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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순신 사태,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하루만에 낙마한 '정순신 사태'가 제대로 된 마무리없이 어물쩍 넘어갈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은 학교폭력 근절인데, 이는 국민적 분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이거나,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국민이 이번 사태에 놀란 건 한 철없는 고등학생의 말과 행동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아빠 찬스'를 동원해 피해자를 계속 괴롭히고, 마치 자신이 사회적 특수계급에 속한 양 행동했다는 데 있다. 실제 정순신 당시 검사는 자신의 법률 지식을 동원해 사건을 질질 끌어 아들의 대학입시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큰 고통에 시달렸음은 물론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같은 사태를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주변인들, 그러니까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검찰 동료들이 정 변호사를 발탁한 주체들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 등은 사건 당시 정 변호사와 함께 근무했고, 언론 보도에 예민한 검찰 조직의 특성상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도 다들 "몰랐다"는 입장이다.

설사 당시에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검증 과정에서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장관은 "구조적으로 지금 시스템에서 걸러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는데, 그렇다면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최소한 부끄러움은 느껴야 합당하다.

엉뚱하게 국민적 비난의 화살을 맞은 건 경찰수뇌부다. 검사 출신의 경찰 수뇌부 진입에 대해 이들이 마뜩찮아 했을 것임은 뻔하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불거지자 애꿎은 경찰청장이 "추천권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나마나한 말로 피해갔다. 하나같이 책임 회피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문제는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이를 인정하기 어려우면 최소한 이를 담당하는 공직자라도 책임을 지고 옷을 벗는 게 상식이다. 아들의 학교폭력을 법 기술을 동원해 무마하려했던 정 변호사나 검증의 실패를 시스템 탓으로 돌리려는 정권 핵심부나 다를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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