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의 투사 샌더스에게 배울 8가지 교훈

버니 샌더스의 신간 '자본주의에 분노해도 괜찮아'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2016년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참여해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과 박빙의 승부를 펼쳐 세계의 주목을 받고 2020년에도 대권에 도전했던 미국 진보의 아이콘 버니 샌더스가 신간을 출간했다.  
1941년 뉴욕에서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난 샌더스는 시카고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진보적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샌더스는 1981년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승리한 이후 벌링턴 시장 4선, 미국 연방 하원의원 8선을 연임하고 현재 재선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직을 수행 중이다.
정치 인생 내내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일관되게 중산층과 빈곤층, 노동자 계급과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거대 자본과 과두제 정치 구조를 비판해 왔다. 샌더스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신간을 소개한 자코뱅의 기사를 싣는다.  

원문:  Eight Lessons From Bernie Sanders’s New Book

지금은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로 살기에 좋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때다. 한편으로는 버니 샌더스의 2016년과 2020년 대권 도전으로 반자본주의 정치조직과 노동 투쟁의 부활이 촉진됐다.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스타벅스노조와 같은 조직이 미국 전역에서 새로 결성되고, 선거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반면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고 의회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조짐이 없다.

미국 상원에서 건강, 교육, 노동 및 연금 위원회를 이끌게 된 버니 샌더스(82, 무소속, 버몬트 주)가 당신에게 분노하는 것이 옳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새로운 책을 이번 주에 출간했다. ‘자본주의에 분노해도 괜찮아(It’s OK to Be Angry about Capitalism)’는 진보적인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원의 한계부터 보편적인 의료보험을 위한 치열한 투쟁, 자동화와 같은 미래의 변화와 변화를 위한 노동자계급 연합을 꾸리는 것까지 수많은 주제를 다룬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와 샌더스가 생각하는 대책을 설명하는 이번 책의 8가지 하이라이트를 살펴보자.

1.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우리의 현실을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말해 보겠다. 통제되지 않는 탐욕과 인간의 품위에 대한 경멸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에 자리 잡은 초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부당하기만 한 게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부도덕하다”.

샌더스는 처음부터 ‘나이가 들수록 더 보수적이 된다’는 말이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샌더스는 정반대다. 샌더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주의 체제에 더 분노한다. 샌더스의 2016년과 2020년 대선 캠페인 전반에 걸쳐 일관된 주제 중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극도로 부도덕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들어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반복해야 하는 말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위계질서에 대해 도덕적으로 반대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논리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2. 더 많은 것을 요구하라, 세상 전체를 요구하라

“나는 사람들에게 현재에 만족하라고 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영원히 얻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라고 한다.

2016년 대선 당시 위스콘신 주에서 민주당 후보 경선 선거운동을 하던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을 합리적인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샌더스의 정책을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공상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위스콘신의 민주당 유권자는 그 공상이 그리 나쁘지 않았나 보다. (샌더스는 위스콘신에서 힐러리를 56% 대 44%로 누르고 완승을 거뒀다).

샌더스는 이번 책에서 노동자 계급이 이룰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대신 샌더스 운동과 그외의 더 광범위한 운동의 책임이 ‘초자본주의를 전복’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3. 불평등은 구조적인 문제다

“미국의 과두정치와 이를 조장하는 금권정치에 맞서 싸우는 것은 사람의 성격과 무관하다. 불평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불평등은 구조적인 위기다”.

미국에서는 계급 전쟁이 진행 중이다. 이 전쟁에서 공세를 취하는 쪽은 의심할 여지없이 억만장자 계급이다. 샌더스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개성과 특이한 점에 얽매이지 말고, 그들이 그 정도의 자산을 축적할 수 있게 해 주는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구조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민주주의를 잠식하며, 샌더스의 주장처럼 인간의 품위에 반하는 시스템이다.

