치적 압력에 순응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럴 거면 환경부를 두고 노력을 들여 환경영향평가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소백산, 지리산, 속리산, 북한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어디든 경제논리를 앞세운 지역 민원은 존재하고, 이를 앞세우면 전국의 국립공원은 모두 누더기로 전변될 게 뻔하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을 '40년 숙원'이라고 부른다. 40년 동안 막아왔던 일을 새로이 허용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뚜렷해야 한다. 그저 대통령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니 한심하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