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한 번 김 여사와 관련된 사건은 법정 문턱에도 가지 못하고 검찰 선에서 종결됐다.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다름 아닌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기 때문에 검찰 권력으로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의심만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에 검토된 의혹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과 2019년 ‘야수파 걸작전’에 대한 대가성 협찬 의혹이다. 특히 2019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야수파 걸작전’의 기업 협찬이 4곳에서 16곳 이상으로 급증했다. 당시 협찬사들 중 상당수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기업들이었다. 하필 그때, 공교롭게 그 기업들이 협찬한 것이 우연이었을 확률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파헤쳐 보고 결론을 내야 지켜보는 국민도 납득할 수 있다. 하다못해 재판이라도 했다면 양측의 공방이라도 기록에 남았을 일이다. 지금의 무혐의 처분은 막무가내로 검사의 판단을 믿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련된 성남FC 후원 의혹과 여러모로 닮았다. 성남FC 후원 의혹도 결국은 기업의 후원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비슷한 것은 사건의 양상이고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열의다. 성남FC 후원 의혹의 경우 지난해 분당경찰서가 성남시청, 두산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9월에는 검찰 성남지청이 두산건설, 네이버, 분당차병원, 성남FC를 압수수색했다. 10월에는 농협 성남시지부, 현대백화점 본점, 알파돔시티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이 대표에 대한 출석 조사가 이루어졌고 2월에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시늉이라도 했다면 검찰의 잣대가 어느 편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의구심은 덜했을 터이다. 하지만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이라는 말 이외에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관계자 몇 번 부르고 김 여사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이루어졌을 뿐 증거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조차 없었다. 증거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한 애초에 증거불충분은 예고된 일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받고 있다. 얼마 전 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건희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시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법원 판결로 사건 전모가 대부분 밝혀진 가운데 오직 김 여사의 관여 여부만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는 계속 수사 중이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무슨 수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검찰은 김 여사와 관계된 의혹에 대해서는 유독 적극적인 수사를 회피하고 있다. 검찰수사로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기 위한 특검은 여당이 막아서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는커녕 김 여사를 둘러싼 온갖 의혹을 사법적으로 뒤처리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의혹을 부를 뿐이다.