4.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는 우리 시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미국 국민은 하나같이 보편적인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서 국민이 만끽하는 안전감과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미국 국민의 다수가 절망이라는 질병에 굴복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샌더스가 두 번의 대선에서 출마의 초석으로 삼은 것이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였기 때문에 그가 책의 한 장 전체를 재난 수준인 미국 의료를 공격하는 데 할애한 것이 놀랍지 않다. 미국의 의료비는 인구 대비 매우 낮고, 기대 수명도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샌더스가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미국 정치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를 위한 투쟁은 세계 최고 부국의 품위를 위한 싸움일 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미국 국민의 생명을 위한 싸움이다.

5. 둘 중 하나다, 노동자 편이거나 그들의 상사 편이거나

“당신은 누구 편인가? 요즘 스타벅스나 아마존 같은 기업은 총을 겨누는 구사대 대신 노조 조직화를 저지할 반노조 컨설턴트와 여론업체, 정치적 끈이 있는 (민부분 민주당원인) 로비스트를 고용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인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신은 노동자와 노조의 편이거나 그 편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거의 100년이 지났지만, 샌더스는 할란카운티의 탄광지대에서 1931년에 만들어진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가요 ‘당신은 누구 편인가’와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노동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다. 노동계급의 편이거나 노동계급에 반대하는 쪽이다. 샌더스는 계급 전쟁이 미국에서 진행 중임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의 기업과 공화당, 민주당 양당의 수많은 정치인이 오늘날의 투쟁에서도 노동계급을 억압하려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6. 새로운 기술이 소유권과 결정권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은 변했지만 경제 엘리트와 노동계급 사이의 불균형은 변하지 않았다. 그 불균형이 야기하는 불의도 변하지 않았다”.

기술발전과 경제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장에서는 샌더스가 흔히 제기되지 않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자동화를 어떻게 진행할지 또는 인공 지능을 특정 직업에 어떻게 도입할지를 결정하는가? 노동자에게 발언권이 있는가? 노동자의 존엄성은 유지될 것인가? 산업과 경제 전반을 누구의 손에 맡길 것인가?

이것도 세계 최초의 단일 산업노조를 조직한 전설적인 노동운동가 유진 뎁스가 100년 전 ‘사회주의의 천재성’이라는 글에서 했던 질문이다. 그때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졌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7. 민주주의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무상 공교육의 확립부터 모든 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하고, 도시와 농촌에 훌륭한 학교를 짓고, 학교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까지 교육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최전선에 있었다. 우리의 운동은 전진해 왔다.

샌더스는 교육에 관한 장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발전을 살펴봤다. 18세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이 마련됐지만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는가? 선생님들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원하는 모든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가? 번창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투쟁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 개혁만 추진하지 말고 교육과 교육에 대한 접근을 확대해야 한다.

8. 다가올 투쟁에 중간지대란 없다

만족할 줄 모르는 초자본주의의 탐욕과 노동계급을 위한 공정한 대우 사이에 중간지대란 없다. 지구를 살리느냐 마느냐에 중간지대란 없다. 모두를 보호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보존하는 데에 중간지대란 없다.

샌더스는 책의 끝 부분에서 앞서 말한 모든 주제를 하나로 묶어 큰 그림을 보여준다. 노동자 계급의 존엄성과 자본가 계급의 욕망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다. 사실 민주주의와 극도의 불평등 사이에도 중간지대는 없다. 샌더스는 이미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시각과 정책에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있는 모든 곳, 그러니까 동네, 학교, 직장, 선거 등에서도 조직화를 추진하기를 바란다.

샌더스의 유산은 계속될 것이다

샌더스가 2024년에 정계 은퇴를 하든, 상원 선거에 재출마하든, 세 번째로 대권 도전을 하든 당신에게 원하는 바는 같을 것이다. 그는 당신이 분노하고, 나아가 더 많은 것을 할 활력이 있기를 바란다. 샌더스는 1972년 제도권의 양당체제에 맞서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며 버몬트 벌링턴의 시장 선거에 출마해 정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샌더스는 그후 지금까지 줄곧 정치적 변화의 중심이 대중 운동임을 강조해 왔다. 샌더스의 이런 생각은 2016년 대선 슬로건이었던 ‘나’ 아닌 ‘우리’(“Not Me, Us”)로 이어졌고, 지금도 그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 자본주의에 분노해도 좋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뭔가를 한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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